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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기타

두번째시간-5.18 광주민주화운동 [지금 이 순간의 역사:한홍구 저]

[부가설명] 아래는 책의 내용(p.39~59)을 발췌한 것입니다. 글을 읽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나눠주시면 됩니다. 함께보면 좋을 만한 자료(신문기사, 동영상 등)가 있으면 링크(url)나 TEXT를 공유해주세요. 토론을 통해 많은 의견과 자료가 모이면 현대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왜 광주인가?


 저는 광주를 이해하지 못하면 한국 현대사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는 지금 이 현실을 가장 많이 규정지은 사건이 바로 5.18 광주라고 봅니다. 5.18은 수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 인생을 되돌아보게 만든 사건이었을 겁니다.


5월 27일 새벽, 총을 내려놓지 못한 사람들

 역사를 공부하면 희한한 질문을 던지게 돼요. 광주에서 사람이 죽었죠. 얼마쯤 죽었습니까? 당시에는 2천 명이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조사해보니까 그렇게 많이 죽지는 않았어요. 5월 그 부렵에만 200명쯤 죽고, 나중에 돌아가신 분들과 행방불명을 합쳐 500명을 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200명, 300명 죽은 사건이 어디 광주뿐인가요? 제주 4.3사건이 있죠. 1980년 광주 인구가 30만이었어요. 4.3 당시 제주도 인구는 28만이었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죽었습니까? 공식적으로 정부에서 확인해준 것만 해도 3만 5천 명이에요. 사실은 훨씬 더 많이 죽었죠. 하루저녁에 300명, 400명씩 죽은 동네가 수두룩 빽빽입니다. 한국전쟁 때는 어땠어요? 보도연맹이니 뭐니 해서 대량으로 학살할 때 어땠습니까? 골짜기 골짜기마다, 마을 마을마다 200명, 300명씩 죽어나가는 데가 수두룩했습니다. 그럼 그 사건들이 광주와 무엇이 다른가요? 사람이 죽은 걸로 치면 광주보다 훨씬 더한 곳도 많습니다.

 차이라고 한다면 광주에는 '27일 새벽의 도청'이 있었다는 겁니다. 그날. 그 밤에 어떻게 전두환에게 텅 빈 도청을 내주느냐며 총을 들고 남아 있던 사람들이 있었던 겁니다. 총을 내려놓자고 주장하던 사람들은 도청에서 빠져나갔죠. 산 사람은 살아야 할 것 아니냐. 산 사람을 생각한 사람들은 총을 내려놓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죽은 사람들을 생각한 사람들은 어떻게 총을 내려놓느냐면서 거기 남았습니다. 이길 수 있어서요? 이걸 거라고 생각했을까요? 아무도 그런 생각 안 했어요. 주먹밥 가져다, 빵 사다 나눠 먹은 게, 그게 최후의 만찬이었습니다. 자기들끼리 최후의 만찬을 했어요.


 그날 다 죽지는 않았어요. 살아남은 사람도 있어요. 나중에 증언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런 말까지 했다고 해요. "야, 우리 죽고 나면 누가 우리 씻어주기나 하겠어?" 그래서 목욕탕 가서 목욕하고 속옷 싹 갈아입고 들어와서 총 들고 앉아 있었답니다. 죽을걸 알았던 거예요. 죽을 것을 뻔히 알고 죽음을 기다리면서 그 자리를 지킨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저는 광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5월 광주가 그 힘으로 지금 우리를 부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


 광주의 자식들이 뭐냐? 저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젊은이들에게 정의롭게 살라는 말을 하지 못하던 시대. 우리는 수백 년 동안 조상 대대로 그런 가르침을 받으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돌연변이가 나타나기 시작한 겁니다.

 1970년대에도 민주화운동을 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유신의 공기가 하도 무거우니까 한 학교에 데모 주동자 5명이 없어서 데모를 못했잖아요. 1980년대가 되니까 어때요? 감옥 가는 사람들이 줄을 섰습니다. 데모하면 붙잡혀서 엄청 두들겨 맞고, 학교 잘리고, 감옥 가고, 집안 풍비박산 되고, 호적에 빨간 줄 가고, 취직 안 되고...그거 다 알면서도 데모하는 놈들이 계속계속 나오는 겁니다. 그야말로 돌연변이들이죠.

 도대체 1970년대와 비교해서 1980년대는 뭐가 달라졌습니까? 1980년대 세대들은 뒷일 생각 안 하는 바보인가요? 아닙니다. 다 알면서도 그 짓을 했어요. 왜 그랬습니까? 생각이 광주에 미치면 그 다음부터는 계산이 안 돼요. 셈이 안 되는 겁니다. 1980년대 세대는 계산을 할 수 없는 세대였습니다. 줄을 줄 뻔히 알면서도 도청에서 총 들고 계엄군을 기다리던 사람들도 있는데 데모한다고 죽이기야 하겠어? 그 생각을. 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거죠. 그런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돌연변이 변종들. 그들이 광주의 자식들입니다.

지금 이 순간의 역사 - 10점
한홍구 지음/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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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에는 가정이 있을수 없지요. 그럼에도 또 역사연구의 즐거움중에 하나가 가정을 해보는 것이기도 합니다. 일례로 우리가 가장 많이 듣는 가정중에 하나가 만약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다면' 이 있지요. 저자는 5.18민주화운동을 매우 큰 일대사건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5월 27일 새벽이 있습니다. 가정이지만 이날이 없었다면 5.18의 의미도 없다는 것이죠.

현재의 우리에게 '5.18광주민주화운동이 갖는 역사적 의의'와 '저자가 5월27일을 중시한 이유'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