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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감동시선

정호승-강변역에서

너를 기다리다가 

오늘 하루도 마지막 날처럼 지나갔다 

너를 기다리다가 

사랑도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바람은 불고 강물은 흐르고 

어느새 강변의 불빛마저 꺼져버린 뒤 

너를 기다리다가 

열차는 또다시 내 가슴 위로 소리없이 지나갔다 

우리가 만남이라고 불렀던 

첫눈 내리는 강변역에서 

내가 아직도 너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나의 운명보다 언제나 

너의 운명을 더 슬퍼하기 때문이다 

그 언젠가 겨울산에서 

저녁별들이 흘리는 눈물을 보며 

우리가 사랑이라고 불렀던 

바람 부는 강변역에서 

나는 오늘도 

우리가 물결처럼 

다시 만나야 할 날들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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