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인터뷰 기사는 온라인 매거진 보라(클릭)에 송고된 글입니다.
사단법인 씨즈(이하 씨즈)는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전문가들이 주축이 되어 2010년에 설립된 비영리 단체이다. 초기 멤버는 함께일하는재단, 하자센터, 카이스트 출신이 주축을 이루었다고 한다. 현재 이사장은 사회적기업 입문서로 유명한 <보노보혁명>의 저자인 유병선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이 맡고 있다.
씨즈를 표현하면 떠오르는 한마디라면 ‘젊음’ 또는 ‘청춘’이 아닐까? 신생조직, 젊은 감각의 실무자들, 그리고 인큐베이팅 받는 1,2,3기의 평균 연령도 모든 조직을 통틀어 가장 낮다. 이렇게 젊은 청년들의 지지를 한껏 받으며 성장해온 조직이 바로 씨즈이다.
인터뷰에 응한 씨즈의 김영석 사무국장은 함께일하는재단에서 초창기에도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을 경험한 바 있다. 대학 때는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장애인 인권 동아리에서 활동하기도 했다고 한다.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복지만으로 어렵겠다는 생각에 자립과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사회적기업을 만났다고 했다.
김영석 사무국장은 씨즈를 표현해달라는 말에 “저희가 육성한 창업팀 대표는 씨즈를 YG엔터테인먼트 같은 곳이라고 표현하시더군요.”라고 말하여 웃었다. 아마도 개성 강한 청년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며 성장시킨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리라. 두서 없이 진행된 인터뷰의 일단을 아래에 공개한다.
씨즈는 초반부터 많은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으며 출발했고, 또 역량있는 청년들이 많이 왔던 걸로 기억해요. 1기 때부터 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기관 중에 하나로 알고요. 그 원동력이 뭘까요?
“씨즈의 창업정신이겠죠. 그 창업정신이 사람으로 드러나서 청년들이 모이는 것 같아요. 지금은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로 자리를 옮기신 이은애 초대 이사장, 노리단 설립자로 지금은 성북문화재단 대표로 있는 김종휘 초대 사무국장, 그리고 보노보혁명의 저자로 현재 이사장을 맡고 계신 유병선 경향신문 전 논설위원 같은 분들이 씨즈를 굳건히 지켜주시니까요.
씨즈가 설립될 때부터, 청년들이 만들어가는, 청년이 가진 가능성들, 혁신에 관한 정신들을 누구보다도 공감하는 분들이 모였죠. 청년이 주체가 된 사회혁신이랄까 사회적 기업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대안과 방향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온 분들이 좋은 에너지와 고민을 가지고 모이니까. 그 자체가 씨즈의 창업 정신이었던 것 같아요. 그것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고, 이사장님도 우리나라에 꾸준히 사회적 기업을 알리는데 공헌하셨던 분이시잖아요.
저 같은 경우 함께일하는재단에서 희망청과 소셜벤쳐 인큐베이팅 관련 일을 기획했었어요. 그때 저희가 고민했던 게 실업에 대한 문제, 그중에서도 청년의 문제였어요. 경력단절여성분이나 중장기 실업자들도 문제였지만 청년의 문제는 보이기는 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는 그런 문제였어요. 사회적 기업이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이라던지 사회적 서비스 제공도 굉장히 의미있지만, 청년들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대안적인 형태의 기업도 사회적 기업이겠다라는 생각을 가졌었고, 그런 고민들이 씨즈의 창업에 굉장히 영향을 끼쳤다고 봐야겠죠.
그런 것들이, 진정성이랄까 하는 것들이 실제 육성사업에서 참여하는 청년들에게도 전달된게 아닐까요.”
2년 여 전에 김종휘 이사(현 성북문화재단 대표)의 말씀이 생각나네요. “청년들이 마음껏 시도해볼 수 있는 장으로 만들고 싶다.”라고. 청년들을 중시하는 그리고 청년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이런 것들 씨즈의 창업정신의 산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저희 창업팀 중에 나눌레몬의 장수경 대표가 우리를 비유하는 바를 말하자면, YG 엔터테이먼트라고 해요 (웃음) 저희가 창업팀의 개성을 존중하고, 분야에 대해 맞춤형으로, 그래서 스스로 찾을 수 있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그런.. 저희가 모든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육성기관이 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해요. 다만 저희는 창업팀의 개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스스로 답을 찾고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함께 고민하며 각 분야에 맞춤형 자원을 연계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 빅뱅같은, 혹은 싸이 같은 다양한 매력의 팀들이 생겨나는 것 같아요.”
