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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Ⅰ/모임소식

북메트로 북톡 : 걷는사람, 하정우(문학동네) - 홍대/합정/주말/독서모임


*2019년 2월 9일 북메트로 토요산책(홍대 주말독서모임)에서 나눈 대화 정리입니다. 


걷는 사람, 하정우
국내도서
저자 : 하정우
출판 : 문학동네 201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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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st 민정 guest 예은, 바다, 유정, 남석, 정민, 옥재, 정헌, 산, 슬기, 준희 (결석 : 명산, 로연, 정현, 은혜)


민정) 각자 어떻게 읽었는지. 책에 재밌는 표현이나 비유 같은 게 많이 나오잖아요. 돌려깎기. 체소심, 재판.. 인상 깊은 표현 같은 게 있었는지.

바다) 재판 잘 받으셨어요? (*재판 : 아침 식사 후 걷기에 앞서 화장실에 갔다 오는 것) 하정우는 순례처럼 걷는 거 같아요. 그래서 그 안에서 사용하는 익살스런 표현들이 더 재밌게 느껴졌던 거 같아요. 작가라는게 일상을 잘 포착해서 쓰는 사람들이라고들 하잖아요. 만약 배우라는 걸 모르고 읽었다면 이 사람 천상 작가구나 생각했을 거 같아요. 좋았어요. 

유정) 좋은 표현이 나온다는 건 여기와서 듣고 알았어요. 저는 좋은 생각을 가진 사람의 좋은 삶을 보는 거 같아서 그게 너무너무 좋았고, 좋은 연기는 좋은 삶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이런 부분이 좋았어요. 걷는 건 필연적으로 자기 혼자 하는 행위니까. 리플렉션을 많이 하니까. 이 사람의 어떤 생각들이 정제되어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 책을 읽고 걷기로 결심했다고 많이 하잖아요. 그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실행을 이끄는 힘이 있는 거 같아서 그게 너무 좋았어요. 

예은) 연예인이라면 화려한 사생활이라던가 이런 걸 많이 생각했는데, 건전한 일상을 사는 거 같아서 그게 인상 깊었어요. 하정우라는 인간에 대해 다시 보게된 계기였던 거 같아요. 그리고 취미 생활을 같이 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대개 부럽더라고요. 같이 걷기도 하고, 독서모임을 같이 하고, 하와이 여행을 같이 가고 그런게 좋았어요. 

준희) 하정우 연기를 보면 뜬금없이 뜬금없는 포인트에서 웃기는 그런게 있거든요. 이책도 그런 느낌이었어요. 2부에 보면 갑자기 요리에 대해서 얘기하잖아요. 진지하게 요리에 대해서 막. 전 그게 좀 웃겼어요. 그리고 221페이지에 사진이 있는데 그게 대개 하정우스럽다 생각했어요. 

슬기)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걸 말할때 굉장히 꼰대 같아 보일 수 있잖아요. 그렇지 않아서 좋았어요.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걸 강요하지 않듯이 말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 같아요. 

민정) 인생하고 걷기가 많이 닮아있다는 말을 하잖아요. 심지어 책 마지막에 나오잖아요.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그 이유가 뭘까 궁금했어요. 

슬기) 시간은 어떻든 흘러가는 거니까. 그게 걷는 것과 비슷한 거 같아요. 흘러가는 시간에서 선택하는 게 인생이고, 걷는 것도 똑같은 걸음이어도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 달라지잖아요.

바다) 걷기도 있지만 인생을 비유하는 말이 많잖아요. 그래서 하정우가 생각하는 인생은 뭘까 그런 생각을 먼저 해봤어요. 종교적인 순례, 고행 이런 거와 하정우가 걷기를 말할 때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 책에서도 마지막에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얘기하고, 티베트 이야기를 하는 것도 그렇고. 계속 해나가야 하는 거 그 안에서 고통을 통해 어떤 깨달음을 얻는 거. 그런 과정으로 삶과 걷기를 보는게 아닌가 싶어요. 책에 보면 다른 운동 얘기도 잠시 나오고 하잖아요. 근데 걷기를 말할 때는 운동으로 말하는 거 같은 느낌이 아니었어요. 

