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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Ⅰ/언론보도

[Focus]‘책읽는 지하철’ 송화준 대표, 스마트폰에 지친 모든 사람들이 책 읽으며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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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읽는 지하철’ 송화준 대표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플래시몹 ‘책읽는 지하철’의 송화준 대표(31)는 “쏟아지는 관심이 놀랍다”고 말했다. ‘책읽는 지하철’은 매월 셋째주 토요일 지하철 2호선에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지난 1월 캠페인을 시작한 이래 지난 4월엔 박원순 시장도 방문해 플래시몹에 참가할 정도로 열기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첫 회 때는 80명이 참가하더니 이제는 한 회 100명에서 120명이 참가할 정도로 플래시몹의 규모가 커졌다. 오는 20일 오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1월 캠페인 시작 참가자 급증


‘책읽는 지하철’의 캠페인 방식은 단순하다.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각자 준비해 온 책을 읽는 것이 전부다. 책 읽는 시간은 30분에서 1시간  정도다. 그러나 이 단순한 플래시몹에 대한 승객들의 반응은 뜨겁다. 스마트폰을 들고 있던 사람들도 어느 새 가방 속에 들어있던 책을 꺼내 읽기 시작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어떤 할아버지는 자리를 양보한다는 데도 한사코 사양하셨어요. 공부하는 사람 방해하면 안된다고.(웃음) 여고생들도 시끄럽게 떠들다가 책 읽는 기운이 느껴지니까 ‘우리도 책 읽어야 되는 게 아니냐’는 말을 하더라고요. 결국 배려 문화가 책을 통해 가능한 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책을 읽으면 고성방가도 어려워질테니까요.”


그에 따르면 지하철이야말로 책을 읽기 가장 좋은 환경이다. 덜컹거리는 약간의 소음과 특별한 바깥 풍경을 보기 힘든 환경이 집중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설명이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데에도 독서만한 게 없다. 오히려 소음이 없는 집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송 대표는 무엇보다도 ‘다 같이 책을 읽는다’는 것의 즐거움을 느낀다고 했다.


“책을 읽을 때마다 혼자서만 보니까 외로웠는데 함께 책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책 읽는 시간 자체를 공유하는 게 짜릿합니다.”





지하철은 최고의 독서 공간


그가 ‘책읽는 지하철’ 캠페인을 생각해 낸 계기는 단순하다. 2010년 SNS에 독서카페 ‘나눔나우’를 연 그는, 단순히 책 읽는 결과만 토론하는 모임이 항상 안타까웠다. 책 읽는 시간 자체를 놀이로 만들고 싶었던 셈이다. 독서모임에서 비슷한 생각을 공유한 출판홍보업체 ‘북피알미디어’와 브랜드컨설팅 모임 ‘메아리’의 관계자들이 뭉쳐 두 달간 캠페인을 준비했다.


현재 그가 운영하는 독서카페의 회원은 1만4000명이 넘는다. 군 제대 후 테헤란로에서 열었던 독서모임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기 시작한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독서모임에 참여하기 전에는 남들 앞에서 자기소개조차 힘들었을 정도로 내성적이었다.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그는, 책을 매개 삼아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아무리 겉보기에 번듯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나와 비슷한 고민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고 한다.


“저는 항상 독서 모임을 통해 남들이 고른 책을 읽어요. 독서 편식을 줄여주고,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어서 좋죠. 한 달에 최소 다섯 권은 읽는 편이에요. 독서모임 없이는 지금의 전 없었을 거예요. 세상을 좀 더 거시적으로 보게 됐거든요.”





나만의 작은 도서관 건립 꿈


“얼마 전 ‘포트폴리오 인생’이란 책을 읽었어요. 직장에 자신의 틀을 맞추는 게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목표에 맞춰 나만의 틀을 짜라는 내용이죠. ‘책읽는 지하철’ 캠페인은 ‘작은 도서관’을 향한 제 포트폴리오의 일부입니다.”


글 최주흥 사진 김유근 기자

-2013.7.15 포커스 지면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