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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준, 우문일상]2015년 06월 09일 - 금병저수지 우문하우스의 앞산인 금병산에는 특별할 것 없는 저수지가 하나있다. 물이 제법 차면 나름 낭만이 있겠으나, 지금은 가물대로 가물어서 마른 속살을 드러낸 게 미관상으로도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다. 물론 그건 내 생각이고, 옛적 밭농사 밖에 지을 수 없던 실레마을(실레는 시루의 방언으로 동네가 시루 모양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민들에게는 척박함을 이겨내고 논농사를 짓게해준 녀석이니 꽤나 특별할 것이다. 입산을 하고 신발을 손에 들고 조심조심 한걸음 한걸음 땅에서 전해져 오는 감촉을 느끼며 걷다보면 금새 이곳에 당도한다. 근처까지도 잘 터지던 핸드폰은 작은 신호도 잡지 못하고 귀를 채우던 음악은 스트리밍을 멈춘다. 방법없이 숨통처럼 붙들었던 김광석을 내려놓고 돌판 위에 눕는다. 하루내 뎁혀진 돌의 온.. 더보기
[화준, 우문일상]2015년 06월 09일 - 맛있게 살아요 우문하우스 맡은 편에 카페와 공방을 하는 선생님 댁에 마실을 갔다. 굼뜬 해가 뉘엿뉘엿 젖혀갈 저녁 무렵 시작해 날을 넘겨까지 담소가 이어졌다. 느티나무 아래 작은 책걸상을 모으고, 그 위에 갓 따온 푸성귀에 잘 익은 고기, 약간의 알콜과 거나한 이야기가 더해지니 그렇게 안온할 수가 없었다. 그 안온함이 입에 틈을 냈다. 일단의 괴로움을 토로했고, 선생님 눈길을 따라 시작해 천천히 주위를 둘러봤다. 별이 사이사이 박힌 머리 위 느티나무, 왼쪽 어깨에 걸친 달빛, 전등 앞에 모여든 풍뎅이와 벌레들, 그리고 우리 사이에 놓인 소박한 술상.."어때요, 참 맛나죠? 그렇게 살아요. 맛있게 살아요."그리고 다시 술잔이 한 배, 두 배 돌았다. -나를 숨쉬게 하는 곳, 춘천 김유정역 우문하우스에서 쓰다. 더보기
[화준, 우문일상]2015년 06월 07일 - 오디의 추억 '오디'라고 들어보셨나요? 뽕나무에 열리는 열매입니다. 잘 읽은 오디는 세월을 품은 할머니 젖가슴처럼 검붉게 물듭니다. 크기도 촉감도 비슷하지요. 잘 익은 오디를 한 입에 쏙 넣으면 입안가득 달착지근한 향이 퍼집니다. 의학적으로는 항암효과와 노화방지 효과가 있고, 여자들이 관심많은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하지요. 근데 이놈에겐 한가지 흠이 있습니다. 만지면 잘 묻어나고, 묻으면 잘 안 씻긴다는 거지요. 특히 오디 물든 옷은 빨아도 잘 안 지워집니다. 어릴적 자란 시골집 옆산에는 뽕나무 밭이 우거졌었습니다. 저는 컵 가득 따갖고 다니며 계속 오물오물하곤 했는데 그걸 본 동네 아주머니들이 더러워진다고 먹지 말라고도 하시고, 엄마한테 혼날거라고 걱정도 하셨지요. 하지만 정작 저희 어머님은 그런 말도, 내색을 한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