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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기타

[조선일보] 서로 달라도 손잡아라

1+1=3 '찰떡궁합 시너지' 콜라보레이션 마케팅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나오는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의 정의는 '모두 일하는', '협력하는 것'이다. 그리고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이란 협력해서 펼치는 마케팅 활동이다.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을 '궁합'이라고 본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짝꿍을 찾는 것, 즉 찰떡궁합 파트너를 만드는 것이다.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은 과거에 자주 입에 오르내렸던 공생 마케팅(Symbiotic Marketing)이나 하이브리드 마케팅(Hybrid Marketing)과 비슷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공생 마케팅은 경쟁 관계에 있는 동종 업체끼리, 하이브리드 마케팅은 이종업체끼리 협력하는 경우다. 반면,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은 업종보다는 '무형적인 가치를 발굴해 내기 위한 협력 활동'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림=이동운 기자 dulana@chosun.com

기술적인 차별화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요즘, 다른 브랜드에 비해 차별적인 우위를 만들기가 쉬운 '영역 파괴'가 일어나면서 공생 마케팅이 더 활성화됐고,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으로까지 진화됐다. 본래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은 패션영역에서 시작됐으나, 디지털 제품영역까지 확대됐고 최근에는 음료수·식품 등 생필품 부문까지 확산됐다. 우리가 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생필품에까지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이 도입되고 있다는 사실은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이 가장 효과적이고 생산적인 마케팅 활동이라는 증거다.

스타벅스, 한국인 입맛 맞추려 동서식품과 손잡았다
공생마케팅, 한발 더 진화해 기업끼리 벽 허물며 공존한다

생필품 영역에서의 콜라보레이션 바람은 커피 브랜드에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서울우유는 일본의 도토루 커피와 콜라보레이션하여 '서울우유 도토루 더 클래식'을 출시했고 코카콜라는 이탈리아의 일리에서 원액을 받아 RTD(Ready To Drink) 커피를 출시했다. 동서식품은 스타벅스와, 웅진식품은 할리스커피, 광동제약은 탐앤탐스와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테이크아웃 커피 브랜드는 유통망을 이용할 수 있고, 음료 유통사는 커피 브랜드 마니아를 흡수할 수 있다.

스와로브스키는 명품 마케팅을 펼치려는 브랜드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국내 최대 밥솥 전문 브랜드 쿠쿠는 수십개의 스와로브스키 원석을 박은 '톱 콘트롤 에디션'을 론칭했고, 한국도자기도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장식한 '프라우나 주얼리' 라인을 선보였다. 이 브랜드들은 스와로브스키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극대화했고, 다른 제품보다 30~40%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트렌드가 된 콜라보레이션

그렇다면 콜라보레이션이 최근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며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무한 경쟁 체제 속에서 경쟁의 양상이 입체적·복합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나의 경쟁상대가 누구인가'가 생각의 각도에 따라 다르게 판단될 수 있고, 미리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복잡 다양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느 한 소비자가 주말에 시간을 보내기 위해 복합상영관인 CGV에 서 영화를 보기로 결정했다고 치자. 이때 CGV의 경쟁사는 어디일까? 롯데시네마 정도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경쟁의 범위를 넓게 본다면 게임방·노래방·서점도 경쟁자가 될 수 있다. 즉 '영화를 보는 소비자'에서 '여가를 보내는 방법을 고민하는 소비자'로 관점을 확대해서 '소비자가 영화를 보는 동기에 대한 근본적인 니즈'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요즘, 영역을 뛰어넘어 소비자에게 제품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방법이 바로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의 핵심이다.

콜라보 레이션 마케팅이 뜨는 또 다른 이유는 이제 단일 제품이나 서비스로는 차별화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소비자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다양한 제품이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기능이 좋은 최첨단의 상품이라도 단 몇 개월만 지나면 경쟁사의 비슷한 제품과 경쟁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은 소비자를 보다 쉽게 우리 브랜드의 고객으로 유입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된다.

푸 마는 1990년대 패션 디자이너 질 샌더와 콜라보레이션해 프리미엄 라인 '푸마 블랙 스테이션(PUMA Black Station)'을 론칭했다. 블랙 스테이션 라인은 패션의 스타일과 스포츠의 기능을 조화시킨 스포츠 라인이다. 한 때 푸마는 적자가 8개월 동안 지속되는 상황에 놓였지만, 푸마를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재해석하고 다양한 디자이너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경쟁력을 높였다.

