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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기타

[미나비리스] '오해 아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책' [섹스북: 권터 아멘트]


섹스북
카테고리 인문 > 교육학
지은이 권터 아멘트 (박영률출판사, 199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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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한 여성이나 한 남성을 자신과 동등한 권리를 가진 한 사람의 파트너로서 인정할 능력이 없는 그런 서른 살짜리에겐 성행위를 금지시켜야 할 거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 p. 76

 

 전에 '벌거벗은 여자'라는 책의 후기를 썼을 때도 유달리 검색수가 폭발적이었다.
벌거벗은 여자의 사진이라도 나오는 줄 알았나보다.
하긴, 이 책은 섹스를 사랑하는 남녀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섹스북이다.

 

 이 책은 독일 청소년들을 위한 성교육 책이다. 다른 성교육 책들처럼 여자와 남자의 성기에 대한 지식들도 등장한다. 이전에 난 다 마스터했으므로(?!) 그냥 청소년 소설보듯이 재미있게 보았다. 그래도 꼴유교에 물들어 '남녀칠세부동석'같은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우리나라와는 완전히 다른 책이다. 

 첫번째로, 성기를 '표현'하는 그림을 그린다던가 하는 그런 유치한 짓은 안 한다. 직접 남자의 성기가 발기하는 사진을 찍고, 여자의 클리스토스가 발기하는 사진까지 찍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성기의 앞면을 찍으면 안 된다는 말도 안되는 법률때문에 그 바람직한 사진이 올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참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두번째로, 이 책은 목차 따위 정해놓지 않았다. 이 책을 쓴 박사님의 말로는 필요한 목차만 슬쩍슬쩍보고 버려질까봐 그렇게 구성했다고 한다. 대표적인 청소년 남자, 대표적인 청소년 여자의 대화로 이야기는 구성된다. 만일 이 두 청소년들의 대화 중에서 잘못된 상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거나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이슈가 나올 경우, 박사님이 살짝 옆으로 비껴나서 그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식이다. 

 세번째로, 이 책은 청소년들이 관심있어할 만한 사회적인 주제들이 빈번히 나온다. 지금의 성교육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없지만, 내가 받은 성교육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콘돔불기' 수업밖에 없었다. 끈적끈적한 기름이 덮인 비닐이 콘돔인지도 모르고 풍선마냥 불다가 제일 크게 불었다고 선생님이 칭찬하시며 콘돔상자를 주셨던 기억이 난다. 난 왠지 모르게 신나서 집 안에다가 보관해두었었는데, 어머니한테 뺏긴 적이 있다. "창녀처럼 굴지 마라." 라고 하셨던가. 그 말에 엄청 상처를 받았고 당황스러웠다. 이 책에서는 본인처럼 부모와 성적 의견의 차이로 전투를 벌이는 청소년들에게 여러가지 위로가 될 말들이 적혀있다. 역자님이 참 번역하기 힘드셨을 듯한데, 독일의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을 지니고 계셨는지 번역에 실수나 무리수가 없었다.

 어쩌면 남자들에겐 좀 보기 힘든 책일지도 모르겠다. 임신 중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동독은 원래 공공적으로 임신 중절 법률이 허가되었던 국가였다. 그러나 임신 중절이 금지되었던 서독과 통일이 되자, 법률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임신 중절이 법률엔 위배되지만, 그로 인한 처벌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을 상세히 보면 그 전말을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 '독일 녹색당'에 대해 설명하는 코너에서도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서로 다르게 살았던 국가가 통일을 하려면 두 국가가, 특히 좀 더 진보적이었던 국가 쪽이 많은 것을 감소해야 하는 것 같다. 타협이 중요하긴 하지만 굳이 이런 좋은 정책에서까지 애매한 해결책을 봐야 하는지. 세계적으로 예외없이 여성들이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 현실에 그저 한숨만이 나올 뿐이다.

 

 

  이런 종류의 책을 볼 때마다 남자분들에게 항상 말하는 것이지만, 만일 중고책방에서 이런 책을 발견한다면 꼭 사라. 그리고 끝까지 다 읽어봐라. 꼴페미네 어쩌네 비난하기 전에 그들의 입장을 읽고나서 반박할 준비를 하던가 해라.
만일 이런 그림이 등장한다면 여유있게 큰 소리로 웃기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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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