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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기타

[미나비리스] '나도 저런 직업이 있었으면 좋겠다' [자연과 생태 12월호: 자연과생태]


자연과생태VOL.53(12월호)
카테고리 잡지 > 자연/공학
지은이 편집부 (자연과생태,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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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5~10분 안에 금방 접어서 만들 수 있는 것들만 주로 만든다. 공예가니 예술가니 하는 소리를 듣는 것도 싫고 또 그런 틀에 갖히기도 싫다. 그냥 좋아하는 풀잎 접기를 해서 여러 사람들이 즐겁고, 또 생활하는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돈만 벌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풀잎이라는 소재가 지닌 숙명이자, 그런 풀잎을 소재로 한 초편공예의 참 가치라고 생각한다.- p. 50

 12월이다. 겨울이다. 날씨가 유래없이 따뜻해서 실감이 안 나고 있었지만, 우리의 존재를 깨달아달라는 듯 겨울바람이 점점 싸늘해지고 있다. 동물들이 동면에 들어가고 나무는 앙상한 가지만 남는 계절이다. 게다가 서울에는 아직 눈도 안와서, 상당히 조용한 계절이다. <자연과 생태>도 동면에 들어갔는지, 조용한 내용들이나 혹은 씁쓸한 내용들이 많았다. (혹은 본인이 시험기간에 읽었던 것이라서 우울해보인 것인지도.) 사진에 찍힌 담비는 매우 귀여웠지만, 등산객들의 이기적인 정복욕심으로 인해 마음대로 산등성이를 뛰어다닐 수 없다는 글이 슬프게 들렸다. 그 다음 제주도 어느 창고에 자리잡힌 둥지에서 목을 불쑥 내민 붉은부리찌르레기 새끼가 조금 귀여워보였다. 그러나 '한강의 강물은 서울로 통한다'에서 다시 마음은 우울해졌다. 그 구정물에서 살아가려고 몸부림치는 생물들이 있다는 소식에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흘러가는 강물이 막히면 결국 사람들의 마음도, 생명도 막히고 만다는 사실을 높으신 분들은 왜 모르는 것일까. 그나마 큰 웃음을 주었던 기사는 어김없이 정병길 기자의 실험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쓰여져 있는 글을 다시 베스트에 올리기엔 다른 기사들이 너무 주목을 받지 못한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기사를 쭉 읽어보았다. 그러다가 우리나라 최초의 초편공예가이신 김봉원 님을 접하게 되었다.


책에서 나온 곤충은 진짜 살아 움직일 것처럼 보였다.


 중앙정보부에서 일하셨던 이력도 있다던데 왜 길거리에서 몇 푼 안되는 작품들을 팔고 계실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이 분은 진정한 자유인이시다. 주말에만 작품들을 팔고 그때 번 돈으로 월화수목금을 논다니.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을 직업의 우선순위로 꼽는 것 같은데, 이 분은 직접 실천하고 계시지 않은가. 사실 인사동에서 그를 내쫓았다는 상인들도 그가 돈을 많이 벌어서 질투한 것이 아니라, 그가 '즐겁게' 사는 모습을 보고 질투한 것이 아닐까? 자신의 일이 직업이 되는 즐거움은 둘째치고, 온종일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있으니 말이다. 본인에게 직업이 생긴다면, 저렇게 몰두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다. 인간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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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