유정) 의미부여인거 같아요. 시간과 공간, 시간은 보이지 않으니까. 그걸 표현하기 위해 길, 걷기로 표현한 거 같아요. 저는 하정우가 의미 부여를 잘 하는 사람 같거든요. 어떻게 의미 부여를 하느냐에 따라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기도 하고. 그래서 걷기가 하정우한테 잘 맞았던 거 같아요. 

산) 전 걷기와 독서가 닮은 거 같아요. 둘다 핑계대기 쉬운? 우리나라 평균 독서량이 한달에 한권이 안된다고 하는데, 저는 시간을 쪼개서 쓰면 3권은 충분히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인생하고 걷기와 독서가 많이 닮았다고 생각해요. 

예은) 선택에 달려있는 거 같아요. 인생도 그렇고 걷기도 그렇고 목적지는 정해져 있고, 어떻게 가느냐의 문제인 거 같거든요. 왼쪽으로 가도 되고 오른 쪽으로 가도 되고. 최단 코스로 가도 되고 지나고 싶은 가게를 지나가도 되고. 그런 선택의 기로가 인생이든 걷기든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 하잖아요. 그 선택에서 따라서 보여지는 풍경이 달라지고.

민정) 루틴에 대한 얘기가 나오잖아요. 정신과 상담을 할 때 루틴을 지켜보라고 한다고. 각자 지키는 루틴이나 해보고 싶은 루틴이 있는지 궁금했어요. 저는 원래 걷는 걸 좋아하기도 하는데, 하정우가 생각이 많아지면 일단 걷자 라고 하잖아요. 그게 유용하다고 느꼈어요. 정말 걷고 돌아오면 뭐 먹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원래 고민하던거 잊게 되고. 어제는 한남동에서 강남까지 걸어갔어요. 다리 건너면서 풍경도 보고 좋았어요. 

옥재) 하정우가 본인을 위해서 걷기도 하지만 주변 사람들한테 같이 걷자고 막 끌잖아요. 저도 최근에 아빠하고 같이 운동하자고 PT 같이 끊었어요. 이책을 읽은 시기랑 PT를 끊은 시기랑 비슷한데, 바쁘다고 핑계대지 말고 아빠를 끌고 같이 가서 운동을 해야 겠다 마음을 먹었어요. 나만 운동하고 그러지 말고 주변 사람 챙기면서 같이 갈 수 있는 루틴을 만들어야 겠다 그런 결심을 하게 됐어요. 아빠랑 같이 하니까. 취미 생활도 겹치고 얘기할 수 있는 거리도 생기고 그런 게 좋더라고요. 

예은) 저는 북메트로 알게 돼면서 루틴이 바뀐게, 제가 출퇴근할 때 항상 버스를 탔었거든요.' 책읽는지하철' 캠페인 때문에 지하철을 타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하다가 여기 북클럽도 하게 된 거거든요. 그렇게 하게 되니까. 책을 진짜 많이 읽게 돼요. 제가 일산 살아서 지하철을 타면 최소 한번은 갈아타야 하거든요. 근데도 주말에 서울 나올 일 있을 때도 지하철을 타게 돼더라고요. 그런 루틴이 바꼈고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버스는 타면 자게 되고 멀미도 나고. 

슬기) 저는 규칙적으로 루틴을 지키는게 도움된다고 생각하게 된게. 전 학원에서 일하는데 작년에 계속 오후에 출근했거든요. 오전 시간이 다 비어요. 오전 시간은 무조건 카페에 나가서 할 수 있는 걸 하자 마음 먹고 7시에 나가기도 하고 글쓰기도 하고 책 읽기도 하고. 오전 시간을 잘 뜻대로 썼었거든요. 그렇게 하고 나서 올해 1월에 이렇게 몸에 익었으니 집에서 해볼까 할 수 있겠지 했는데 웬걸. 1년동안 한 게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구나 처절하게 깨달았어요. 이렇게 규칙을 정해놓고서 하는게 도움이 되는구나 새삼 느꼈어요. 오전 시간을 잘 쓰고 출근하면 제가 아이들을 대할 때도 훨씬 더 여유있고 온화해져요. 내가 스스로 약속하고 그걸 지키는게 나의 정신상태를 좌우하는 구나 최근에 많이 느꼈어요. 

