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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Ⅰ/모임소식

[필사모임] 1일째, 새로운 날이 밝았습니다:-) - 책읽는지하철

요즘 나름 열심히 책에 대해서(?) 공부를 하면서 연말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책마다 필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찾아보니 글쓰기 훈련의 방법으로, 개인적인 휴식의 방법으로 필사를 활용한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많은 책을 읽고 또 많은 책을 남긴 거로 유명한 다산 정약용의 독서법 중에 하나가 초서(抄書, 책 가운데 중요한 부분을 뽑아서 씀)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도 도전해보기로 하고, 이렇게 필사 모임을 열게 되었습니다!

진행 방법은
7시 30분부터 9시까지 각자 자유롭게 필사 (더 일찍 와도 됨^^)
9시 이후에는 원하는 사람만 남아서 30분 정도 필사한 내용 낭독하고 가는 거로 진행했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쌈박하죠?^^

<첫 번째 시간 모습-필사>

일단 제가 먼저 쓰면서 기다렸습니다. 시간만 정해두고, 빈 테이블에 간단한 안내사항을 두고 시작했습니다. 저도 누가 오는지도 신경 쓰지 않고 오든 말든 쳐다보지도 않고 필사에 열중^^;; (이런 도촬... 감사합니다.^^v)

쓰고 있다가 그래도 기록은 남기고 싶어서 사진을 조금 찍어봤습니다. 제가 7년째 운영하는 청춘독서모임에도 왔던 분인데요. 그때는 대학생이었는데 지금은 어엿한 직장인^^; 오랜만에 손글씨 쓰니까. 팔 아프다고 계속 손 흔들면서 쓰고 계셨는데. 아쉽게도 그 모습은 못 찍었네요. ㅋㅋ

여기는 오늘 처음 뵌 분인데요. 두툼한 원고지에 역시나 두툼한 책을 필사하고 계시더군요. 작가지망생인가 싶어서 옆에서 찌그러져 있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전에 릴레이 필사 이벤트에 참여해본 경험이 있다고 하시네요. 그때 원고지에 필사한 좋은 기억이 떠올라서 오늘 오는 길에 급하게 원고지 사 오셨다고^^

이렇게 옆에 테이블에서도 열심히 필사를.. 쓰다가 곰곰이 책을 읽기도 하고..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필사 모임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책 읽는 모임이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강하게 갖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느새 이쪽 테이블에도.. 어느새 많은 분이 함께 하고 계시네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발견하셨는지 모르겠지만… 남자가 한 명도 없습니다! 책 관련 모임이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분이 많은 편이긴 한데요. 남자만 참여하는 모임은 저도 이번이… 첫 경험^^; 다음에는 남자분들도 많이 오시면 좋겠어요!

<두 번째 시간 모습-필사 낭독 공유>

다행히(?) 오신 분들 모두와 함께 두 번째 시간을 가졌습니다. 갑자기 사진이 어두워졌죠? 등 하나만 남기고 다 끄고, 촛불에 의지해서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다들 필사한 책 소개하고, 낭독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요. 다들 작은 떨림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전해지는 풋풋함이란~ 이렇게 뿌듯하게 첫 필사 모임을 마무리 지었답니다.^^

아, 저는 이 책을 필사했습니다. 지난번 #읽어밤(책읽는지하철에서 주최하는 밤샘 책 읽기 프로그램)때 읽었던 헤르만 헤세 시집(문예출판사)인데요. 좋은 시를 적으면서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어서 선택했습니다. 오늘 필사한 초반부는 고향과 어머님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묻어나는 시들이 많았습니다.

<필사모임 참여방법>
필사 모임은 일단 새해(2016년) 2월 말까지 매주 목요일 저녁에 카페 허그인(합정역 3번 출구)에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함께 하고 싶은 분은 책읽는지하철 카톡(클릭)으로 문의주세요^^

아래 헤르만 헤세의 시 한 편 소개하고 마무리 짓겠습니다.^^ 

-마을의 저녁

헤르만 헤세
양 떼를 몰고 목동이
호젓한 골목길로 들어선다.
집들은 잠이 오는 듯
어리마리 벌써 졸고 있다.

나는 이 마을에서, 지금
단 하나의 이방인.
슬픔으로 하여 나의 마음은
그리움의 잔을 남김없이 마신다.

길을 따라 어디로 가든
집집마다 아궁이에 불은 타고 있었다.
오직 나만이
고향을, 조국을 느껴보지 못했다.

-헤르만 헤세 시집(문예출판사, 송영택옮김) 중에서


<카페 허그인 약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