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발견한 <책인시공>, 한번 만나고 싶은 책이었는데 이제야 만났다. 이글은 <책인시공>의 앞부분에 실린 '독자 권리 장전'만 발췌한 것이다. 이 책에 실린 독자 권리 장전은 또한 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낙의 ‘10가지 독서권리’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후에 이 둘을 토대로 나만의 독자 권리 장전을 만들어봐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책인시공
국내도서
저자 : 정수복
출판 : 문학동네 201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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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자유를 침해하고 억압하는 지배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유로운 독서의 권리를 박탈해왔다. 양심과 사상의 자유라는 인간 기본권의 밑바닥에는 책을 읽을 자유와 권리가 깔려 있다. 독서할 권리는 양도할 수 없고 박탈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한 인간의 기본권이다. 
 
1. 책을 읽을 권리
인간은 나이, 성별, 종교, 국적에 관계없이 읽고 싶은 책을 마음 놓고 읽을 권리를 갖는다. 

2.  책을 읽지 않을 권리
모든 독자는 읽고 싶지 않은 책을 읽지 않을 권리를 갖는다. 그건 성인만이 아니라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3. 어디에서라도 책을 읽을 권리
서재나 도서관의 책상 앞만이 아니라 침대, 식탁, 거실, 복도, 화장실, 공원, 수영장, 운동장, 음식점, 길거리, 기차, 비행기, 배, 버스, 지하철, 교도소, 병원, 내무반 등 어디라도 독서의 장소로 허락되어야 한다.

4. 언제라도 책을 읽을 수 있는 권리
누구라도 독자가 책을 읽는 시간을 제한할 수 없다. 새벽, 아침, 낮, 저녁, 밤, 늦은 밤, 언제라도 책을 읽을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 

5. 책을 중간중간 건너뛰며 읽을 권리
모든 독자는 책이 지루하면 중간중간 읽지 않고 넘어갈 권리를 갖는다. 저자가 쓰고 싶은 것을 자기 방식대로 쓸 권리를 갖듯이 독자는 읽고 싶은 것을 자기 방식대로 읽을 권리를 갖는다. 

6.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모든 독자는 책을 끝까지 읽지 않고 중도에 덮어버릴 권리를 갖는다. 재미없는 책을 끝까지 읽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정식전 고문에 해당한다. 

7. 다시 읽을 권리
모든 독자는 한번 읽은 책을 마음이 내키면 다시 읽을 권리를 갖는다. 처음 읽었을 때 재미있었거나 무언가 마음에 남긴 것이 있어서 다시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되풀이해서 읽을 권리가 있다.

8.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모든 독자는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이라면 무엇이든 다 읽을 권리를 갖는다. 세상에 좋은 책과 나쁜 책을 가를 수 있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그 판단은 각자에게 맡겨야 한다.

9. 많은 사람이 읽는 책을 읽지 않을 권리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 필독서가 되어서 많은 사람이 읽는 책을 꼭 읽을 필요는 없다. 누구라도 그런 책을 읽지 않았다고 무시당해서는 안 된다.

10. 책에 대한 검열에 저항할 권리
국가, 교사, 부모 누구라도 어떤 이유로든 특정 책이 위험하다거나 불온하다는 이유로 감추거나 훼손해서는 안 된다. 세상의 독자들은 이에 저항할 정당한 권리를 갖는다.

11. 책의 즐거움에 탐닉할 권리
모든 독자는 책이 주는 즉각적이고 감각적인 즐거움에 중독될 권리를 갖는다. 책 읽기는 인간의 행위 가운데 가장 높은 문명의 단계이다. 책 중독은 그 자체로 최대한 권장되어야 할 중독이다.

12. 책의 아무 곳이나 펼쳐 읽을 권리
모든 독자는 책을 처음부터 읽지 않을 권리를 갖는다. 독자는 책을 아무데나 펴서 읽다가 처음으로 돌아갈 수도 있고 도중에 그만둘 수도 있다.  

13. 반짝 독서를 할 권리
모든 독자는 단 몇분 간이라도 책의 어느 구절을 군데군데 읽을 권리를 갖는다. 손 가는 대로 포도알을 따먹듯이, 모든 독자들에게는 우연히 책을 펼쳤을 때 눈에 들어오는 구절만 읽을 권리가 있다.

14. 소리내서 읽을 권리
모든 독자는 원할 때면 언제나 책을 낭독할 권리를 갖는다. 소리내서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그럴 권리를 최대한 누릴 수 있어야 한다.
 
15. 다른 일을 하면서 책을 읽을 권리
모든 독자는 독서와 다른 일을 동시에 할 권리를 갖는다. 모든 독자는 독서에만 몰두할 권리를 갖듯이 다른 일과 동시에 독서할 권리도 누린다.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볼 권리는 물론이다.

16. 읽은 책에 대해 말하지 않을 권리
모든 독자는 자기가 읽은 책에 대해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을 권리를 갖는다. 모든 인간은 자기 의견을 말할 권리와 더불어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를 갖는다. 

17. 책을 쓸 권리
모든 독자는 어떤 내용 어떤 형식으로라도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글로 써 책으로 펴낼 권리를 누린다.

*저자 정수복은 후속작<책에 대해 던지는 7가지 질문>에서 순서를 약간 손보고 3가지 항목을 추가한 걸로 여겨진다. 더해진 3가지는 아래와 같다.

-권위 있는 기관의 권장도서 목록을 무시할 수 있는 권리
-밑줄 긋고 메모하며 읽은 책을 빌려주지 않을 권리
-당장 읽지 않을 책을 미리 사둘 수 있는 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