유정) 저는 살면서 기분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분이 기분이 아니고 어떤 내가 겪는 경험과 관계에 시그널이 생각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루틴이 많은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루틴이 많으면 자기를 나쁜 기분에서 빨리 빼내줄 그런 게 있다고 생각해요. 루틴을 지키는 거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는 한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바다) 루틴이 좋은 건 아는데, 만들고 싶은 루틴이 많은데 정착이 안 되거든요. 어떻게 정착 시켜요? 

유정) 요즘 카카오 오픈채팅방 같은 거 보면 목표를 공유하는 채팅방들이 있어요. 미라클 모닝 같은 거. 서로 서로 체크리스트 공유하고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거 그런 것들 많이 있어요. 

남석) 앱도 있어요. ‘챌린저스’라고. 목표하고 돈을 걸고. 어떤 목표가 있으면 그걸 정해진 시간에만 사진을 찍어서 인증하고 지나면 인증 못하고. 가끔은 후원이 들어오는지 상금 같은 거 걸로 추가로 100퍼센트 완수하면 원래 받는 거 외에 상금를 추가로 주고. 대개 많아요. 매일 물 마시기. 일찍 일어나기. 책보기.. 

준희) SK텔레콤 쓰는데, AI어플이 있어가지고 그거 설정하면 몇천보 걸으면 통신비 할인해주고, 스타벅스 커피 주고 그런 것도 있어요.

민정) 어떤 상황 안에 있으면 그게 잘 안 보일 때가 많잖아요. 그런 걸 요즘 많이 느끼는데, 하정우는 그걸 대개 잘하는 거 같아요. 깨닫고 그걸 고치고. 혹시 이책을 읽고 새롭게 깨닫거나 느낀게 있는지. 

바다) 이책을 보면 사실 새로운 내용은 없거든요. 걸으면 좋다는 거 알고 있고, 먹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고. 그래서 새로운 걸 깨달았다기 보다는 새삼 다시 느낀달까 그런 느낌인 거 같아요. 이 책을 읽고 다들 걷고 싶다, 청량감이 든다 이런말 하는게 그런 이유 같아요. 그게 이 책의 매력 같아요. 

유정) 저는 당연한게 삶을 관통해서 나오면 당연하지만 절대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경험을 하면 생각이 정립이 될 거잖아요. 그러면 같은 것을 겪더라도 각자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심오하게 가는 거 같은데 사람들을 만났을 때 같은 차원의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같이 요리를 먹고 ‘맛있어'라고 얘기를 하지만, 이 사람이 맛있어 라고 하는 것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완벽히 다른 차원에서 무슨 맛있음 일 수 있다는거죠. 저는 이책에서 그런 걸 많이 느꼈어요. 대개 뻔한 이야기인데 어떤 사람의 경험과 리플렉션을 통해서 나오는 건 이런 모습이겠구나. 제가 하정우를 너무 우상화 하는 거 같은데. 그래서 너무 좋았어요. 

민정) 세번째는 예술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 싶어요. 하정우가 그림을 그리면서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신경을 쓰다가 나다운 게 행복하다고 얘기를 하잖아요. 근데 영화에 있어서는 흥행하지 못했을 때 왜 흥행하지 못했을까 고민하는 모습이 역설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예술가로서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 얘기를 해보고 싶고. 또 하나 얘기 나눠보고 싶은 건 좋은 작품은 좋은 삶에서 나온다고. 예술성과 일상의 안전이 양립가능하지 않다고 하는데 자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궁금했어요. 각자 생각하는 예술가의 이미지가 있으신지. 

유정) 감이라는게 있잖아요. 감은 순간의 문제가 같은데, 그러면 젊음에서 나오는 건가. 한동안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근데 듣다보니까. 감은 숙련에서 나오는 건가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거 같아요. 규칙적으로 무언가 꼴똘이 이어갔을 때 감이 나오는 건가. 아무말 대잔치 였습니다. 

