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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기타

매장 직원에 권한 주니… 고객은 감동, 회사는 혁신(출처 : 조선일보)

[기업·근로자·고객 모두 살찌우는 '권한부여' 마케팅 각광]
사고로 故人된 남편 선물 반품 결정 - 조화 챙겨보내… 성공신화 이끌어
고객 위해 쓰라며 月 200달러 주니 - "직원들, 사업가처럼 일하며 친절"
가방에 서명 기재토록 한 에르메스 - 버킨·켈리, 평생 보장 명품으로


미국의 한 여성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남편에게 줄 부츠를 구매했다. 그런데 주문한 신발이 도착하기도 전에 남편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 소식을 들은 온라인 쇼핑몰은 무료 반품을 해줬을 뿐만 아니라, 부인을 위해 조화(弔花)를 선사했다. 물론 반송료와 조화 값은 회사에서 부담했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사연이지만 꾸민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최대 온라인 신발 판매 사이트 자포스(Zappos.com) 의 한 직원이 스스로 판단해 행동으로 옮긴 일이다. 1999년 인터넷 신발 전문 쇼핑몰로 시작해 10년 만에 매출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의 쇼핑몰로 성장한 자포스의 성공 신화 뒤에는 토니 셰이(Hsieh) CEO(최고경영자)의 결단이 있었다. 바로 직원들에게 최대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자포스는 "신발을 판매하는 회사가 아닌 고객 체험 서비스를 판매하는 회사"라는 기치 아래 자사 직원을 '자포니언(zapponian)'이라 부르고 고객 만족을 위한 재량권을 최대한 부여하고 있다. 쉐이 CEO는 지난 11일 미국의 케이블 TV 프로그램인 'CEO TV쇼'에 나와 "나의 경영지침의 1번은 권한 위임"이라며 "권한 부여가 우리 회사 성장의 기틀이자 혁신의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권한 위임, 직원 행복과 고객 만족 증진의 기틀이 되다.

자포스의 권한 위임 정책은 세계 최대 온라인 회사 아마존을 사로잡았다. 아마존은 자포스의 모든 직원은 물론 기업 분위기까지 그대로 유지하는 조건으로 2009년 12억달러에 인수했다. 자포스는 모든 사무실이나 중역실 문을 아예 없애는 '노 도어(No door)' 시스템을 통해 구성원 간의 단절을 최소화 하고 있다. 심지어 고객 서비스를 위해서라면 고객들에게 경쟁사의 제품까지 안내해줄 수 있는 권한까지 있다. 토니 쉐이 CEO는 "나는 리더가 아닌,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키우고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건축가"라고 자임하고 나섰다. 자포스는 이러한 회사 분위기 덕에 2010년 포천이 선정한 '일하기 좋은 기업' 15위에 올랐다.

일러스트=정인성 기자 1008is@chosun.com
미국 거대 유통 기업 월마트는 6만여명의 매장 직원들에게 리더십 교육을 실시하고, 여성 권익 향상을 위해 전체 매출의 2.3% 정도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대형 마트의 영업이익률이 5%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금액이다. 이처럼 월마트가 대대적인 투자를 결심한 것은 쇼핑의 주체인 여성을 적극 공략해 미래의 잠재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권한 위임을 잘 실현한 곳으로 미국의 고급 백화점 노드스트롬 백화점이 꼽힌다. 직원들은 스스로의 판단으로 무엇이든 '교환·환불'해줄 수 있고, 한 달 200달러 한도 내에서 고객에게 친절을 베풀기 위한 것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권한도 있다. 블레이크 W 노드스트롬 CEO는 "첫째, 모든 상황에서 스스로 판단하라. 둘째는 모든 불리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첫 번째 원칙으로 돌아가라"고 외치고 있다. 블레이크 CEO는 "직원들에게 권한 부여를 했더니 다들 사업가처럼 일하더라"고 결론을 냈다.

명품 업계에선 권한 부여로 인한 차별화가 한창

프랑스 명품 에르메스는 가방 제품인 버킨·켈리 가방을 제조하면서 장인들에게 가방 안에 자신만의 서명과 일련번호를 기재하게 했다. 에르메스 브랜드이긴 하지만 '내가 만든 작품'이라는 의식을 고취시킨 것이다. 제품에 문제가 있을 경우 담당 장인에게 그 물건을 배달해 수선을 맡긴다. 권한을 부여한 만큼 무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바느질쟁이'와 '장인'의 차이는 이처럼 기업이 가치 부여를 어디에 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3000여명의 장인들은 '직원 위의 직원'이라 불리며 최대한의 권한을 누리고 있다.

캐주얼 브랜드 '폴로'로 유명한 랄프 로렌 역시 기존 대중 제품과 차별화하기 위해 장인들을 내세운 '블랙 라벨'을 선보였다. 랄프로렌코리아 최윤희 부장은 "원단구매에서부터 바느질, 재봉부터 마케팅까지 직원들에게 최대한의 자율을 보장하고 있다"며 "파격적인 권한 위임은 결국 고품질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