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문제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굴까? 당연히 장애인 자신이다. 이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사회적 기업에도 똑같이 적용해볼 수 있다. 여기 세 살 때 열병을 앓고 뇌병변 장애를 갖게 된 유정호 씨가 있다. 그는 장애인용 도서를 만드는 기업 ‘스마트코어’의 대표이기도 하다.

“제가 장애인 교육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두 번 있었어요. 세 살 때 앓은 열병으로 장애를 갖게 됐죠. 이 때문에 한의대 면접시험과 공무원 임용고시에서 탈락했어요.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일방적 수혜자로 봐요. ‘귀찮으니까 그냥 줘버리자’ 하죠. 장애인 특례입학 해서 그렇게 쉽게 쉽게 대학을 보내는데 졸업하고 나와 봐야 용접하고 인형 눈알 붙이고. 자기 경험과 상관없는 아주 일반화된 일을 하는 거예요. 사회적 낭비죠. 장애인 복지하는 사람도 기준이 없기는 마찬가지에요.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이나 환경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행정적인 틀에서만 생각하죠. 제가 스스로 문제을 바꿔나가고 싶습니다.”

유 대표가 설립한 스마트코어는 2개 기술을 특허출원 중이다. 하나는 시각장애인과 일반인이 함께 책을 볼 수 있는 투명점자 인쇄기술이다. 이를 활용하면 기존의 점자도서의 10분의 1 가격으로 제작이 가능하며 일반인과 장애인이 한 권의 책을 서로 아무런 불편함 없이 함께 읽을 수 있다. 2012년 6월에 이를 활용한 어린이용 아동 도서가 시판될 예정이다. 또 하나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출력기로 책의 가장자리에 별도코드(일명 GN코드)를 삽입해 온라인을 통해 소리로 책을 읽을 수 있는 기술이다. 현재 기술 상용화를 위해 서울대 연구팀과 공동 작업 중이다.

이날 인터뷰에는 SGS 1기 수료생인 장경익 씨가 함께 자리를 지켰다. 둘은 십년지기로 10여 년 전 회사 동료로 만났다. 장 씨는 유 대표에게 사회적 기업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SGS 입학을 추천한 주인공이다. 유 대표의 집이 SGS 교육 장소가 가까운 성균관대 수원캠퍼스 근처에 있어서 장 씨는 수업이 끝난 후 유 대표를 자주 찾았다고 한다. 

장 씨는 SGS에서 경영을 배우면서 힘들긴 했지만 스스로 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 대표가 하려는 일이 장애인을 위한 고급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것이지만 당시에는 막연한 부분이 있었다며, 바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보다 SGS에서 이론을 배우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좋을 거라며 소개했다고 한다.

유 대표의 십년지기이자 SGS를 소개한 1기 수료생 장경익 씨(왼편)

“형(장경익 씨)이 수업을 듣고 오면 투덜투덜하는 거에요. 수업이 너무 힘들다고요. 그런데 그 말투 속에 은근히 ‘나 이런 수업 듣는다’란 자랑 같은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SGS가 뭐 하는 곳이냐’고 물어봤더니 사회적 기업 경영에 대한 아카데미라고 설명을 해주더라고요. 그렇게 SGS와 사회적 기업에 대해 알게 됐어요”라며 사회적 기업을 알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서로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그들의 우정이 느껴졌다. 유 대표에게는 최근 경사가 있었다. SGS 수료 후 아름다운가게의 뷰티풀펠로우에 응모해 선발된 것이다. 이 소식을 기자에게 가장 먼저 전한 것도 유 대표의 10년 지기인 장경익 씨였다. 

뷰티풀펠로우는 한국의 대표적 사회적 기업인 아름다운가게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가능성을 가진 사회적기업가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체계적인 지원시스템뿐 아니라, 합숙면접이 포함된 까다로운 선발과정과 치열한 경쟁률로 유명하다. 그는 SGS에서 배운 것들이 뷰티풀펠로우에 지원할 때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2기 최종 5명에 선발됐어요. SGS에 강의 오시는 분, 선배 사회적 기업가 분들부터 한국의 훌륭한 사회적 기업가들이 많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에요. 1기 때는 ‘공부의 신’ 강성태 씨 등이 선발됐어요. 이번에도 워낙 경쟁률이 높았다고 하더라고요. 1차 서류 심사로 걸려져서 공개된 명단만 108명으로 20대 1이 조금 넘었죠. 저는 ‘일반인을 위한 자서전’으로 선발됐어요. 자서전은 위대하고 대단한 사람만 쓰는 게 아니라 서민들도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인생의 전환포인트를 잡아주기 위해 구상했어요. 힘겹게 살아온 인생을 정리하다 보면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제작될 자서전은 소책자 형태로 전국의 아름다운가게 매장 120곳에 비치되어 대중들과 만날 예정이라고 한다. 수익구조에 대해서 물어 보니 수익추구형 사업이 아니라며 보유한 두 개의 특허를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자서전은 무료로 제작해줄 거란다.

“자서전을 출판하는 것은 수익추구보다는 장애인이 제작을 하고 일을 해서 장애인이 고급 인력으로서 활동할 수 있게 교육하는 것에 목적이 커요. 당장 어떻게 수익이 날까를 생각하진 않았어요. 우리 회사의 가장 중요한 고용 조건은 때 내가 좋아서 배운 만큼 뒤에 오는 사람을 가르쳐주는 것이에요. 사이클이 되는 거죠. 서로 멘토링 하면서 회사가 돌아가고 늘어나는, 그게 제가 생각하는 사회적 기업이에요.”

사진 : 아름다운 가게 홈페이지

스마트코어는 사업 초기인데도 불구하고 이미 매달 3,000만 원 정도의 매출을 내고 있었다. SGS에서 지원받은 3,000만 원도 특별히 자금이 필요해서 받은 것은 아니라며 법인 설립 시 자본금으로 활용했단다. 향후 사업의 목표 또한 수익 확대를 통해 장애인 고급 인력을 양성하고 그들의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잡았다.

유 대표를 만나고 돌아오면서 많은 질문이 머리를 스쳤다.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장애인을 바라 보고 있나’. 이는 줄곧 우리 자신을 향해왔고 언젠가 답해야 할 질문이었다.

장애를 갖고 남들보다 더 잘한다는 게 어렵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모든 일은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 어렵다고 해요. 이것도 어렵고, 저것도 어렵다고 말해요.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단지 시간이 걸릴 뿐이다.’”

그는 존재 자체로 빛나는 사람이었다. 그가 하고자 하는 것은 아마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감내해 나갈 것이다. 그의 멋진 활약과 그가 바꿔나갈 세상을 기대한다.


본 기사는 나눔나우와 SGS사회적기업가 아카데미의 공동취재 형식으로 작성된 기사입니다. 양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기사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SGS사회적기업가 아카데미는 예비사회적기업가 양성을 위한 삼성, 경기도, 성균관대의 공동 사회공헌프로그램입니다.

-스마트코어 유정호 대표 : adbnnk71@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