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화준·한솔 지음 │ 알렙 │ 307쪽 │ 1만3000원
한국에서 사회적 기업의 문제의식이 시작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돼 36개 기업이 처음으로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된 해는 2007년이다. 제도화된 지 불과 7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사회적기업육성법에서 정의하는 범위만으로 사회적 기업의 의미와 활동을 모두 포괄하기 어려울 정도로 한국에서 사회적 기업의 영역은 크게 확장되고 있다. 아직 우리가 아는 사회적 기업이란 비영리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이다. 장애인, 노인 등의 사회 취약 계층을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해야 하며, 이익의 3분의 2 이상을 공익을 위해 써야 한다.
‘우리에게는 또 다른 영토가 있다’의 저자 송화준·한솔은 이처럼 제도권에서 말하는 사회적 기업법상의 목적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는 취약 계층의 일거리나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사회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문제를 비즈니스라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사회적 기업가 17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의 최초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 기업인 ‘노리단’을 만든 김종휘 현 성북문화재단 대표, 교수직을 버리고 젊은 세대가 사회 혁신, 문화 혁신의 새로운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헌신해 온 전효관 청년허브 센터장, 한국의 사회적 기업의 태동과 성장과 함께 해 왔던 세스넷의 정선희 이사 등이 사회 혁신, 사회적 기업 등에 대해 자신만의 대답을 내놓았다.
이들 17인이 하는 일은 ‘과연 돈을 벌 수 있을까’, ‘지속 가능한 일일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희한하다. 3년간 다니던 회사를 나온 뒤 ‘혼자 밥 먹지 말고 모여서 먹자’는 아이디어와 자본금 500만원으로 ‘집밥’사업을 시작한 박인, 자폐아를 대상으로 예술 교육을 하는 비영리단체 ‘삼분의이’의 서현주, 가상 나무를 심으면 실제로 나무를 심어주는 게임을 개발한 ‘트리플래닛’ 김형수, 1000명 이상의 ‘공부의 신’들이 청소년을 멘토링해주는 ‘공신닷컴’을 운영하는 강성태 등이 특히 그렇다.
하지만 이들 사업은 복지나 봉사 차원에 머물러 있으려 하지 않는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추구한다. 이 것이 또다른 공통점이다. 꾸준히 이익을 창출하고 새로운 수익 모델을 구상하며 사업을 키워나간다. 사회적 기업 컨설팅업체 ‘임팩트 스퀘어’의 도현명 대표는 이들의 일을 ‘임팩트 비즈니스’라 부른다. 사회에 긍정적 영향력을 미치려 노력한다는 의미다.
저자가 말하는 ‘또 다른 영토’는 비즈니스와 사회적 혁신의 새로운 규칙이 시도되고 세워지고 있는 영역을 말한다. 과거에는 영리와 비영리의 영역이 철저히 구분되었지만, 사회 혁신, 사회적 기업, 공유 경제, 공동체 활동을 하는 이들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규칙을 만들어가면서 활동을 한다.
이 책을 통해 17인은 사회적 혁신의 길을 위해 꼭 필요한, 하지만 쉽지 않은 질문에 묵묵히 자신들의 답을 내놓는다. 책 갈피갈피에 스며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 듣고 책장을 덮었을 때, 마치 지금 우리 사회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청년 사회적 기업가들의 다양한 움직임을 정리한 한 권의 지도를 본 것 같았다. 현재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청년 세대들은 이 책을 통해 힌트를 얻을 수도 있겠다. 아직은 실험 중인 사례들이 대부분이지만, 길을 찾고 만드는 시도 자체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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