바다) 젊음과 숙련이 다른 차원의 문제 같아요. 독서를 다른 말로, 거인의 어깨에서 세상을 보는 거라고 표현하잖아요. 숙련이라고 하면 연마하고 익히는 거 일텐데 그게 공부를 통해서 되기도 하지만 경험을 통해서 이뤄지기도 하잖아요. 장년층은 그걸 만들면서 거기에 갇힌다면 새로운 세대는 그걸 자연스럽게 습득하면서 성장하고 그 토대 위에서 새로운 걸 창조하는 거죠. 그래서 나이가 들어도 거기에 갇히지 않는다면, 새로운 것에 열려있다면 충분히 감을 유지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해요. 

다른 얘기를 해보면 김영하 소설가의 책을 읽고 있는데 거기에 보니까 한류가 왜 세계적으로 유행인가, 뛰어나서인가, 자기가 보기엔 아니라는 거예요. 이상해서 라는 거에요. 미국 문화와 일본 문화의 토대 위에서 이상한 것을 만들었기 때문에 독창적이고 세계적으로 잘 받아들여지는 상품이 됐다는 거죠. 그래서 더 이상해져야 한다. 하정우가 말하는 예술과 김영하의 예술이 좀 다른 거 같아요. 하정우는 삶을 통해서 발현되는 어떤 성취 같은 무엇. 이런 가치관이 삶을 행복하게 하는데는 좋은 자세인거 같고. 좋은 예술 작품을 만들었지만 삶은 불행한 경우도 많잖아요. 그래서 예술적으로 뛰어난 건 조금 별개의 문제 같아요. 전 하정우의 관점이 대개 좋다고 생각하는데 조금 조심해야 할 점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정우는 좋은 삶에서 좋은 연기가 나온다 라고 했잖아요. 이게 조금만 달라지면 꼰대의 말이 될 수 있거든요. 그게 뭐나면 네가 연기를 못하는 건 열심히 살지 않아서 그래. 부자가 못된 이유는 게을러서 그래. 이렇게 뒤집어서 말하면 위험해질 수 있는 거죠. 한 사람이 자신의 삶에 대입했을 때는 굉장히 좋은 모습이지만 다른 사람한테 강요했을 때는 위험해질 수 있는. 이건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준희) 한류가 이상해서 성공한거라고 얘기를 하셨는데. 대중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이뤄지는게 중요한 거 같아요. 장기하가 노래를 만들 때 판소리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다른 게 없었으면 그게 그냥 판소리지 그랬을 거고. 너무 대중성하고 떨어져 있으면 그건 그냥 실험적인 음악일 뿐이에요. 그런걸 독창적이고 예술적이라고 하지는 않는거죠. 장기하가 인기를 끌 수 있던 것도 그런 걸 잘 지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새로움 추구하는게 예술가가 해야할 일이지 않나 생각했어요. 

예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가 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똑같은 캐릭터라도 해도 누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지잖아요. 저는 책을 고를 때도 정보 전달하는 책보다는 자기 주관이 뚜렷한 책이 좋거든요. 그게 저하고 생각이 달라도. 

유정 ) 저는 세계관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장기하를 준희가 말했는데, 장기하가 반짝하고 끝나지 않은 건 장기하만의 세계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장기하가 옛날에 산울림 같은 노래를 많이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취향에서 쌓아올린 세계관을 통해 다른 걸 자기 식으로 해석해낸 거 같아요. 하정우는 자신만의 세계관을 공고히 하는데 있어서 루틴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같아요. 그걸 통해서 자기만의 스타일의 작품을 만드는게 용이하다고 보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바다) 책에서 하정우가 예술가로써 추구하는 가치를 보면 크게 두가지 같아요. 하나는 일상을 충실히 사는 거. 또 하나는 나다움을 지켜내는 거. 두번째 나다움에 대해서는 얘기를 덜 나눈거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 궁금해요. 김영하 소설가 같은 경우는 대중적으로 인기를 끄는 작품하고 자기가 쓰고 싶어서 썼지만 대중적으로 인기가 없을 거 같아서 써놓고 발표 안하는 작품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작품을 쓸 때 행복하다고. 이렇게 구분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남석) 어떤 작품이 최소한 자기 마음에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중적인 인기와는 별개로. 꼭 예술이 아니어도 업무에서도 마찬가진데 최소한 한 행위와 결과에 있어서는 자기한테만은 당당해야 하고 자기는 믿어야 할 거 같아요. 

