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에서 참 고운 빛깔의 능소화를 만났다. 꽃에 얽힌 전설도 듣게 되었다. 옛날에 '소화'라는 이름의 궁녀가 임금에게 승은을 입어 빈이 되었으나, 다시금 찾아오지 않는 임금을 그리워하다가 상사병으로 죽으니 그 자리에 '능소화'가 피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능소화는 담장을 휘어감고 얼굴을 내미는데 꽃잎이 귀를 활짝 연 모습과 같다고 한다. 임금이 오시는 모습 놓칠세라, 발걸음 소리 놓칠세라. 소박하면서도 귀한 자태를 지닌 능소화의 사랑이 하늘에서는 이뤄졌을까. 아니면 그 사랑 아직도 못 이뤄, 여태 그 사랑의 한恨 모질게 피워내고 있나. 

이 아름다운 꽃 내일은 보고 싶지 않다. 이 길이 조금은 더 삭막해진다해도 너 없는 이 길을 나는 더 기뻐할 것이다. 너의 사랑 이제는 꼭 이루렴.

[우문일상]은 춘천 김유정 문학촌에 위치한 우문하우스(http://blog.naver.com/woomoonhouse)에서 작성한 운영자의 소소한 일기입니다.


능소화 연가 

            - 이해인 수녀


이렇게

바람 많이 부는 날은

당신이 보고 싶어

내 마음이 흔들립니다

 

옆에 있는 나무들에게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가지를 뻗은 그리움이

자꾸자꾸 올라갑니다

 

저를 다스릴 힘도

당신이 주실 줄 믿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주는

찬미의 말보다

침묵 속에서 불타는

당신의 그 눈길 하나가

  

나에겐 기도입니다

전 생애를 건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