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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듯하게 잘라놓은
나의 오렌지는
핑크보다 따뜻하고
토해내지 않아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화이트는
진실의 색.
아차, 페이지가 몇 쪽인지 적어놓는 걸 잊었다. 어차피 가볍게 읽는 에세이라 몇 장에 무슨 글귀가 적혀있든 상관이 없으므로 이렇게 넘어가자. 원래 시인이 쓴 에세이말고는 잡문집 자체를 잘 안 읽는 편이다. 그러나 친구 놈이 최강희 팬이고, 하도 이 책이 좋다고 우기길래 무슨 책인지 궁금하여 책장을 들춰보았다. 에세이와 사진 몇몇을 설렁설렁 둘러보는데 이 구절이 마음에 들어서 빌려보았다. 아무것도 묻히지 말고 접지도 말라는 친구 님의 말을 받들어 집에서 한큐에 다 읽었다. 내용은 뭐 그럭저럭 괜찮았다. 무엇보다도 시규어 로스라는 아이슬란드 밴드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김C가 최강희에게 어울릴 것 같다며 소개해 주었다지만, 그 밴드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일 정도라면 음악을 꽤 들은 사람이 아닌가 생각했다. 뭐 친구는 뮤지컬 배우이니 당연히 음악에 대해선 정통하지 않겠느냐고 따지겠지만...
그녀가 입고 있는 옷도 특이했고, 하는 행동도 톡톡 튀었다. 이런 사람이 도대체 이 편협한 한국에서 어떻게 살고 있나 신기할 정도로. 말 그대로 한 여자의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다이어리를 읽는 기분이랄까. 에세이를 다루고 있는 본인의 손이 저절로 부드러워질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우울함을 이겨내라' 등 지루한 설교적 말투가 없었다. 자신의 쓸쓸함, 눈물, 웃음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솔직하게 사람들과 공감하려고 하는 태도였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듯 조심스럽게 접근하던 '그녀'가, 부끄러워하며 첫 인사부터 따뜻한 포옹을 하는 듯한 기분이랄까. 내 글솜씨로는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다. 아무튼 어언 이틀간 분노해있던 내 기분이 조금 가라앉았다.
친구는 처음 출간되었던 빨간색 판본을 지니고 있었다. 금방 절판이 되어서 2009년엔 초록색 양장판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나중에 한 번 구입해볼까 생각중이다. 친구는 빨간색 책 나는 초록색 책으로, 그렇게 하나씩.
아름답다.
리뷰어 미나비리스(김정원) 블로그 '마호가니 서재에서 헤드폰을 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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