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인터뷰 기사는 온라인 매거진 보라(클릭)에 송고된 글입니다.
취재를 하다보면 아무래도 기대를 하고 가는 경우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가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열매나눔재단은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 역사가 가장 짧은 기관으로 취재 전 기대가 크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만나서 얘기나누면서 올해 사업 성과를 기대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대한 내용은 아래 인터뷰 내용에서 확인하기로 하자.
열매나눔재단은 그동안 탈북자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온 NGO로, 전 직원의 70%이상이 탈북자와 소외계층로 구성된 (주)메자닌아이팩을 비롯하여 5개 사회적기업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그 외에도 70여개 사회적기업에 대해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서 사무국장은 “한국의 짧은 사회적기업 역사에서 사회적기업을 이해하는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사회적 목적을 실현한다는 면에서 유사성이 높은 자활사업에서 컨설팅 경험을 축적한 전문가 집단의 멘토링이 열매나눔재단의 창업팀에게 있어 가장 큰 장점 중에 하나”라고 강조했다. 서 사무국장 역시 열매나눔재단 이전에 자활 사업에 몸담은 해당 분야 베테랑 전문가이다.
열매나눔재단은 사회적기업 육성사업 2기(2012년)에 뒤늦게 합류했고, 3기(2013년)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가, 올해 4기에 다시 참여하게 됐다. 굴곡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있을 터, 그에 대한 질문으로 먼저 시작했다.
다른 기관에 비해 1년 늦게 육성사업에 참여하고, 또 그 다음해인 2013년에는 참여하지 않았는데요.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건가요?
“2기 때 사업을 하다보니까. 실제 인큐베이팅 기간이 5월부터 그 다음 3월까지 약 10개월인데요. 10개월 동안 2,300만 원 정도 지원하고, 창업도 하고, 가급적 예비사회적 기업 인증도 받고. 짧은 시간안에 이렇게 주어진 미션을 달성하기 힘들고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3기 사업을 하려면 2기에서 인큐베이팅 받은 기업들이 다 나가야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이 상황이 안타까워서 차라리 3기 사업을 참여하지 말고 사회적 기업 육성사업을 통해서 인큐베이팅팀들을 사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작년에 당시 사무국장님이 ‘이거 아니면 대안이 뭔데?’ 라고 물어보셨는데. 우리팀이 제안했던 거는 ‘계속해서 인큐베이팅팀을 만들어낸다해도, 10개월 뒤 이 팀들이 어디 가서 무엇을 하는지 우리가 알 수 없다. 그리고 사후에 그들을 케어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이렇게 말씀드렸어요. 작년 3월 후 이 사업을 종료하고 계속해서 추가로 사무 공간이 필요한 팀들에게 공간을 확보하고, 추가로 투자를 연계할 수 있는 것들을 작년 한 해동안 많이 찾아다닌 거죠.
그래서 저희가 두가지를 새로 하게 했는데. 하나가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근처에 동작구 사회적 경제 센터를 개설을 했어요. 그래서 많지는 않지만 10개팀 정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어요.
또 하나는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 연구원과 열매나눔재단과 MISC과 함께 소셜벤처 클러스터를 준비하고 있거든요. 금천 가산동 아울렛에 170평 정도 클러스터를 조성할 수 있게 됐어요. 이 2가지가 작년에 만들어 낸 성과죠. 그래서 3기 사업에 참가를 못했고, 지금 어느 정도가 준비가 된 상태죠.”
이번에 들어오는 팀은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겠네요. 어떻게 보면 2기는 난관이 많았던 것 같은데, 그렇기 때문에 4기를 더 잘 준비할 수 있었던 거네요.
“저희가 2기 때 처음 들어가서 모르는 것도 많아서 여러모로 힘들었어요. 힘든 것도 힘든 거고 창업팀들에 대한 사후관리가 없는 거예요. 10개월 뒤엔 어디가라고. 그래서 작년에 준비했고 나름 성과도 있어서 이번 인큐베이팅할 때는 쓸 수 있는 공간이 많이 늘어났죠.”
그럼 이번에 뽑히는 팀은 동작구 사회적경제센터와 가산 디지털단지의 소셜벤처클러스터에 가게 되는 건가요?