비유가 왠지 와닿네요. 씨즈가 YG라면.. SM은 함께일하는재단?(웃음)
“네. 그냥 우스게 소리로 함께일하는재단은 SM이고, 씨즈는 YG라고 하더라구요. 나름 특성을 반영한 평가인듯 해요. 제가 볼때 함께일하는재단은 매니저나 멘토가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그런 역량이 잘 축적되어 있죠. 잘 짜여진 체계와 경험을 통해 실제적인 조언을 줄 수 있는 게 장점이고요. 그런데 저는 초기에 비즈니스 모델이 초기에 끊임없이 고민할 수 있는 틀들을 던져주고 그것을 고민하고 공유하는 방법들도 되게 좋은 방식이라고 봐요. 저는 그게 융화되었으면 좋겠는데, 우리처럼 스스로 막 찾아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켜봐주고 어떨 때는 진짜 그 시간에 아무것도 안주고, 옛날에는 그랬어요. 그냥 놔두기도 하고. 방임형 이런 얘기도 나오던데. 어쨌든 그런 장단점들 육성기관 간에 서로 교류를 하려고 하고 있어요.”
씨즈의 인큐베이팅 조직이 있는 서초창의허브 내외부 전경
씨즈 만들었던 분들이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또 다른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고 그런게 많은 힘이 될텐데요. 실제로 1,2,3기를 거치며 두각을 나타내는 사회적기업도 많이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가요?
“질문지에 한팀을 꼽아달라고 보내셨잖아요. 그것도 강조해서..(웃음) 이건 제가 발언하면 안되요. 왜냐하면 이거 한 열 개쯤 얘기하지 않으면(웃음). 음 제가 생각하고 있는 팀들은 많은데 베네핏도 있고 텀블벅도 있고 모티브하우스, 점프, 에이컴퍼니도 있고. 그 다음 서울소셜스탠다드… 아, 어렵네요.(웃음)
1기 러닝투런이 창업가 정신을 가장 많이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고민을 정말 오랫동안 했고, 그리고 그 고민들을 지역에서 오랜기간동안 하나하나씩 풀어나가는 것들, 그리고 거기에서 지금도 고민하고 있고.”
감사합니다.(웃음) 러닝투런은 어떤 일을 하는 팀이죠? 선택하신 이유는요?
“지금 창신동에서 마을 만들기를 하고 있어요. 거기 봉제공장에서 봉제공장 폐기물들을 줄이기 위한 제로웨이스트디자인 같은 사업들을 하죠. 씨즈가 했던 고민을 계속 유지하고, 스스로 돌아보면서, 성과라는 측면보다는 자신의 고민들을 숙성을 시켜서 지역사회를 청년의 눈에서 뭔가 변화시키는 그런 것들이 보여서 좋아요. 씨즈에는 러닝투런보다 지명도 높고 활동력 높은 창업팀들도 많이 있고, 유명도나 매출규모 등에서 비교 우위인 팀들도 많긴 해요. 그래도 말씀드린 그런 지점들이, 지역에서 꿋꿋하게 유지해나가는 그런 모습이 좋다는 거죠.
그리고 러닝투런이 있음으로 또 창신동에 새로운 사회적기업이 유입이 되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도, 우리 사회에서 변화가 필요하고 혁신이 필요한 곳으로 들어가서 거기에 투신해서 지역에 있는 주민들 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작업들을 그리고 그 성과들을, 그 문제들을 해결하는 솔루션들을 만들어가는 그런 모습들은 씨즈의 좋은 사례라고 생각해요.”
지역문제에 뛰어드는 청년들을 좋아하시는 건가요?(웃음)
“지역이나 청년만을 중시하는 그런 건 아니고요. 씨즈는 다양성을 품어야 한다고 봐요. 청년에 국한해서 봐도 사회적기업 육성사업도 처음 시작할 때는 ‘청년 등’이라고 해서 청년사회적기업 육성을 주 목표로 했지만 지금은 열어놨잖아요. 저희도 청년으로 가두는 그런 것 보다는 청년들이 다른 세대하고의 대화, 소통, 융합을 통해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고 봐요. 그리고 그게 자꾸 촉진되어야 한다고 봐요.
