“어려서 지방을 전전하며 자랐어요. 지금도 그때 친구들을 가끔 만나요. 그런데 그 친구들은 삼성이나 현대 같은 대기업에 들어간다는 꿈도 못 꿔요. 왜냐면 주변에 그런 선배가 없거든요. 관계로 인한 경험의 크기가 꿈의 크기를 좌우하는거죠.” 위즈돔 한상엽 대표를 찾았을 때 그는 이런 말을 했다. 

필자 역시 '어디근처 어디'라고 해야할 정도로 작은 소도시에서 자랐기에 그의 말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 위즈돔이 자리하고 있었다. 국내 최초의 대학 사회적기업 동아리인 넥스터스(Nexters)의 창립자이기도 한 한상엽 대표가 운영하는 위즈돔은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선후배간의 만남을 주선하는 소규모 모임용 웹사이트이다.

-위즈돔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릴게요. 

"위즈돔은 지혜와 경험을 공유하는 온라인 플랫폼이에요. 4~5 명 정도의 소규모 모임을 주선하는 거죠. 내가 누군가와 지식이나 경험 등을 공유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모임을 개설하고 참가자들 신청을 받고, 만나서 얘기를 나누는 거죠. 반대로 회원들이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하면 이를 찾아 나서기도 해요. 이용자 분중에는 대학생이 많아요. 꼭 대단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먼저 직장 생활을 시작한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취업노하우나 회사 상황에 대해서는 조언해줄 수 있잖아요. 그 그걸 듣고 싶어하는거고요. 고등학생에게는 대학생 선배가 그 역할을 할 수 있겠죠. 실제로 지방에서 위즈돔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에 올라오는 친구들이 있어요."

-언뜻 듣기에는 ‘소규모 강연’이나 ‘멘토링’하고 비슷한 거 같아요. 

"저희는 멘토링이라는 표현을 안써요. 멘토링이 아니거든요. 저희 모임을 '위즈도밍'이라고 불러요. 그리고 모임 개설자는 '위즈도머', 참가자는 '위즈도미'. 멘토링의 멘토격이랄 수 있는 위즈도머들은 대부분 우리 사회에서 멘토라고 불릴만한 사람들이 아니에요. 

한국 사회에서 초졸의 구멍가게 아줌마나 세탁소 아저씨를 멘토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희는 그런 분들이야 말로 진정한 삶의 지혜를 가진 분들이라고 봐요. 그리고 저희가 멘토링이라고 하는 표현에 거부감을 갖는 또다른 이유는 바로 멘토와 멘티라는 표현에서 느껴지는 상하관계의 뉘앙스에요. 원래 그런 뜻이 아닌데... 그래서 저희는 소수의 수평적 관계를 지향한다는 의미에서 위즈도밍이라고 부르죠."

-강연하고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저는 강연을 선호하지 않아요. 대학시절 강연회를 정말 많이 다녔어요. 강의를 들으면 너무 좋죠. 근데 결과적으로 남는 것은 인상 뿐인거에요. 순간적인 감상. ‘아, 내가 유명한 분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정도. 그리고 내가 정말 듣고 싶고 궁금한 게 있어서 그 강연회에 갔음에도 그에 대해서는 듣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요. 강연의 틀이란게 각자가 궁금한 것을 모두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닌거죠.

그리고 강연이란게 연사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와 할 수 없는 이야기가 나눠어져 있어요. 저도 강연하면서는 ‘여러분 사업은 힘든 것이니 하지 마세요.’ 이런 말은 못하죠. 하지만 친구들과는 사석에서 할 수 있잖아요. 오히려 그런 이야기가 태반이죠.(웃음) 

결국 강연은 내가 원하는 문제에 대한 진짜 답도 없고 개인적인 관계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그래서 훌륭한 이야기보다 유용하게 쓰이기 위한 형식 본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죠. 그를 위해서는 소수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거고요."

-만남의 형식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시는 듯 하군요. 소수를 중시하는 듯한데 비즈니스적으로 마이너스 일 거 같아요. 

"흠, 저희도 그점이 고민이에요. 하지만 진짜 고급정보는 암묵지(暗默知, 지식의 한 종류로서, 언어 등의 형식을 갖추어 표현될 수 없는, 경험과 학습에 의에 몸에 쌓인 지식을 가리킨다. 편집자 주)로 존재하고 다수의 관계로는 전달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프레임의 특성에 따라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죠. 개인이 궁금해하는 부분들은 소수의 관계에서 답을 얻을 수 있고, 장기적인 관계로 가기 위한 단초 또한 소수와의 만남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4~5명이 만나 이야기 하는 플랫폼이 좋겠다고 결정했죠.

위즈돔을 런칭한지 얼마 안됐어요. 아직 멀었죠. 수익모델은 계속 고민해나가야 해요. 그래도 일하는 친구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해요. 의미가 있죠. 위즈돔이 아닐지라도 이런 형태의 서비스가 한국사회에 필요하다는 인식을 같이 공유하는 거죠."

-공감해요. 처음 위즈돔을 접하고 생각이 딱 그랬거든요. ‘그래 바로 이런 게 있어야 해.’ 그래서 한상엽 대표님을 만나고 싶었던 거고, 찾아오고 맥주도 한잔하고 그랬었잖아요. 오늘은 취조? 인터뷰(웃음)

"미국 공유경제 사례를 보면 재밌는게 많아요. 이건 한국 들여오면 잘 되겠는데 싶은 것들이요. 한국 사회에서는 남 잘난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죠. 그래서 저희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성과보다는 그 사람의 삶에 집중해요. 우리가 가치있게 봐야 할 것은 그 사람이 가진 스킬이 아니라 그 사람이 걸어온 삶 전체 이야기에요. 사실 고민이 많았어요. 여러 가지 다른 모델들을 고려했어요. 