“저희가 올해 사업에서 15개 팀을 배정받았는데요. 7개팀은 가산 디지털 단지로 가고, 8개팀은 종로로 갈 예정이에요. 종로쪽은 ‘네트워크 고리’라고 하는 곳이 종로구 사직동 쪽에 있는데, 청년 사회적 기업들 네트워크하고 교류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서울이 있으면 광화문을 중심으로 북촌과 서촌이라고 나눠서 부르거든요. 서촌 지역에 마을 활성화 사업이 굉장히 많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네트워크 고리가 서촌 중심으로 하는 곳이에요. 그리고 지역 시장도 있거든요. 그래서 상품과 서비스를 테스팅해보고 싶은 팀들에게 굉장히 좋은 공간인 거에요. 주기적으로 마을 시장이 열리기 때문에 상품과 서비스를 계속해서 테스팅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있어요. 지역에 밀착된 사업을 하시는 분이 서촌으로 들어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서경준 사무국장(우)과 사회적경제지원팀 한기선 과장(좌)
가산디지털 단지는 구로와 더불어 G밸리라고할 정도로 국내 IT관련 기업들이 활황을 이루는 곳이고, 서촌은 요즘 서울에서 가장 핫해지는 곳이고, 특히 데이트 장소로..(웃음) 지역이 굉장히 특색있어서 입주팀이 업종에 따라 지역을 잘 선택하면 큰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거 같네요. 센터의 입지가 큰 장점일 거 같은 데요. 그 외에도 장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저희가 ‘우리는 이 업종을 잘해.’라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그런데 저희 장점을 한가지만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저희의 멘토는 전문성이 있다는 거예요. 다른 기관들은 대부분 담임 멘토를 내부 직원이 한다고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아니거든요. 2기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전부 다 외부에서 컨설팅하시는 분들이 담임 멘토거든요. 2기 사업 때도 성과가 좋았던 이유가 뭐였냐면, 저희가 잘하는 부분과 못하는 부분을 인정을 했어요. 저희가 창업팀의 가치를 세우고 미션을 세우고 같이 가고 하는 것은 잘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비즈니스 모델을 세우고 판로를 개척하고, 실질적인 자원을 연계하는 것들은 저희가 부족할 수 있거든요. 그 부분들은 실제 컨설턴트가 잘 하시거든요. 2기 사업 때도 미션을 만드는 건 저희가 했지만, 판로개척이나 비즈니스 모델 같은 것은 외부 멘토가 해주셨거든요.”
멘토 부분에 문제에 굉장히 공감해요. 그런데 다른 기관들이 멘토링 시스템을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 게.. 나름의 애로사항이 있더라고요. 적합한 전문가를 찾기도 어렵지만, 막상 전문가를 모셔와도 사회적기업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서 제대로 된 멘토링이 안되고.
“저희와 같이 일하시는 컨설턴트분들은 ‘자활사업’에서 컨설팅 경력이 5-10년 되시는 분들이에요. 기초생활 수급자,차상위 계층을 위한 자활 사업이란게 있어요. 지역 자활 센타를 만들어 놓고, 기초생활 수급자나 차상위 계층 분들이 일정기간근로를 하시고, 창업을 하시는 그런 사업이이죠. 사실 국내 사회적기업 아젠다를 제일 먼저 만든 곳이 자활 쪽이거든요. 그래서 저희 같은 실무자 분들보다 실제 사회적기업에 대해서, 협동조합, 마을기업에 대한 이해가 더 많은 분들이 있어요. 이 분들이 ‘너 비즈니스 이렇게 만들고, 이렇게 돈 벌어야 해’라고만 주장하는 분들이 아니라는 거죠. 충분히 이 가치도 이해하시고, 가치에 기반을 두고 사업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아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창업팀에게도 굉장한 효과가 나타나는 거죠. 이분들을 영리시장에서의 일반 컨설턴트라고 생각하시면 큰 오해가 생길 수 있어요.”
크게 기대안하고 왔는데, 강점을 많이 발견하고 가네요.(웃음) 지금까지 진행된 3차례의 육성사업에서 2기에만 참여했는데요. 그런 핸디캡을 이해하고 여쭤볼게요. 2기에서 성과가 난 팀들이 있나요?
“가장 대표적인 게 두손컴퍼니, 인디씨에프, 한국갭이어..”
아, 그 기업들이 열매나눔재단 출신이었어요? 몰랐네요.(웃음)
“외부 분들이 오시면 공통적으로 하시는 얘기가 ‘왜, 안 알려져 있죠?’에요.(웃음) 달리말하면 자체 홍보가 취약하다는 거죠. 작년에 진흥원에서 뽑은 우수 창업팀 중에서 저희가 인큐베이팅한 팀이 인디씨에프, 마음걸음, 토이씨어터, 두손컴퍼니 이렇게 4개팀이 있어요. 저희가 2기 사업 때 14개팀을 인큐베이팅 했는데, 자랑같지만 육성한 팀 대비 가장 많이 입상한 기관이 저희일 거예요.(웃음)”
우리 기관하고 가장 잘 맞는다. 애정이 간다하는 팀을 하나 뽑는다면요?
“우수 창업팀에 선발된 4개 팀에 속하진 않았지만, 저 개인적으로 뽑자면 ‘한국갭이어’가 가장 애착이 가고 자랑하고 싶어요. 대표자의 사업 스타일이 저하고 비슷해요.(웃음) 그 우직함, 밀고 나가는 추진력. 그리고 대표가 가진 비전, 미션이 너무 좋아요. 2기 팀 사업 종료를 하면서 저희 내부적으로 팀간 성과발표를 했어요. 우수 두팀에게는 천만원씩 지원금을 주면서 해외연수를 다녀올 수 있게 했는데, 그 때 갭이어가 최우수상 받았거든요. H-온드림에도 지원을 했는데 이상하게 갭이어는 계속 떨어지는 거예요. ‘우린 왜 안될까요.’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제 개인적으로는 가장 기억에 남아요.”
