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몇 안 되는 자율복장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그건 나에게 긍지이며 자유였다. 하지만 그리 오래지 않아 그 ‘자유’가 ‘속박’의 유의어일 수 있음을 깨달았다.
페이스북을 하고 몇 년간 수많은 연결(?)을 경험한 거 같다. 한때는 친구신청도 많이 하고 수락도 곧잘 했다. 그중에 나는 몇 명과 진정한 관계를 맺고 있는 거지?
그렇게 나는 지난 5월 옷장에 쌓인 옷들을 버리고 수많은 친구를 정리했다. 그 이후엔 몇 벌의 옷을 유니폼처럼 돌려 입고, 친구신청이나 친구수락을 잘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같은 옷 중에서 어느 것을 입을까를 고민하고, 리스트를 보며 너는 누구였더라 한심한 짓을 반복하는 걸 보면 여전히 비워야 할 게 많은가보다.
희망은 옷장을 비울수록 몸이 가벼워지고, 관계를 비울수록 사람이 좋아진다는 점이다. 땅을 비우고 곳간을 채우는 농부처럼, 올가을에는 주변을 비우고 내면을 채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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