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단편 소설집이다. 1981-83년 사이 잡지에 연재한 것들이라 한다. 각각의 작품은 하루키가 힘을 풀고 쓴 듯, 알 수 없는 켱쾌함이 느껴진다. 약간은 기괴한 이야기도 있고 슬픈 이야기도 있지만 전체를 아우리는 근저의 정서는 그렇다고 느꼈다. 독서모임에서 4월에 읽을 책으로 선정해서 읽었다. 다분히 제목에 의지한 결정이라 하겠다. 여러 단편 속에는 소소한 일상과 기괴한 만남들이 등장한다. 이 책을 만났던 평범한(뻔한) 선택과 그 이후에 소설을 통해 만났던 기괴함들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연말을 맞아 읽었던 책을 정리하면서 전에 표시해두었던 구절들 일부를 옮긴다. 적당히 시크하면서 위트있는 하루키이 문체가 새삼 좋다.


-이하 발췌 요약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국내도서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Haruki Murakami) / 임홍빈역
출판 : 문학사상 2009.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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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100퍼센트의 상대를 찾고, 그 100퍼센트의 상대가 자신을 찾아준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러나 두 사람이 마음속에 약간의, 극히 사소한 의심이 파고든다. 이처럼 간단하게 꿈이 실현되어 버려도 좋은 것일까 하는… 26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그럼 당신은 흡결귀의 존재를 믿나요?”
“믿습니다.”
“왜요?”
“왜라뇨, 믿고 있기 때문이죠.”
“실증할 수 있나요?”
“신념과 실증은 관계가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47 택시를 탑 흡혈귀

"정말 흡혈귀입니까?”
“그래요. 거짓말이라고 해도 할 수 없지만.”
“왜 택시 운전을 하고 있죠?”
“흡혈귀라는 개념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망토를 쓰거나 마차에 올라타거나, 성에서 산다고 하는 그런 건 싫거든요.” 48-49 택시를 탄 흡혈귀

하지만 그건 아 이외의 나였단 말이야. 그것은 내가 그렇게 존재할 수 없는 형태로서의 나였단 말일세.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군ㅇ. 하지만 그때 단 한 가지 내가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방이 마음속으로부터 나를 증오하고 있다는 거였어. 마치 어두운 빙산과도 같은 증오였지. 그 누구도 치유할 수 없는 증오 말이야. 나로선 그것만을 이해할 수 있을 따름이었어. 85 거울

세상이란 데는 기묘한 곳입니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아주 평범한 햄버그스테이크인데도, 그것이 어떤 때는 파인애플을 뺀 화와이식 햄버그스테이크라는 형대로만 제공되는 것입니다. 100 버트 바카락을 좋아하세요? 

그것이 우리의 전 재산이었다. 라디오도 없고 텔레비전도 없었다. 우리는 그 만큼 가난했다. 그래서 이사라고 해봤자 겨우 삼심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인생은 지극히 간단해진다. 163 치즈 케이크 같은 모양을 한 나의 가난

아버지가 자주 그러셨죠. 다른 사람의 신발을 닦아주면 그 다음은 신발 끈을 묶어줘야 된다, 라고. 186 논병아리 

그녀는 조그만 입술에 한 손가락을 갖다 대고 나에게 조용히 하라고 명령을 했다. '양 사나이에게는 양 사나이의 세계가 있죠. 저한텐 제 세계가 있고, 당신한테 당신 세계가 있듯이. 그렇죠?’ 도서관 기담 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