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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기타

당신이 쓰고 있는 물건의 생애에 대해 생각해보세요 『물건 이야기』

환경 운동가 애니 래너드가 쓴 이 책 [물건 이야기]는 특정 단계, 이를 테면 생산 및 폐기 과정에서의 환경 오염이나 노동 착취 문제를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물건"의 전 생애를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다른 책들과 구분됩니다. 물건의 생애라는 개념이 생각할 거리로 던져지더라도 생산, 소비, 유통 정도를 떠올리기 마련인데요, 이 책은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 재료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사실인데 정작 그것이 어떻게 얻어지는지, 물건이 수명을 다하면(때론 수명을 다하기도 전에) 버려지는데 이것은 어디로 가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왜 관심을 두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물건의 생애를 한 단계씩 짚어가다 보면 모든 물건과 쓰레기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선진국과 후진국도 하나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며 환경 문제가 노동, 불평등, 소비 문화, 산업 및 경제 구조, 생활 양식의 문제와 따로 뗄 수 없음을 알게 됩니다. 환경 오염을 줄이고 쓰레기를 줄이려면 이러한 문제들도 함께 해결해야 하며 그를 위해서는 개인적인 실천뿐만 아니라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메시지입니다.

물건의 생애는 크게 다섯 단계로 나뉩니다. 추출, 생산, 유통, 소비, 폐기가 그것이죠. 추출은 물건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를 얻는 과정입니다. 목재, 광물, 면화 정도만 살펴봐도 추출 과정에서 환경 파괴와 오염, 노동 착취가 엄청납니다. 게다가 자원을 소비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자원 고갈 문제가 발생합니다. 생산 과정에서는 앞서 언급한 문제 외에 "외부화된 비용" 문제도 있습니다. 즉, 물건을 소비되는 곳과 생산되는 곳이 다르다 보니 환경 오염이나 자원 고갈은 소비국이 아닌 생산국이 떠안게 됩니다. 누군가의 안락한 생활을 위해 또다른 누군가가 희생하는 구조인 거죠. 유통 과정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와 이산화탄소 발생 문제는 탄소발자국 등의 개념을 통해 어느 정도 알려졌습니다만 그 외에도 숨겨진 문제들이 많아요. 패스트 패션으로 유명한 스웨덴의 의류 업체 H&M은 인기 있는 아이템을 실시간으로 파악해서 거의 2주에 한 번씩 신제품을 공급하기 때문에 납기와 단가를 맞출 수 있는 공장하고만 거래를 계속합니다. 즉, 납기와 단가를 맞추지 못 한 공장은 하루 아침에 일감을 잃어버리게 되고 그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는 실업자가 됩니다.

소비 단계에서는 거의 신앙과도 같은 소비주의와 과다 소비가 문제가 됩니다. 끊임없이 욕구를 자극하는 광고,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견줘보는 사회적 비교 습관,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소비하고 거기에 쓸 돈을 벌기 위해 일에 파묻혀 또다시 공허해지는 악순환, 소유한 물건이 자신을 설명해 줄 것이라는 착각 등이 소비주의를 부추깁니다. 이것은 자연스레 과다 소비로 이어져 앞서 살펴본 추출, 생산, 유통의 속도를 높이게 되고 당연히 폐기물의 양을 늘리는 효과가 생깁니다.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 물질 얘기는 굳이 반복하지 않아도 되겠죠? 한 가지 덧붙이자면, 폐기물은 그 이름 때문에 쓸모 없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잘못된 맥락에 놓인 자원"입니다. 즉, 폐기물에 대한 관점을 바꾸면 '버릴 것'이 아니라 '소중히 다시 써야 할 것'이 되는 거죠.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폐기물 자체를 줄이는 것입니다. 소비를 줄이고 재활용, 재사용을 늘리는 거죠.

이 책에서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것은 의외로(?) 소비주의를 깨고 지역을 활성화하는 경제 구조로 바꾸라는 것입니다. 더불어 기업, 정부, 지자체 등에도 변화를 촉구하는 행동을 해야 합니다. 즉,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고서는 이렇게 서로 얽히고 설킨 문제들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르겠는 막막함과 나 하나 노력한다고 해서 뭐가 바뀌겠나 싶은 체념을 갖기 쉬운데 희망을 가지고 사소한 것이라도 실천하고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을 찾아 연대하라고 권합니다.

이것도 문제고 저것도 문제고 하는 식으로 글을 쓰면 부정적인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가급적 "문제"라는 말을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물건의 생애를 거쳐 수많은 문제점들이 곳곳에 쌓여 있는 것이 사실이라 더이상 줄일 수가 없더군요. 하지만 문제가 많다는 건 해결할 대상이 많다는 것이고 사회적인 문제를 비즈니스 형태로 푸는 사회적 기업가에게는 그만큼 기회도 많다는 뜻이겠죠. 환경, 소비, 유통 등의 분야에서 사회적 기업을 꿈꾸시거나 경영하시는 분이시라면 이 책에서 많은 힌트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듯합니다.

400쪽이 넘는데다 물건의 생애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빼곡하게 담긴 책이라 위에서 정리한 것은 이 책의 가치와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책임한 결론(?)이지만 역시 직접 읽어보시라고 권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물건이야기THESTORYOFSTUFF물건이생성되고소비되어쓰레기로버려지기
카테고리 경제/경영 > 경제일반
지은이 애니 레너드 (김영사,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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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노희승 마인드소다 대표. 책 기반 SNS 볼록(bollok)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