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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Ⅰ/언론보도

[아시아경제][책을 지키는 사람들]"사람과 책을 잇는다"..'책 읽는 지하철' 송화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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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송화준 '책 읽는 지하철' 대표(31)은 그저 평범한 청년이다. 현재 서울 불광동에 소재한 '서울혁신파크' 내 '서울 청년 일자리 허브' 프로젝트 매니저(PM)로 일한다. 그러면서도 책과 사람을 잇는 문화 매개 활동가를 자청한다.비록 '대표'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지만 명예와 돈이 주어지는 일은 아니다. 송 대표는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통해 책을 만나는 세상"을 꿈꾼다. 많은 사람이 함께 책을 읽으면 우리 사회가 더욱 행복해 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많은 사람들과 책을 통해 소통하기 위해 바로 '책 읽는 지하철' 플래시 몹을 시작했다. 반응도 뜨겁다. 첫회 80여명에 이어 매회 120여명이 참가한다. 플래시 몹은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다섯차례, 매달 셋째주 토요일에 진행한다. 책 읽는 지하철은 '스마트폰에 빠진 지하철 풍경을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출발한다. 참여자는 우리 주변에서 늘상 만날 수 있는 대학생, 직장인들이다. 모임과 몹은 모두 SNS 커뮤니티를 통해 이뤄진다.

 

지난 4월에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인터넷을 보고 자발적으로 동승해 함께 책을 읽었다. 당초 4월 행사는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에서 시작해 뚝섬 '서울숲'까지 이동한 다음 소풍을 할 예정이었다. 그 날 비가 내려 다시 을지로입구까지 한바퀴 순환하며 책을 읽었다. 5월에는 신경숙 작가가 참여, 북콘서트도 열었다. 이달에는 22일 신도림역에서부터 진행한다. 참가자는 누구라도 그저 읽고 싶은 책을 가지고 나와 읽으면 된다. 

 

모임이 끝나면 10여명 단위로 조를 편성, 각 조별로 토론을 벌인다. 몹에 참가할 때는 행동수칙이 있다. '노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거친 말을 쓰지 않으며 단정한 자세로 책을 읽어야 한다.' 송대표는 "노인 중에는 자리를 권해도 책 읽는 사람이 앉아야한다며 거절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지하철이 함께 책 읽는 즐거움을 누리는 공간을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임에는 지난해말 페이스북 카페에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현재 회원은 3800여명이다. 책 읽는 지하철 플래시 몹에 참여한 회원들은 한결같이 즐겁고 행복한 경험이라는 반응이다. 

 

"내가 변해야 사람이 변한다. 책 읽는 지하철 칸에 들어선 사람들 중에는 쩍벌남이나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이 없다. 다들 책 읽는 모습에 놀라면서 스마트폰을 보려다가 다시 주머니에 넣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떤 여고생들이 당황스런 표정으로 구석에 가서 '우리도 다음부터 책을 읽자'고 귓속말을 하는 것도 보았다."

 

송 대표가 많은 사람과 책 나눔을 하는데는 개인적인 아픔에서 비롯됐다. 어려서 아버지의 사업 실패, 가족 이산 등을 겪었다. 학창시절 내내 말 수 없고, 다가오는 친구조차 피하며 보냈다. 한 때 우울증 등으로 병원신세도 졌다. 그러다 직장인들의 독서모임인 '강남 수요독서회'에 참여하면서 서서히 아픔을 치료할 수 있었다. 

 

"처음 모임에 나가서는 별로 얘기를 못 했다. 조금씩 말문이 열리면서 토론에 참여했다. 나중에 책 토론은 그냥 책 내용을 말하는게 아니라 토론 전체가 내 얘기라는 걸 알게 됐다. 비로소 세상밖으로 나온 기분이었다. 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곤 책 읽는 즐거움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졌다."

 

송 대표는 2010년 SNS에 독서카페 '나눔나우'를 열었다. 지금 회원이 1만4000여명에 이른다. 회원은 직장인, 주부, 학생 등이 망라돼 있다. 출판사 직원들도 있다. 책이 나오면 독후감, 서평을 올린다. 이를 통해 책과 사람을 이어간다.이들은 간혹 오프라인에서도 만나 책을 주고 받는다. 지하철에 함께 책 읽는 이유는 "더욱 몰입하게 되고, 또 책 읽는 분위기를 전하고 싶기"때문이다. 송대표는 언젠가 책 읽는 지하철 모임은 사라지기를 기대한다. 그 날은 모두 스마트폰 대신 책을 보는 날이다.


이규성 기자 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