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독서모임이 끝나고 즉흥적으로 5명과 함께 춘천 우문하우스로 내려갔다. 밤새 수다떨면서 토요일을 보내고, 일요일 아침 따로 온 손님들을 배웅하고 독서모임 친구들과 함께 시루에 갔다. 김유정이 막걸리 안주로 즐겼다는 코다리찜이 일품인 한식집이다. 순수 예약으로만 받는 곳인데, 도착하니 이미 한 상 차려져 있었다.
연락을 드렸을 때 한 시간 후에 오라고 해서 기다리다 와서 막 시장한 참이었다. 반찬을 허겁지겁 먹고 있으니, 아주머니가 미안한 듯 기다리게 한 바깥어른을 핀잔하신다. 그리곤 나가시며 지나치듯 "옥수수 좋아해요?" 한다. 그렇게 우리가 식사를 시작할 때 찜통에 들어간 옥수수가 식사를 마칠 때쯤 갓 딴 싱싱한 방울토마토와 함께 상에 올라왔다. 못 먹을 줄 알았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음이 밝혀졌...
점심을 먹고 나서 집에 다시 잠시 들려서 쉬다가 산중턱에 있는 카페 여기쯤에 차를 마시러 갔다. 제철 과일 주스와 동백꽃차(생강나무꽃차)을 맛볼 수 있는 곳인데, 마침 도착했을 때는 두 내외분과 손자가 있었다. 원래는 두분이 살면서 카페를 하시는데 아들내외가 손주를 맡겨 놓고 놀러 갔단다.^^; 아버님은 KBS에서 부장하고 퇴직하신 분인데, 춘천KBS에 왔다가 너무 좋아서 퇴직하고 다시 내려오셨다고 한다. 오늘도 차만 시키고 눈치없이 어머님이 직접 구어 내오신 수제쿠키를 한웅큼 배에 채웠다. 대신 쿠기값으로 아버님과 손주의 기념사진을 찍어드렸다.
카페 2층에는 너른 다락방이 있는데, 조만간 여기에서 하룻밤 묶기로 하고 내려왔다. 직접 기른 채소로 아침에 샐러드를 해주시겠다고 하는데 벌써 기대감에 설레인다. 그래서 내려오자마자 바로 <걸어서 김유정> 책을 같이 쓰기로 한 친구들과 2주후에 하룻밤 묶으며 스터디하기로 일정을 잡아버렸다. 탁 트인 산중턱에서 고기도 구어먹고 스터디도 하면 책도 더 잘 써질 거다(^^;)
차를 마시고는 산국농장에 들렸다. 산국농장은 금병산 중턱에 있는 과수원인데, 70대의 백발이 성성한 시인詩人이 가꾸는 농장이다. 평생을 농사와 시를 짓고 사신 분이다. "저거 물에 두어 번 헹궈주면 먹을 수 있겠수?" 그렇게 갓 딴 복숭아가 한입가득 내 안으로 들어왔다.
선생님은 성성한 백발과 깊게 패인 주름에 어울리지 않는 맑은 눈동자의 소유자기도 한데, 마을 사람들은 선생님이 평생 흙을 보고 살아서 그렇다고도 하고 시인의 마음이라서 그렇다고도 한다. 그래서 선생님의 시詩도 복숭아도 참 맛있단다.
복숭아를 먹고 얘기를 나누면서 준비중인 책 얘기를 드렸더니, 춘천 분이 만드는 계간지와 직접 쓰신 시집을 건네주신다. 시인의 눈동자처럼 맑은 시들이, 복숭아 나무에에 열린 열매처럼 탐스럽게 적혀 있을 생각을 하니 벌써 마음이 배부르다.
더 함께 하고 싶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저녁에는 춘천시내에 있는 인문학카페 36.5에서 <걸어서 김유정> 공동 필진들과 회의를 했다.
새롭게 합류한 춘천문화재단 성도의 간사가 실레마을에서 진행중인 마을 사업과 직접 경험한 문제점들에 대해서 공유해줬다. 마을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고, 앞으로 어떤 책을 쓸까에 대해 다른 결에서 고민해보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회의를 마치고 함께 고기를 굽고, 서울에 올라왔을 때는 이미 12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내가 느끼고 경험한 것 이상으로 여기 함께하는 동지들이 느끼고 경험하며 풍성한 이야기들이 태어나겠지.
[우문일상]은 춘천 김유정 문학촌에 위치한 우문하우스(http://blog.naver.com/woomoonhouse)에서 작성한 운영자의 소소한 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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