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보고 개새끼라고만 그러는구나
몸 파는 너를 보고 불쌍하다는 나를 보고 막무가내
불쌍히 여기는 그 못된 버릇을 버리라는구나
여자야 어두운 원주역 학성동 길
비 내린 가로수처럼 늘어섰던 여자야
여자야 거대한 미움의 응어리 속 가까울 수 없는 외딴 섬
질퍽이면서, 여자야, 그러나 내가 무슨 영혼주의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대가 삶에 대해 지치고 아프고 설워 보일 때
우리가 미움과 위선과 교활함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 습기찬 하숙집에서 돈에 대해
몸 팔음과 안 파는 입술, 사랑의 가능성에 대하여
한 개인의 비극적인 생애에 매달려 있을 때
내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사랑은
전쟁처럼 온다는 것이다
우리가 절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절망은 보다 억척스러운 꿈과 맞닿아 있기 때문
우리가 뇌세포 묻어나는
불안에도 지쳐 있을 때
우리가 고향집 풀밭 때묻은 치마폭에도
매달려 있을 힘이 없을 때
아름다움에 대해, 무기에 대하여
......
너는 나더러 개새끼, 개새끼라고만 그러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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