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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대한 의존성이 깊어지면서 책을 읽기보다는 손가락으로 스마트폰 자판을 두드리는 일이 많아졌다. 교실 속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귀 기울이지 않으며 어른들도 앞자리에 앉아 대화하는 친구들보다는 스마트폰 속 인공 이웃과의 메신저에 열중한다. 책 읽기는 스마트폰 자판 치기로 대체되고, 사색과 명상은 정보 검색으로 바뀌었다. 그야말로 스마트폰은 '대리 뇌' 구실을 한다. 

이정춘 중앙대 교수는 "공간을 초월, 소통 가능한 스마트폰이 종이책과 조용한 명상, 사색을 몰아내고 우리 뇌 회로들을 해체시키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 교수는 또 "우리는 엄청난 량의 정보를 다루면서도 많은 지식을 갖췄다고 착각한다"며 "독서에 요구되는 집중력이 능수능란한 정보검색능력으로 대체됐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디지컬 미디어의 수용이 추상적 어휘, 연역적 문제 해결, 비판적 사고, 상상력과 같은 고도의 인지 구조를 약화시킨다는 주장이다. 

스마트폰이라는 일종의 '대리 뇌'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치매'를 앓고 있다. 친구 전화번호를 외우지 않거나 직접 계산하지 않는, 스스로 생각하는 습관을 버린 '기억력 감퇴 유발자'가 늘고 있다. 이처럼 스마트폰에 의존한 나머지 계산 능력이 떨어지거나 기억력이 퇴화되는 것을 '디지털 치매'라고 부른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작년 초·중·고교생 156만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12%인 18만7000명이 스마트폰이 없으면 일상에서 장애를 겪는 '중독 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인문학적 소양이 황폐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생동감 있는 사회 접촉이 줄어들고, 스마트폰으로 인한 고립이 강화되고 지식과 학습의 힘이 점차 사그라지고 있다"며 "정보 과잉으로 인한, 사고의 폭도 좁아졌다"고 진단한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가치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다. 최근 우리 사회의 독서량은 점차 줄어들어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사진은 '책 일는 지하철' 모임의 플래시몹 장면.


전문가들은 독서 등 인문학적 활동의 회복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나마 스마트폰에 매몰된 사회 분위기에 대항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다. '책 읽는 지하철' 모임이 그 중 하나다. 이들은 작년 1월부터 매월 셋째주 토요일 '책 읽는 지하철' 플래시 몹을 전개한다. 이 행사는 첫회 80여명을 시작으로 매회 숫자가 늘어날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물론 신경숙 작가 등 사회저명인사들이 참여했다. 책 읽는 지하철은 '스마트폰에 빠진 지하철 풍경을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출발한다. 

참여자는 우리 주변에서 늘상 만날 수 있는 대학생, 직장인들이다. 모임과 몹은 모두 SNS 커뮤니티를 통해 이뤄지며 페이스북에서 회원이 4000여명을 넘어선다. 송화준 책 읽는 지하철 대표는 "이제는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이 사라졌다"며 "한결같이 스마트폰에 취해 있는 풍경을 보면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그는 또 "책 읽지 않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더 단절과 고립감을 겪는 것 같다"고 토로한다. 

2014년 현재 우리나라 휴대전화 이용자는 5450만명, 이중 스마트폰 이용자는 4300만명을 넘어섰다. 또한 스마트폰 보유율 세계 1위, 인터넷 접속가구 비율 세계 1위를 자랑한다. 그러나 2013년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9.2권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이며 성인 1000명 중 312명이 1년동안 단 한권의 책도 읽지 않고 있다. 원인 중에는 그저 단순히 일과 여가활동 시간 부족 때문이 아나라 순전히 ‘컴퓨터·인터넷·휴대전화·게임을 하느라 시간이 없다고 응답한 경우도 14.9%나 된다. 

오늘날 스마트폰은 기능과 성능에서 최첨단이다. 그에 따라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경향은 더욱 커졌다. 스마트폰은 단순히 전화기로만 인식하는 사람은 없다. 은행이며 극장이고, TV이며 책이다. 그래서 우리 손을 못 떠난다. 없으면 불안해 한다. 심지어는 스마트폰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이들이 많다. 따라서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속속 진화하지만 이에 걸맞는 인문학적 논의와 관심은 미약하다. 특히 오늘날 스마트폰은 인문학의 가치 회복은 더욱 절실해졌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