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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감동시선

이정하-첫눈

아무도 없는 뒤를 

자꾸만 쳐다보는 것은 

혹시나 네가 거기 서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러나 너는 아무데도 없었다. 

 

낙엽이 질 때쯤 

나는 너를 잊고 있었다. 

색 바랜 사진처럼 

까맣게 너를 잊고 있었다. 

하지만 첫눈이 내리는 지금, 

소복소복 내리는 눈처럼 

너의 생각이 싸아하니 

떠오르는 것은 어쩐 일일까. 

 

그토록 못 잊어 하다가 

거짓말처럼 너를 잊고 있었는데 

첫눈이 내린 지금, 

 

자꾸만 휑하니 비어 오는 

내 마음에 함박눈이 쌓이듯 

네가 쌓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