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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감동시선

최영미-인생

달리는 열차에 앉아 창 밖을 더듬노라면 

가까운 나무들은 휙휙 형체도 없이 도망가고 

먼 산을 오롯이 풍경으로 잡힌다 


해바른 창가에 기대앉으면 

겨울을 물리친 강둑에 아물아물 

아지랑이 피어어르고 

시간은 레일 위에 미끄러져 

한 쌍의 팽팽한 선일 뿐인데 


인생길도 그런 것인가 

더듬어면 달음치고 

돌아서면 잡히는 

흔들리는 유리창 머리 묻고 생각해본다 


바퀴소리 덜컹덜컹 

총알처럼 가슴에 박히는데 

그 속에 

내가 있고 네가 있고 

아직도 못 다한 우리의 시름이 있는 

가까웠다 멀어지는 바깥세상은 

졸리운 눈 속으로 얼키설키 감겨오는데 

전선 위에 무심히 내려앉은 

저걸, 

하늘이라고 그런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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