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하우스 맡은 편에 카페와 공방을 하는 선생님 댁에 마실을 갔다. 굼뜬 해가 뉘엿뉘엿 젖혀갈 저녁 무렵 시작해 날을 넘겨까지 담소가 이어졌다. 

느티나무 아래 작은 책걸상을 모으고, 그 위에 갓 따온 푸성귀에 잘 익은 고기, 약간의 알콜과 거나한 이야기가 더해지니 그렇게 안온할 수가 없었다. 

그 안온함이 입에 틈을 냈다. 일단의 괴로움을 토로했고, 선생님 눈길을 따라 시작해 천천히 주위를 둘러봤다.  

별이 사이사이 박힌 머리 위 느티나무, 왼쪽 어깨에 걸친 달빛, 전등 앞에 모여든 풍뎅이와 벌레들, 그리고 우리 사이에 놓인 소박한 술상..

"어때요, 참 맛나죠? 그렇게 살아요. 맛있게 살아요."

그리고 다시 술잔이 한 배, 두 배 돌았다. 

-나를 숨쉬게 하는 곳, 춘천 김유정역 우문하우스에서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