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죽지 않았습니다>
“어머니, 당신은 죽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어머니의 이름으로 내 가슴에 영원히 살아있고 이 지상에 영원히 머물러 있을 것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제일 먼저 배운 말 한마디가 ‘엄마’였고, 제일 먼저 배운 노래가 어머니의 자장가였듯 어머니가 가르친 말, 노래들은 내 가슴에 마르지 않는 샘이 되어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아래는 책내용 중 최인호작가의 돌아가신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입니다.
엄마,
하늘나라에도 꽃들이 만발한가요. 그건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그곳에서도 엄마는 우리 자식들 걱정을 하고 계실 거란 거예요.
엄마는 우리 투정은 무엇이건 들어주는 신문고였고, 필요한 모든 것을 다 들어주는 해결사였고, 힘 빠지면 기운 내게 해주는 알부민 주사였고, 종교였는데 이젠 투정부릴 곳도, 아프다고 주사 맞을 데도 없네요.
엄마는 마술사였어요. 열이 난 머리에 엄마 손이 놓여지면 시원해지고, 아픈 배도 스르르 나았죠. 그 손으로 조몰락거리면 온갖 음식들이 척척 만들어지고 엄마 손이 가는 구석구석마다 윤이 났어요. 참 신기해요. 세탁기도, 전기밥솥도, 학교급식도 없던 시절. 그 많은 아이들 밥 먹이고, 빳빳하게 풀 먹인 교복 입히고, 도시락을 몇 개씩 싸서 키우면서도 누룽지도 튀겨 놓으시고, 헌 털실 풀어 스웨터도 짜주셨잖아요. 그러다가 결국은 비단실 자아낸 번데기처럼 자신의 모든 걸 쏟아내고 가셨지만….
그런데 엄마, 엄마는 왜 그렇게 바보같이 사셨어요? 왜 맨날 “난 괜찮다”란 말만 하셨어요? 왜 항상 맛있는 것, 좋은 것은 자식들에게만 내놓으셨어요? 왜 바람피운 아버지를 그렇게 맥없이 용서해주셨어요? 치매에 걸려 당신 자신조차 알아보지 못하시면 서도 “엄마, 어때?”라고 물으면 무조건 “난 괜찮다”라고 자동응답기처럼 답하던 엄마. 먹을 것을 드리면 먼저 우리 입으로 넣어주던 엄마….
자식들에게 힘들다고, 속상하다고 좀 화도 내시고 푸념도 하시지 그러셨어요. 친구들이랑 고스톱도 치고, 훌쩍 여행도 다니시고, 예쁜 옷도 사 입으시지 왜 그렇게 스스로를 모범수로 만들어 사셨어요?
엄마가 종신 범으로 혀 깨물고 참으신 덕분에 자식들 무사히 잘 자라 좋은 학교도 나오고, 취직도 하고, 결혼도 했지만 그건 엄마의 인생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그 똑똑한 자식들, 성공해 바빠서 엄마 볼 시간도 없었잖아요.
다가오는 어버이날.
그래도 살아계실 땐 그날만이라도 카네이션 달아드리며 회개하는 척이라도 했는데, 이젠 어떡하죠? 하지만 엄마가 안 계셔서 제일 속상한 건 좋은 일이 생길 때 자랑할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엄마는 자식들의 성취를 온몸과 마음으로 축하해주고 기뻐하고 자랑스러워 하셨잖아요. 엄마의 그 기쁜 표정을 보고 싶어서라도 열심히 살려 했는데….
아무리 늙고 병들고 주책스럽다 해도 엄마, 단 하루만이라도 엄마 품안에 안겨서 온갖 고자질 다하고 펑펑 울고 싶어요. 생전에 섭섭하게 해드린 것, 멍청하게 군 것, 다 용서해주세요. 그래도 엄마 아시죠? 얼마나 엄마를 사랑하는지….
엄마가 제 엄마여서 너무 고마웠고, 너무 행복했어요.
엄마, 사랑해요.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 최인호 지음, 구본창 사진/여백 |
[그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오늘은 어머니에 대해서 함께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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