민정) 제가 십센치를 좋아하는데, 자기들은 ‘아메리카노' 노래가 대중적인 시기와 맞아서 성공했지만 좋아한 노래는 아니었다고  하더라고요. 

남석) 그것도 마찬가진데 노래가 좋으면 물론 노래는 듣겠지만, 그래도 만든 사람이 그걸 좋아하지 않으면 그 가치는 떨어질 거 같아요.

슬기) 파괴의 에너지에서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뭔가 충동과 파괴의 에너지를 인생 자체를 쏟아부으면 자기를 갉아먹는 거 같아요. 그런 에너지의 바깥에 바른 생활을 씌워서 내 일상과 삶을 이끌어 가면서 필요할 때 파괴의 에너지를 끌어다 쓸 수 있으면 더 좋은 작품을 꾸준히 낼 수 있겠구나. 하정우가 ‘오랫동안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을텐데’ 라는 말이 그런 의미였구나 생각이 드네요. 

민정) 우리가 작품을 볼 때 작품만 보고 판단하지 않잖아요. 작가의 배경을 보고 작품을 보잖아요. 작가의 삶이 슬퍼서 작품이 더 비극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그런 작품과 하정우 같이 바른 삶을 사람이 그린 그림을 보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남석) 그래서 그런지 전 이 똑같은 책을 하정우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썼다면 어땠을까 어떤 느낌으로 읽혔을까 그게 대개 궁금했어요. 걷는 사람 하정우가 아니라 걷는 사람 OOO

유정) 저는 어떤 성취를한 사람이 썼다면 괜찮았을 거 같아요. 하정우가 지속가능한 성취의 모델인거 같은데. 이걸 가능하게 한 토대가 이런 루틴이었다. 그래서 이책이 와닿는 거잖아요. 성취가 없는 상태에서 어떤 사람이 썼다면 그건 좀 다른 느낌이었을 거 같아요. 

바다) 힙하다고 하잖아요. 그런 느낌의 사람이 썼다면 전 비슷하게 읽었을 거 같아요. 무조건 성공했다거나 대단한 작가가 썼다는 것만으로 좋다고 느끼지는 않았을꺼 같아요. 메시지에서 메신저를 무시할 수 없으니까. 똑같은 동양고전을 소개한다고 해도 저명한 석학이 전달할 때와 젊은 미모의 여성이 전달한다고 할 때 그 메시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거든요. 그리고 만약 하정우가 지금의 하정우가 아니었다면 전 달리 썼을거라고 생각해요. 하정우의 필력을 높게 치는 걸 수 있는데, 유정이 말한 자기 객관화가 잘 된 사람일 수도 있고, 지금의 자기가 가진 대중적이미지를 볼 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알고 꼰대처럼 안 느껴지게 매력적인 글을 썼다고 생각해요.

준희) 딴 사람이 썼다고 했으면 좀 얕다거나 맥락이 없다고 느꼈을 거 같아요. 갑자기 음식을 얘기하고. 하정우니까 읽었지. 맥락없는 것도 하정우였지 이렇게 생각하고. (바다 : 하정우라는 존재 자체가 중심을 잡아주는 것도 있는 거 같네요.) 

유정) 중심을 잡아주는 것도 있는데 반전같이 생각지 못한 하정우의 모습을 만나는게 신선한 거 같아요. 연예인이란게 엄청 화려라고 다양한 유혹이 있을 거 같은데 대개 바른 생활 같은 모습이 나오니까. 약간 오오 이런 느낌이었던 거 같아요.

민정)  마지막으로, 231페이지 글이 오늘 모든 질문의 답이 될 수 있겠다 생각하거든요. 읽고 마칠게요.  
"일희일비 전전긍긍하며 휘둘리기 볻는 우직하게 걸어서 끝끝내 내가 닿고자 하는 지점에 가는 것, 그것이 내겐 소중하다.” 
감사합니다.

다같이)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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