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분의 이는 주로 자폐아들을 대상으로 예술교육을 하는 비영리단체이다. 서현주 대표가 2009년 7월에 1인 NGO로 시작했다. 현재는 대표자 외 상근자 1명과 40여명의 교육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동안 삼분의 이를 통해 신체·정신 장애, 다문화, 한부모, 새터민, ADHD 등의 특성을 가진 237명의 아동·청소년들이 예술교육의 혜택을 받았다.

현재는 자폐아동들이 특히 사회적 보살핌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들에 대한 예술교육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학사와 석사로 디자인을 전공한 서현주 대표는 석사 시절 '예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1년 반동안의 연구를 걸쳐 논문을 집필한 바 있다. 당시 연구를 통해 예술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고, 우연한 계기로 서울시 창업센터에 입주하였다. 그후 자폐아 대상 초등학교인 밀알학교를 시작으로 다양한 대상들에 예술교육을 진행해 왔다.

필자가 처음 삼분의 이 서현주 대표를 만난 것은 희망제작소 모금전문가 학교에 다니던 2011년 가을이었다. 필자는 모금전문가 교육생으로, 서현주 대표는 모금 실습 단체로 인연을 맺었다.

- 삼분의 이는 어떤 단체인가요?

저희는 예술교육으로 아이들이 희망을 갖을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농아, ADHD, 자폐, 새터민, 다문화, 저소득, 신체장애 등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에게 예술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죠.

또 예술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아이들과 사회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아이들이 예술 기부한 그림들을 디자인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어요. 수익금의 2/3는 다시 예술교육에 사용되고요. 아이들이 교육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그림으로 또 다른 친구를 돕는 거죠.

- 어떤 계기로 이 일을 하게 되신 거죠?

디자인을 전공하고 석사 과정을 밟을 때 회의가 찾아왔어요. 내 직업이 내가 속한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들더라고요. 1학기를 마친 후 실기 전공에서 이론으로 변경 한 후 ‘예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1년 반 동안 연구하고 논문을 발표했어요. 이 과정에서 예술과 사회 속에서 나의 역할을 찾았다고 할까요? 예술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죠.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지인이 소개해준 서울시 지원사업 공고에 덜컥 참여하게 되면서 창업하게 된 거죠. ‘아무도 안 하는’ 분야였고 관심을 갖지 않는 분야였기에 하게 된 거 같아요.

- 초기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자리잡는데 힘들었을 꺼 같아요. 밀알학교나 정신보건센터 같은 곳은 어떻게 연결하신 거에요?

해본 거라고는 간단한 자원봉사 활동 정도였고 교육경험도 없었고, 경력은 디자인 경력 밖에 없었어요. 막무가내로 매주 가서 설득을 했죠. 대부분의 선생님은 대개 귀찮아해요. 기관이니까 보고하고 서류 만들어야 하니까요. 대부분은 ‘좋은 건 알겠다. 근데 내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당신을 잘 아는 것도 아니고..’ 라고 하시죠. 한 단추 한 단추씩 꿰맨다는 기분으로 했어요. 공문 보내고 프로그램 가지고 가서 설득하고 매일매일 부모님들 만나고.

- 힘들었겠네요. 아까 단체 설명하시는 거 보니까. 대개 다양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더라고요. 사실 제가 서현주 대표님 안지 1년 가까이 되가는데 전 자폐아들만 대상으로 하시는 줄 알았거든요.(웃음)

저희는 이왕이면 구분 없이 하고 싶어요. 그냥 아이들을 위한 단체. 실제로 거의 다 만나봤거든요. 근데 그 중에 가장 열악한 게 자폐였어요. 정말 굉장히 열악해요. 집에 갇혀 있는 수준이랄까? 부모님도 생계도 하셔야 하고 하루 종일 봐 줄 수가 없으니까, 문 잠그고 나가시고. 그래서 2013년까지 자폐에 집중하자. 이렇게 잡고 있어요.

자폐는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어요. 자폐아들은 아주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해요. 제가 2년 동안 가르쳐도 제가 교사라는 걸 모르는 애들이 대부분이에요. 옆에 지나가도 반응이 없어요. 결과도 늦게 나오죠. 그래서 정부지원이 적고, 기업지원이 없어요. 그래서 자폐아가 가장 열악해요. 다문화, 새터민을 보세요. 그들을 비하하려는 것은 아니고, 그분들은 정말 열심히 하거든요. 그만큼 결과물도 잘 나오고요.

- 특별히 장애아들에게 예술교육을 하는 목적이 있을까요?

일단 장애와 비장애 구분이 없으면 좋겠어요. 저흰 그렇게 구분하지 않거든요. 장애라고 하지 않고 ‘특성’이라고 이야기해요. 다른 특성을 가진 친구일 뿐인 거죠. 그러니 이 아이들이 뭔가 바뀌어서 치료가 되고 정상인이 되길 원하는 게 아니에요.

이 친구들이 마음의 100중에 10이 열린 상태라고 한다면, 저희는 나머지 90을 열어야겠다 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 자체, 10 그대로가 온전한 상태라고 인식하죠. 그렇게 다가가요. 아이들이 스스로 원하는 방식, 그 자체가 자연스러운 방식인 거 같아요.

- 변화를 기대하는 거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시는 건가요?