어떤 예비 사회적기업가들이 열매나눔재단과 함께하면 좋을까요?
“한국갭이어를 예로 들었잖아요. 그 친구들처럼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에 대해 사명감을 갖고 있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어요. 또 하나는 그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유연하지 않은 부분도 있거든요. 저희는 그런 사명감이 있으면서도 유연성이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나만 옳아, 내 것이 맞아 이런 사람이 아니라 이 사람의 이야기도 듣고, 저 사람의 이야기도 듣고, 이렇게 포괄적으로 듣고 나서 평가하고 판단하고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해요.
그리고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를 조금이라도 실험해본 팀이 오면 좋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창업이라고 하면 올인 형태의 창업을 많이 생각하는데 요즘은 린스타트라고 해서 가볍게 툭툭 던져보는 창업을 많이 하거든요. 내 자본 들여서 내가 가진 아이템이 가치가 있는 것인지, 시장에 통하는 것들인지 툭툭 던져볼 수 있는 실험의 장이 많이 있거든요. 이런 과정을 거쳐서 약간의 경험과 검증을 해본 친구들이 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학생보다는 좀 더 한 분야에 좀 더 집중적으로 투여했던 사람, 그리고 앞으로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열매나눔재단과 맞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나 이것을 가지고 세상을 바꿔바야지, 지역사회를 바꿔봐야지’라고 말하기 보다는 그걸 꾸준히 해왔던 친구들이 필요한 거죠. 끊임없이 실천해보고 경험해보고 실패해보고 했는데, 그래도 안 되는. 그래서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오면 좋은 거죠. 몇 개월 해보다 ‘이거 안돼요.’ 하는 사람들 보다는 말이죠. 제가 갭이어 대표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 친구들은 그것을 위해서 정말 오랜 시간 부딪히고 깨져 본 친구들이거든요. 오랜 시간, 정말. 그 친구들은 대학 다닐 때부터 20대 대부분의 시간을 그것을 위해 바친 친구들이에요. 그리고 여전히 거기에 미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면 해주세요. 못 다한 장점을 더 어필해주셔도 좋고요.
“2012년 2기 때 처음하는 거라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 사업을 다시 해야했다고 생각한 게 뭐냐면. 2기 때 함께한 친구들이 항상 남아있어요. 저희 인큐베이팅 창업팀 모두 이 건물에 입주해 있었는데. 정말 팀들이 너무 친하게 지냈거든요. 서로 협력하고 연대하고 양보해가면서 10개월을 보냈어요. 힘들었던 것보다는 그들이 보여준 열정, 그들과 함께한 시간들이 마음에 많이 남아 있으면서. 아, 또 해야겠다. 또 이런 친구들을 만나야 겠다. 또 이렇게 도와주어야겠다 라는 마음들이 많이 남아 있어요. 사실 실무자로써 그 친구들을 서포트 해주는 게 쉽지 않았지만, 너무 좋았고. 다시 이 사업을 하게 된 동력이었어요.
사실 저희 이 사업이 단순히 사업비를 따기 위한 사업이 아니거든요. 단지 사업비 따고자 하면 저희도 담당멘토를 내부 직원으로 했을 거예요. 그런데 정말 이 사업 생각하고 이 팀들 생각하고 제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멘토들도 정말 다 전문성있는 분들 모셔와서 맡기는 거고. 저도 이 사업에 투입됐지만, 매니저 따로 있고, 다른 직원들도 일정부분 다 참여시키거든요. 왜냐하면 이 사업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같이 성장할 수 있으니까. 저희로써는 진흥원에서 받는 실제 예산보다 더 많은 시간과 역량이 투입되는 사업이에요.”
열매나눔재단은 매니저와 멘토의 역할 구분이 명확했다. 너무나 당연한 말 같지만 사실 이 구분이 잘 지켜지지 않는게 여타 기관이 가진 문제 중에 하나이기도 했다. 같은 사람이 두가지 역할을 다 잘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쉬운 일 만은 아니니까. 인터뷰에는 서 사무국장과 더불어 창업팀들에게 일명 ‘비교견적’이라고 불린다는 사회적경제지원팀의 한기선 과장님 함께 했는데, 애증섞인 별명의 소유자인 그는 “대표자가 창업초기 사업비에 대해서 무게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며 “BM은 전문 멘토가 해줘야할 역할이라면, 사업비를 계획성 있게 쓰도록 돕는 것은 매니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이런 노력 덕분에 수천만원씩 지원된 예산이 환수되거나 마지막에 불필요하게 예산이 사용되는 다른 기관 창업팀의 사례와 달리 열매나눔재단의 창업팀은 계획성있게 쓰이고, 2기 사업때 환수된 금액도 2기 전체 14개팀을 통틀어서 40만원 정도로 아주 적었다고 성과를 밝혔다. 인터뷰 내내 권토중래의 기운이 느껴진 열매나눔재단. 많은 고민 끝에 돌아온 만큼 2014년 4기 사업를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