컴퓨터 제조사 '아수스'는 명차 람보르기니와 뭉쳤다
서로의 영역 뛰어넘는 동침… 상품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컴 퓨터 메인보드 제조업체인 '아수스'는 컴퓨터와는 연계성이 없어 보이는 자동차 브랜드 '람보르기니'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람보르기니 노트북 한정판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재미를 동반한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했고, 컴퓨터가 구동되는 소리를 람보르기니 엔진 소리로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아수스-람보르기니'만의 차별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적과의 동침, 콜라보레이션 마케팅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경쟁상황에서 기업 혼자 살아남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마치 현대인이 사람들과의 교류나 네트워크 없이 성공하기 매우 힘든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때로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과의 동침'을 시도하기도 한다.

2009년 말, 일본의 올림푸스와 파나소닉은 '마이크로 포서즈'라는 규격으로 하이브리드 카메라를 내놓았다.고화질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전문가용 DSLR(렌즈 교환식 디지털 카메라)은 큰 본체와 무게가 단점으로 지적돼 왔는데, 마이크로 포서즈는 고화질의 사진을 얻으면서도 휴대하기 편한 카메라를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규격이다. 올림푸스와 파나소닉은 이 규격을 개발해 카메라 시장에 새로운 판을 짜고 있다. '마이크로 포서즈'가 지난 50년간 성능과 화질만을 내세워 세계 카메라 시장을 이끌었던 캐논과 니콘을 격파할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콜라보레이션의 깊이를 선택하라

콜 라보레이션은 고관여 콜라보레이션(이하 고관여 콜라보)과 저관여 콜라보레이션(이하 저관여 콜라보)으로 나뉜다. 고관여 콜라보는 두 가지 다른 브랜드가 화학작용을 통해 새로운 형태로 합쳐진 상태를 말한다.'1+1'이 2 이상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상태다. 고관여 콜라보는 '의외성'을 일으킬 수 있을지 여부가 성공을 결정한다. '어떻게 이 두 브랜드가 콜라보레이션을 할 수 있지?'하는 반응을 얻고 이런 의외성을 이슈화를 할 수 있는 콜라보레이션이 성공적 형태다.

패션 그룹 이랜드의 SPA(디자인·생산·유통·판매의 전 과정을 제조회사가 맡는 의류 전문점) 브랜드 'SPAO'와 SM 엔터테인먼트의 사례는 콜라보레이션이 비즈니스 단계까지 확장된 경우다. 두 회사의 관계는 이랜드가 SM엔터테인먼트에 스포츠용품 브랜드인 뉴밸런스(New Balance) 제품을 협찬해 주면서 시작되었고, 지금은 합작회사 '아렐(ALEL, Any Location Every Look)'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SPAO는 슈퍼주니어·소녀시대가 직접 디자인한 상품과 아티스트 이미지를 활용한 일러스트 및 그래픽 상품을 선보여 새로운 스타상품의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고 한다. 이랜드가 아시아 국가에 진출할 때,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워 빠른 인지도를 얻을 수 있었고 SM엔터테인먼트는 소속 연예인의 다양한 매력을 보여줌으로써 인기를 얻었다. 두 회사의 고관여 콜라보레이션은 이종업종 간에 윈-윈(win-win) 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저 관여 콜라보는 두 기업이 서로 깊게 관여하지 않고 제휴 수준의 연대를 구성하는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이다. 대표적으로는 주유소·음식점·백화점 등과 제휴를 통해 활발히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신용카드사가 있다. 또한, 전 세계의 항공사들은 스타얼라이언스(Star Alliance)나 스카이팀(Sky Team) 등의 항공 동맹을 맺어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한다.

세계적 트렌드, 콜라보레이션에 편승하라

콜라보레이션을 우리 기업이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성공적인 콜라보레이션은 목표와 방향이 뚜렷해야 한다. 콜라보레이션은 두 기업 간 유형적인 제품을 넘어, 무형의 자산인 혁신과 혁신, 그리고 서로의 비전과 비전을 콜라보레이션 해야하는 것이다.

서 로 다른 두 기업이 같은 비전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하기란 매우 어렵다. 이상적인 콜라보레이션은 두 기업의 사람들이 벽을 허물고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적 교류와 공동활동을 통해 친밀감과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가장 좋다.

또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얻은 이윤을 함께 나누어 상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의 기업의 이윤만 추구하려 하지 말고, 상대 기업과 함께 '공생' '공존'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이 제 기업은 무조건 일방적인 아웃소싱에만 의존하기보다 새로운 콜라보레이션을 활용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콜라보레이션은 아웃소싱을 대체할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 부문을 단순하게 아웃소싱해서는 시너지를 얻기 어려울 수 있고, 아웃소싱의 단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1+1=2'식의 단순한 전략밖에 수립할 수 없다.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은 기업이 독자적으로 살아남겠다는 생각을 뛰어넘어, 고객들에게 다양하고 색다른 세상을 전달하겠다고 하는 의지를 기본으로 한다. 이는 기업에 새로운 성공신화를 안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