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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준·한솔 엮음

알렙, 308쪽, 1만3000원>


“나는 생각했다. 희망이란 것은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이나 마찬가지다. 원래 땅 위에는 길이란 게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루쉰, ‘고향’ 중에서)


 이 책을 엮은 송화준(사회적기업포럼 대표)씨 등 두 청년이 머리말에서 인용한 구절이다. 책 갈피갈피에 스며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 듣고 책장을 덮었을 때 이 구절은 더 울림있게 다가온다.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거부하고 뭔가 다른 일을 도모해보고 싶고, 좀더 괜찮은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은 마음으로 떠난 ‘순례’ 끝에 읊조린 이야기이기에 그렇다. 이들은 순례를 산티아고처럼 머나먼 곳으로 떠나지 않았다. 한국에서 다양한 사회적 기업을 시도하고 실험한 17명을 차례로 만났다. 책은 이들과 나눈 대화의 기록이다.


 그런데 이 17인이 하는 일이란 게 좀 희한하다. ‘과연 수익을 낼 수 있을까’ ‘지속 가능한 일일까’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3년간 다니던 회사를 나온 뒤 ‘혼자 밥 먹지 말고 모여서 먹자’는 아이디어와 자본금 500만원으로 ‘집밥’ 사업을 시작한 박인, 자폐아를 대상으로 예술 교육을 하는 비영리단체 ‘삼분의이’의 서현주, 가상 나무를 심으면 실제로 나무를 심어주는 게임을 개발한 ‘트리플래닛’ 김형수, 1000명 이상의 ‘공부의 신’들이 청소년을 멘토링해주는 ‘공신닷컴’을 운영하는 강성태 등이 책의 주인공이다.


 이들이 하는 일에 공통점이 있다.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하되 복지나 봉사 차원에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라는 방법으로 해보자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 컨설팅업체 ‘임팩트 스퀘어’의 도현명 대표는 이들의 일을 ‘임팩트 비즈니스’라 부른다. 사회에 긍정적 영향력을 미치려 노력한다는 의미다.


 이 책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청년 사회적 기업가들의 다양한 움직임을 정리한 한 권의 지도로 읽힌다. “세상에 나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 반드시 있다”며 사회적 모험가가 된 이들이 들려주는 얘기는 경험의 현장에서 나왔기에 당당하면서 구체적이다.


 내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청년 세대들이 힌트를 얻을 수도 있겠다. ‘아직은 실험중’인 사례들이지만, 길을 찾고 만드는 시도 자체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이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