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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지도를 받지 않고도 스스로 자기 길을 찾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그들을 대출을 받아야 하는 형편이면서도, 재정적으로 자립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 비유할 수 있다. 부모라는 은행이 아무리 친절하게 대해 주어도, 대출 받은 십대들은 이자에 대해 화를 내는 경향이 있다. 십대들은 도움을 주면 간섭한다고, 관심을 보이면 어린애 취급한다고, 조언을 하면 지시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율을 두려워하긴 하면서도, 최고의 가치로 평가한다. 자율을 방해하는 사람은 누가 되었든 그들에게 원수가 된다.
기타 접어놓은 대사들이 있었는데 깜빡 잊고 반납해버려서... 다 쓰지 못했다. 뭐 어차피 이 책은 십대들의 특성 때문에 '실전용'이나 다름없는 책으로 나와서, <부모와 아이 사이>와 중복되는 내용이 많다. 기노트 스스로도 예시에서 그렇게 밝혀놓았기 때문에, 틈 잡을 것은 없었다. 오히려 기노트 특유의 깔끔한 정리능력이 더욱더 돋보였다고나 할까. 일단 십대를 이해하는(혹은 이해하는 척이라도 하는) 방법, 그들을 다루는 공식적인 원칙들을 지적해 놓았다. 십대들을 무턱대고 함부로 빠져들 수 있는 술, 담배, 성관계, 그리고 약종류들로부터 떼어놓는 방법에 대해서도 자세히 쓰고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10년 정도 전에 쓰여진 책이기 때문에 기관에 대한 정보는 이 책만 봐서는 확실하지 않다. 또한 미국에서 쓰여진 책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적용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있다. 반드시 한국의 상황에 적합한 육아책과 같이 병합해서 보고, 여러 정보들을 더 모으길 추천하는 바이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부모로서 필수적으로 익혀야 할 기본적인 기술과 원리를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실제에 적용하기 힘들다는 책은 아니다. 후반기에 가서는 십대가 있는 각양각색의 부모들이 직접 토론한 내용을 실음으로서, 부모들의 태도 자체를 지켜보고 좀 더 나은 해결책을 제시한다.
다 좋은데 한 가지 마이너스 요소가 있다면, 아이의 옷차림을 지적하는 태도에 대해서 가르치는 장이었다. 솔직히 누구나 대학을 졸업하면 꼰대가 된다. 아무리 "내 마음은 청춘이다"라고 주장하더라도, 십대들에게 아저씨 아주머니로 불리는 데엔 장사없다. 한 사람의 마음도 모르는데 어른들이 어떻게 아이들의 패션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설령 다른 십대들에 비해 무지 뒤쳐지는 옷이라도, 어차피 친구들에게 지적을 당하면 아이가 스스로 옷 입는 스타일을 바꾸기 마련이다. 아이의 몸에 해로운 것이라면 모를까, 나는 맘에 드는 옷 입을 자유 등등은 보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것을 보면 기노트도 꼰대로서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가정관계에선 U자형 곡선이라는 게 있는데, 아이를 낳을 때부터 관계곡선은 급속히 추락하여, 아이가 십대가 되고 부모가 40대 중년이 되었을 때 밑바닥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그러나 언젠가 시간은 지나가고,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 부모 곁을 떠난다. 이왕이면 즐겁게 보내자. 사진은 '시선 1318' 중 한 장면.
리뷰어 미나비리스(김정원) 블로그 '마호가니 서재에서 헤드폰을 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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