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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감동시선

칼릴 지브란-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1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다른 이들이 싫어하는 모든 걸 사랑하라고 
또한 다른 이들이 헐뜯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라고. 
사랑이란, 사랑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사랑받는 사람까지도 고귀하게 만든다는 걸 

내 영혼은 보여주었네. 
예전에는 사랑이 
가까이에 피어난 두 꽃 사이의 거미줄과 같았네. 
그러나 이제 사랑은 시작도 끝도 없는 후광(後光) 
지금까지 있어온 모든 것을 감싸고 
앞으로 있을 모든 것을 에워싼 채 
영원히 빛날 후광과도 같다네.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형태와 색채 뒤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보라고 
또한 추해보이는 모든 것이 사랑스럽게 보일 때까지 
잘 살펴보라고. 
내 영혼이 이렇게 충고하기 전에는 
아름다움을 
연기기둥 사이에서 흔들리는 횃불과 같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연기는 사라져 없어지고 
불타고 있는 모습만을 볼 뿐이라네.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혀끝도 목청도 아닌 곳에서 울려나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그 날 이전에는 나의 귀가 둔하여 
크고 우렁찬 소리밖에는 듣지 못했네. 
그러나 이제 침묵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웠으니 
시간과 우주를 찬송하며 
영원의 비밀을 드러내는 침묵의 합창을 듣는다네. 


내 영혼이 나에게 말했네 
잔에 따를 수도 없고 
손에 들 수도 
입술로 느낄 수도 없는 포도주로 
나의 갈증을 풀라고. 
그 날까지 나의 갈증은 
샘에서 솟아난 한 모금으로도 쉬이 꺼지는 
잿불 속의 희미한 불씨였네. 
허나 이제 나의 강한 동경(憧憬)은 
하나의 잔이 되었고 
사랑이 나의 포도주로 
그리고 외로움은 나의 즐거움으로 변하였다네.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보라고. 
우리가 매달려 온 것은 
우리가 갈망하는 것들이었음을 
내 영혼은 보여주었네.
예전에 나는, 겨울에는 따스함으로 
여름에는 서늘한 미풍으로 만족했으나 
이제 내 손가락들이 안개처럼 되어 
붙잡았던 모든 것들을 떨어뜨려 
보이지 않는 나의 갈망들을 뒤섞어버리려 하네. 


내 영혼이 나를 초대했네 
뿌리도 줄기도 꽃도 없는 보이지 않는 나무에서 
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예전에 나는 정원에서 향기를 찾았었고 
향긋한 풀잎이 담긴 항아리와 향기로운 그릇에서 
그걸 찾았었네. 
그러나 이제 타버리지 않는 향기만을 느낄 수 있네. 
지구의 모든 정원과 우주의 모든 바람보다도 
더욱 향기로운 공기를 숨쉬고 있네.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미지의 것이 나를 부를 때 
"나는 따르겠다." 대답하라고. 
지금까지는 시장에서 외치는 목소리에만 대답해왔고 
잘 닦여진 길로만 다녔었네. 
하지만 이제 나는 그 깨달음을 한 마리 말로 삼아 
미지의 것을 찾아 나서게 되었고 
또한 길은 그 험한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놓인 
사닥다리가 되었다네. 


내 영혼이 나에게 시간을 헤아리라고 훈계했네 
"어제가 있었고, 또 내일이 있을 것이다." 말하면서 그 때까지 나는 
과거란 단지 잃어버린 채 잊혀질 시대라고 생각했었고 
미래란 내가 얻을 수 없는 시대라고 여겨왔었네. 
이제는 이것을 배웠다네. 
덧없는 현실 속에서도 모든 시간이란 
시간 속에 있는 모든 것과 더불어 
언젠가는 얻어지는 것이며 
마침내는 실현되리라는 것을. 


내 영혼이 나에게 말하였네 
"여기에, 저기에, 또 너머에."라는 단어들에 의해 
나의 자리가 한정될 수 없다는 것을. 
지금까지 나는 언덕 위에 서 있었고 
다른 모든 언덕들이 아득하고 멀게만 느껴졌지만 
이제야 비로소 내가 서 있는 언덕이 
실로 모든 언덕이기도 하다는 것과 
내려가는 이 골짜기도 
모든 골짜기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네. 


10
내 영혼이 충고했네 
다른 이들이 자고 있을 때 깨어서 보고 
그들이 깨어 있을 때 베개를 찾아 나서라고. 
내 생애 동안 나는 그들의 꿈을 알아보지 못했고 
그들 역시 내게 그러했었네

그러나 이제, 낮에는 내 꿈 속을 날아다니고 
사람들이 자는 밤에는 그들이 자유로움을 보며 
그들의 자유를 함께 누리게 되었네. 


11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지나친 칭찬에 우쭐해 하지도 말고 
비난받았다고 괴로워하지도 말라고. 
예전에는 내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의심했었지만 
이제 이것을 배웠다네. 
나무는 칭찬이나 두려움, 부끄러움이 없이도 
봄이면 꽃 피고 
여름에 열매 맺고 
가을에는 잎을 떨구고 
겨울에는 홀로 앙상해진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