풀어가야 할 숙제는 있죠. 작년에 여성 문제에 관련한 팀이 있었어요. 서초구에서 50대 분들이 오셔서 사회적 기업을 하시기 위해서 오셨어요.(씨즈의 사회적기업 창업보육센터인 ‘서초창의허브’는 서초구와 협력을 통해 운영중이다) 그런데 그분들이 말씀하시길, 다른 사람들은 서초구에 아무런 사회적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다 들여다보면 정말로 많은 문제들이 있다. 그 문제들이 자신들이 경험한 문제이고, 그걸 사회적기업을 통해서 해결해보자라고 했을 때, 저희가 좀 힘들더라고요. 그 문제를, 저희는 청년들 위주로 하고 있잖아요. 그러면 그 세대가 맞는 눈높이에서 보듬어주고 조언을 주고 솔루션을 줄 수 있는 곳들은 씨즈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풀어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어요.
저희가 고민되는게, 가령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좀 더 전문적인 분야가 있잖아요. IT. 작년에 저희도 아쉬운 점들이 뭐냐하면, 소셜 벤쳐 경영 대회 때 금상 탄 도너도넛이라고 있는데, 저희 씨즈 내에 모든 전문가가 배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좀 더 깊은 전문성이 필요한 그런 것들, 그리고 약간 트렌디한 것들에 대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해야 하는지, 그런데 그런 고민들이 육성기관마다 다들 있더라고요. 저는 이제 그런 문제들은 함께 풀어나가야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가령 서울에 있는 육성기관들 중에 IT 기반으로 한 창업 팀들이 있어요. 그러면 그걸 굳이 우리 창업팀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다 같이 멘토링할 수 있는. 그래서 저는 씨즈에서도 그런 부분을 열어 놓으려고 해요. 열린 멘토링이죠.”
여러 고민을 가감없이 얘기해주셔서 마지막 인터뷰를 잘 왔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이런 사람은 씨즈로 와라. 예비사회적기업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우리 사회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보다는 자신이 가진, 청년이 가진 문제들을 풀고자 노력하고 그쪽에서 솔루션을 찾을려 하는 사람들이 좋아요. 청년 실업의 문제, 주거의 문제 같은 청년이 지금 가지고 있는 자신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를 사회적 기업을 통해 풀고자하는 의지를 가진, 그리고 그동안 실천해 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 왔으면 좋겠어요. 또하나는 씨즈를 괴롭힐 사람! 씨즈는 다양한 역량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것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그런 사람을 환영해요.
그리고 창업 1,2,3기 선배들을 만날 어떤 준비가 되어 있는, 만나고 싶은 분들, 그들과 협업하고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오면 좋겠어요. 선배 기수 중에 지금은 독립해서 사업을 하고 있지만, 돌아온 연어처럼 다시 와서 함께 프로젝트를 하고 그런 팀들이 많아요. 저희가 이런 인프라들을 잘 갖추고 있으니까.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겠어요. 창업과정에서 다양하게 성과를 나타낼 수 있도록 그런 노력을 꾸준히 할테니까 씨즈를 믿고 오세요.”
씨즈의 김영석 사무국장은 씨즈에 국한시키지 않고 사회적기업 육성사업 전반에 대한 의견을 많이 피력했다. (필자 역시 많은 부분 공유하는 주제라 인터뷰 당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지만, 이번 기획시리즈의 취지와는 다른 면이 있어서 대부분 생략했다. 이후에 이에 대해 다룰 기회가 있기를 기대하며 아쉬움을 달래본다.) 이런 것이 어쩌면 씨즈의 자신감이고 장점이리라. 선도기관으로서 내재된 자신감이 육성사업에서 오는 아쉬운 부분이나 씨즈가 가진 단점에 대해서 좀 더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주목 받는 많은 선배 사회적기업가들과 사회적기업 육성의 중심기관으로 활발하게 활약하고 있는 씨즈와 함께라면 사회적기업을 준비하는 예비사회적기업가들에게는 천군만마가 따로 없다. 청년 중심의 조직문화에서 다양한 사회적기업를 품는 기관으로 변모하고 있는 씨즈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더불어 씨즈를 마지막으로 서울권역 사회적기업 육성기업 탐방의 짧은 여정을 마친다. 부디 사회적기업을 준비하는 예비사회적기업가들에게 작은 나마 도움이 되는 정보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