사실 많이 물어보세요. 근데 저는 정말 아이들이 그림을 그려서 뭔가 발전되기를 원하는 건 조금도 없어요. 조금도. 자폐아들은요. 가만히 놔두면 정말 말 그대로 ‘가만히’ 있어요. 하루 종일 365일. 그러니까 본인이 할거에 관심을 가질 것을 발견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에요.

근데 그림을 좋아하는 얘들이 집에 가서 색연필을 찾고 스케치북을 찾아서 무언가를 해요. 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사실 놀라운 변화인 거에요. 그냥 놔두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거든요. 무언가를 하겠다는 표현 자체를 하지 않아요. 부모님 입장에서는 얘가 커서 직장을 갖길 바라는 게 아니라 얘가 커서 무언가 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하세요. 그 정도로 원하는 기대 수준이 아주 낮거든요.

-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갖는 의미는 뭘까요.

우리가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도구를 통해 소통하듯이 예술교육도 소통자체에 의의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세준이라는 아이가 있는데 이 아이는 사자그림을 정말 좋아해요. 사자를 통해 이야기 하는 거에요. 이 그림은 좀 다르죠. 어머니가 써주신 거예요. (하단의 그림 참조) 이날 어머니가 스파게티랑 카레를 해줬는데 세준이가 너무 맛있던 거 같아요.

또 1년 내내 말만 그리는 아이가 있어요. 근데 말이 계속 바뀌어요. 기분 좋은 날엔 말 몸에 꽃이 퍼져있어요. 꽃무늬 옷도 입고 있어요. 기분이 안 좋은 날에는 말이 쓰러져 피가 나기도 해요. 친구를 만나면 말 두 마리가 있기도 하구요. 그러니까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그림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거죠.

사람은 누구나 자기를 표현하고 싶은 의사가 있잖아요. 우리가 페이스북에 예쁜 사진 올리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사진 올리는 이유가 자기를 증명하고 싶어서 그런 거잖아요. 애들도 똑같아요. 칭찬 받고 싶어하고 관심 받고 싶어 하고. 다만 그걸 끌어내기 전까지는 가만히 있는 정도 그런 차이가 있는 거죠. 그림 그리는 게 일반인들한테는 취미가 될 수도 있고 직업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한테는 감정을 표현하고 ‘유일하게 말할 수 있는 언어’에요. 아이들은 그림을 통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거에요.

- 유일한 소통의 도구라는 게 인상적이네요.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 자체만으로 정말 갚진 거 같아요. 질문을 조금 바꿔볼게요. 사실 개인적으로 ‘삼분의 이’를 알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교육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그걸 상품화해서 선순환모델을 만든다는 거였거든요.

예술은 봐주는 사람이 있어야지 의미가 있는거잖아요. 음악도 혼자하는 건 의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이걸 어떻게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디자인 상품을 뽑은 이유가 아이들이 굉장히 배경 없이 그리는 것을 좋아해요. 평면적으로 그리는 걸 좋아해요. 이런게 디자인 상품에 맞는다고 생각했고 또 이런 거를 쌩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일러스트 한 단어 들어가는 게 훨씬 가치를 부여하더라고요.

작년 말에 전문 디자이너들의 도움을 받아 다이어리를 제작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효성그룹 희망제작소 같은 대기업이나 단체에서도 단체로 많이 사주셨고요. 지금도 교보문고 핫트랙스, 텐바이텐, KT상상마당 등에서 팔리고 있어요.

- 가공을 거쳤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대기업이나 전문가가 상업적으로 만든 것보다는 상품의 수준은 떨어질 꺼 같은데 어떤가요?

그렇지 않아요. 100명의 중에 그림을 좋아하거나 끄적거리는 친구가 40명, 잘그림는 애들 20 명 , 어 진짜 잘그리네 싶은 친구가 5명, 그 중의 1명정도가 아 앤 천재구나 하는 정도로 있어요. 아까 세준이 같은 경우에는 방금 본 장면을 사진처럼 기억해요. 이미지를 기억해서 그려내요. 서번트 증후군이라고 하죠. 그런 친구들이 있어요.

일전에 어떤 대표님이 해외 디자인상품 박람회에 가져가셨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고 다음에 또 가져가자고 하시더라구요. 이런 상품 만드시는 분들 찾아가서 상품성이 있는지에 대해서 많이 여쭤보고 다녔어요. 이건 비즈니스니까. 근데 반응이 엄청 좋았어요.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고요. 너희가 하는 거면 디자인 기부할꺼야 하는 분들도 많으세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 상품 판매가 단체 재정적으로 많이 도움이 되나요?

디자인상품의 국내시장은 죽어있어요. 시장 크기도 너무너무 작고요. 소비가 그렇게 많이 일어나질 않아요. 또 판매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요. 국내에서 판매되는 것에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되요. 매장에서 팔면은 판매 수수료가 50%에요. 제작하는 비용, 운반하는 비용하면 정말 남는 게 없거든요. 그래서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고 있어요. 박람회나 해외 바이어들 연결해서 유럽에 판매하는 게 목표에요.

- 앞으로의 비전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상황과 토대를 마련해 주고 싶어요. 학원에서도 안받아주는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받아들여주기를. 자폐아도 세상과 함께 어울리길. 그저 그걸 바랄 뿐이에요.

취재 송화준 정리 정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