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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Ⅰ/끄적이다

[화준, 우문일상]2015년 06월 09일 - 금병저수지

우문하우스의 앞산인 금병산에는 특별할 것 없는 저수지가 하나있다. 물이 제법 차면 나름 낭만이 있겠으나, 지금은 가물대로 가물어서 마른 속살을 드러낸 게 미관상으로도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다. 물론 그건 내 생각이고, 옛적 밭농사 밖에 지을 수 없던 실레마을(실레는 시루의 방언으로 동네가 시루 모양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민들에게는 척박함을 이겨내고 논농사를 짓게해준 녀석이니 꽤나 특별할 것이다.


입산을 하고 신발을 손에 들고 조심조심 한걸음 한걸음 땅에서 전해져 오는 감촉을 느끼며 걷다보면 금새 이곳에 당도한다. 근처까지도 잘 터지던 핸드폰은 작은 신호도 잡지 못하고 귀를 채우던 음악은 스트리밍을 멈춘다. 방법없이 숨통처럼 붙들었던 김광석을 내려놓고 돌판 위에 눕는다. 하루내 뎁혀진 돌의 온기가 참으로 포근하다. 조금 눈부신 하늘을 눈꺼풀로 지그시 막고 주위의 소리에 집중한다. 선택이라기 보단 어쩔 수 없는 과정이다. 


잔잔하게 흔들리는 물소리가 속삭인다. 산새와 벌레들이 울음이 적막을 채운다. 눈에 보이던 마른 살결과 달리 산은 아껴뒀던 습기를 바람에 담아 보내온다. 그리운 체취처럼 그윽한 산향기가 코주변을 맴돈다. 나도 모르게 잠시 잠이 들었다. 그리운 체취와 온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루를 버티는 것이다. 


-나를 숨쉬게 하는 곳, 춘천 김유정역 우문하우스에서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