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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기타

[미나비리스] '인간이 돈으로부터 해방되는 단 하루!' [작은 것이 아름답다 11월호: 녹색연합]


 

 표지가 제법 이쁘게 나왔다. 그대로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포스터로 써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마른 고목과 식은 재에 대해 오래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세월이 지나면 몸은 마른 고목이 되고, 마음은 식은 재가 되는 법이다. 지금의 나는 지난 겨울의 내가 아니고 어제의 나도 아니다. 나는 나날이 변해 가는 사람이다. - p. 21


 이 글을 쓰신 때가 가을이라서 그런가, 위 인상적인 글귀에서도 그렇듯이 분위기가 대게 서정적이고 우수적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이라는 단어 자체가 굉장히 이상적으로 느껴졌다. 즉 피부에 그렇게 와닿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보아하니 유럽에서는 꽤 오랫동안 정착된 개념인가보다. 하지만 결국엔 쇼핑으로 한꺼번에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하고,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때 그 물건들을 다 쓰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날이 끝나서 그 기념으로 거하게 파티를 연다면, 오히려 소비를 더 많이 하게 되는 결과만 초래하는 게 아닌가?

 그러나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을 체험해본 사람들의 글을 들여다보니, 좋은 점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 본인을 포함하여, 사람들은 길거리를 다니다보면 군것질을 하게 되는 것이 예사이다. 아주 작정하고 결심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정말 무심하게 예상치 않은 먹거리나 물건을 충동구매하는 경우가 생긴다.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을 정해놓으니 군것질을 잘 안하게 되어 살도 빠지게 되었다는 이야기까지 들을 정도이니, 의외로 효과가 큰가보다.

 두번째로, 쇼핑을 안 하기 때문에 차를 타고 대형마트로 갈 필요가 없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월마트 비슷한 대형마트의 개념이 들어온지 꽤 시간이 지났고, 정말 미국 사람처럼 차를 타고 대형마트를 들락거리며 장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사지 않는 날이 오기 전에 집에 미리 준비해둔 먹거리 혹은 물품들이 있기 때문에, 근무가 끝나면 바로 집으로 향해서 쉬면 된다. 연료비도 줄어들고 더불어 차에서 뿜는 매연을 조금 줄였으므로 친환경적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볼 때, 사람들은 이 날을 계기로 자신의 소비정도를 돌아보게 되는가보다. 사실 필요한 물건들만 구입해놓고 체계적으로 아껴쓴다면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자꾸만 좋지 않은 신호같다는 생각이 든다. 본인은 자취때문에 그날그날 필요한 먹을거리를 규칙적으로 구입하고 있으므로 특별하게 날을 정할 여유는 없다. 하지만 나의 소비능력이 어느 정도에 왔는지를 잠깐이나마 돌아보게 되었다. 현재는 안주거리로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직접 과자를 사거나 빵을 구입하지 않는다. 반찬은 항상 채소로 한 가지 메뉴만을 산다. 점심은 항상 요구르트 한 개와 치즈 두 장, 바나나 한 개이다. 이렇게 정해놓고 실천하니 그래도 돈을 체계적으로 쓰는 것이 아닌가 나름 속으로 자부해본다. 하지만 물건 자체는 아예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어서 안타깝다... 내가 분실한 물건들은 얼마나 재활용되었을까? 확신할 수 없다. 무언가를 분실하지 않는 연습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니 앞길이 캄캄하다...
 

  자칭 녹색당 자원활동가라는 인간이 물건을 흘리고 다녀서 절약실천을 하기 힘들다니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긴 하다.  그렇지만 미숙한 모습은 노력해서 극복하면 끝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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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