지금의 위즈돔은 사실 어렸을 때 성장과정에서의 경험이 많은 영향을 미쳤어요. 저만 특별히 그런게 아니라 다른 사회적기업가들도 다 그렇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전기에 나오는 위인들이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 내 친구들이에요. 단지 우리 사회에 그런 사람들을 위한 무대가 없었을 뿐이죠. 그런 사람들을 위한 무대를 만드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위즈돔의 지향점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거 같네요. 넥스터스(Nexters)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국내에서 최초로 사회적기업 동아리를 만드신 설립자시잖아요.(웃음) 

"넥스터스 창립은 2006년에 했습니다. 사실 그 전에 대학다니면서 1년 정도 벤처을 했어요. 미술전공하는 친구들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목격하고 ‘잘만 그려봐라. 파는 건 내가 알아서 하겠다.’라고 시작한 일이었죠. 만화를 그리면 자체 제작해 판매하고 일러스트는 티셔츠를 제작하거나 네이버·다음 등 포털 사이트 블로그나 미니 홈피에 쓸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 판매했죠.

일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어 학생으로서 돈도 제법 벌었습니다. 그런데 돈을 벌면서도 돈 버는 그 자체보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 자체에 더 희열을 느꼈어요. 돈이 벌리면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자신을 발견한 거죠. 더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싶다. 라는 고민을 할 때 ‘세상을 바꾼 대안기업가 80인’라는 책을 만났고 밤새워 읽었습니다. 그동안 사회공헌에 대해서만 생각했는데, 과정자체로 사회를 바꾸는 대안기업이 너무 멋져보였어요. 바로 사례를 찾으려는데 자료가 없었어요. 한글자료는 고작 한두건 정도. 구글에서 영문으로 검색하면 자료가 쏟아지는 것을 보고 일단 공부하고 싶은 욕심이 들었습니다. 

저는 바로 실행하는 스타일이에요. 즉시 주위에 가장 똑똑하다는 친구들 6명을 모았죠. 그중에 2명은 지금도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소셜벤처 시지온 김범진 대표도 그때 동기에요. 그리고 제가 입대한 후에 같은 동아리의 박미현씨와 김정현씨가 각각 터치포굿과 딜라이트를 설립했죠. 지금도 자주 만나는 친구들이에요. 제가 위즈돔 한다고 할 때 많이 말렸죠."(웃음)

-주로 어떤 활동을 했나요?

"당시에는 한국에 자료가 없었기에 자료를 번역해서 만들고,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의가 없었기에 우리가 스스로 내려야 했습니다. 컨퍼런스를 통해 사람들을 모았고, 직접 설립하자는 목표하에 함께일하는재단의 도움을 받아서 해외탐방도 다녀왔고요. 그때 낸 책이 ‘아름다운 거짓말’입니다. 그리고 소시지팩토리라는 컨퍼런스도 개최했었죠. 그때 'sopoong'과도 인연을 맺었어요."

(sopoong는 소셜벤처를 인큐베이팅하는 곳으로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인 이재웅 대표가 세웠다. 한상엽 대표와 위즈돔은 현재 sopoong으로부터 사무공간를 비롯한 지원을 받고 있다. 편집자 주)

-마지막으로 사회적기업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형으로서 오빠로서 한마디 해주세요.

"최소한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만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위즈돔은 그걸 돕는 거죠. 

궁금한 것이 있거나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찾아가세요. 저는 강연이 끝나면 일단 무조건 연락처를 받았어요. 그리고 무조건 찾아갔어요. 안 만나줄 거 같죠? 다 만나줘요. 그리고 물어보세요. 진가 궁금한 것을요. 강연에서 만났었으면 강연에서 한 이야기가 정말 현실과 맞는 이야기냐. 돈이 많이 들었을거 같은데 어떻게 돈을 마련하셨나. 등등 이런 민감한 것들도 물어보세요. 공식적인 자리는 기록이 남기 때문에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어요. 따로 만나서 묻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들이 정말 많아요. 그래서 저는 비공식적인 만남, 오프라인 만남을 정말 좋아해요.

비즈니스는 혼자할 수 없어요. 주변에서 안 도와주면 성공할 수 없죠. 직원이나 동료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비즈니스를 떠받쳐 줍니다."

필자도 위즈도미(참가자)로 위즈돔의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리고 그때 느낀 또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참가자들이 느끼는 만족이상으로 위즈도머들의 만족감이 높다는 사실이었다. 우리 모두 내면 깊이 이 둘이 만나는 연결고리를 갈망하고 있었던 듯 하다. 위즈돔은 그걸 실현하고 있다. 

위즈돔의 참가비는 대략 음료비를 포함하여 보통 2만원 정도이다. 이는 참가자들에게 경제적인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내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위즈돔은 그럼에도 참가비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을 위한 장학금 제도 등을 마련해놓고 있다.) 소수 멤버에 이 정도 금액이면 위즈도머 입장에서 경제적인 매리트는 그다지 높지 않을터. 실제로 위즈도머 중에는 다른 강연회에서 시간당 수십수백만원을 받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기꺼이 위즈도머가 되어 모임을 개설하고 참여한다. 그리고 말한다. 이곳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그 말에서 필자는 위즈돔의 미래를 짐작해본다.


기사 송화준 정리 김석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