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는 글
일반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상당히 많은 책을 읽고, 대학에 가면 더 많이 읽게 된다. 그런데 잘 읽지는 못하게 되는 것 같다. 단순한 소설류는 재미있게 읽지만, 신중하고 절제된 논쟁이나, 비평이 필요한 문단은 멀리하게 된다. 평균 수준의 고등학생은 그 문단의 중심 사상도 파악하지 못하고, 논쟁이나 설명 속에서 강조나 종속 관계도 찾아내지 못한다. 대학은 다니고 있지만 읽기는 여전히 초등학교 6학년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책 잃는 법에 대한 새로운 이해, 복잡한 독서 기술을 좀 더 쉽게 알 수 있도록 정리하고 분석한 내용, 다른 유형의 독서마다 융통성 있게 적용시킬 수 있는 기본 원칙 등을 이 책에서 다뤘다.
제1부 독서의 단계
제1장 책 읽는 행위와 기술
- 적극적인 독서
- 독서의 목적 : 정보를 얻기 위한 읽기와 이해를 하기 위한 읽기
여기 한 권의 책과 당신의 정신이 있다. 책을 다 읽었을 때 당신은 저자가 말하려는 것을 완전하게 이해했다고 해도 정보만 얻었을 뿐 정말로 깊은 이해까지는 못했을 수도 있다. 책의 내용을 깊이 완전하게 이해했을 경우, 비로소 저자와 당신은 각각의 정신이 하나의 틀 속에 만난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활자들을 실마리로 하여 자신의 지력으로만 책을 읽으며 해석할 때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더 나은 이해 상태로’ 점차 자신을 끌어올리게 된다.
- 배울 수 있는 독서 : 교육을 통한 배움과 발견을 통한 배움의 차이
정보를 더 얻는 것이나 전에 몰랐던 것을 알게 된 것이나 모두 배우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배움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면 단순히 사실을 알기만 하면 된다. 깨닫게 된 것은 그것에 관해 모든 것, 즉, 왜 그런지, 다른 사실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 어떤 점에서 같고 어떤 점에서 다른지 등을 더 알게 되는 것이다. 이 차이점은 무엇을 기억하는 능력과 그것을 설명하는 능력의 차이와 비슷하다. 저자가 말한 것을 기억한다면 그 글을 읽으면서 뭔가를 배운 것이다. 그 저자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세상에 관한 무언가도 배운 셈이다. 그러나 당신이 배운 것이 그 책에 관한 사실이든 세상에 관한 사실이든 단지 기억하고만 있다면 단순히 정보를 얻은 것에 불과하다. 깨달은 것은 아니다. 깨달음은 저자가 말하는 것을 알게 되었을 뿐 아니라 그가 한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게 되었을 때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보를 얻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많은 책을 읽기는 했으나 잘못 읽은 사람들의 무지함이 있다. 알렉산더 포프는 이들을 가리켜 “무식하게 책만 읽은 멍청이들”이라고 말했다. 책을 많이 읽지만 제대로 읽지 않아 지식과 어리석음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다.
제2장 독서의 수준
흥미이든 정보든 이해든 책을 읽는 사람의 목적에 따라 그 책을 읽는 방법이 결정된다. 독서의 효과는 책을 읽을 때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기술을 익히느냐에 달려있다. 일반적인 법칙은 노력을 기울일수록 더 잘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독서의 수준에 관한 것이다. 책을 읽는 기술을 효과적으로 향상시키기 전에 수준의 차이를 이해해야만 한다.
독서의 제1수준은 기초적인 읽기라 한다. 문맹을 벗어나 글을 읽기 시작했음. 초등학교 수준.
독서의 제2수준은 살펴보기라고 한다. 그 특징은 시간을 강조하는 것이다. 살펴보기의 목적은 주어진 시간에 책 속에서 가장 많은 내용을 파악하는 데 있다. 살펴보기는 ‘체계적으로 훑어보는’ 기술이다. 제1수준에서 알고 싶은 것이 “그 글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라면, 제2수준에서는 “이 책은 무엇에 관해 쓴 것인가?”를 알고 싶은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 책의 구성은 어떻게 되어 있는가?” 또는 “이 책은 어떤 부분들로 이루어져 있는가?”하는 것이다.
독서의 제3수준은 분석하며 읽기이다. 앞에서 말한 두 수준의 책 읽기보다 더 복잡하고 조직적인 일이다. 분석하며 읽을 때는 읽는 동안 많은 질문, 체계적인 질문들을 해야 한다. 분석하며 읽는 것이 항상 아주 적극적인 활동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 수준에서는 책 읽는 사람이 책을 붙잡고 그 책이 자신의 것이 될 때까지 들여다보는 것이다.
독서의 제4수준은 통합적인 읽기이다. 통합적으로 읽는다는 것은 단 한권만 읽는 것이 아니라 많은 책을 읽고 그 책들과 그 책들이 전달하는 중심 주제를 서로 연관시키는 것이다. 통합적으로 읽기는 가장 보람 있고, 가장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책 읽기이다. 그 어려운 방법을 터득하고 나면 책을 읽고 나서 얻는 유익이 매우 많기 때문에 힘들어도 배울 가치가 있는 읽기 방법이다.
제3장 기초적인 독서 (독서의 제1수준)
- 단계와 수준
이제 학생들은 거의 모든 것을 읽을 수 있을 만한 상태이지만 아직은 비교적 단순하게 읽는데서 그친다. 간단히 말해 고등학교 학업을 할 수 있을 정도인 것이다. 아직 이 책에서 의미하는 “성숙”한 독자는 되지 못한 것이다.
- 고난도의 읽기 능력과 높은 교육 수준
좋은 고등학교 교육은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효과적이고 분석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교육시켜야 한다. 훌륭한 대학 교육은 통합적으로 읽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학사학위란 일반 독자들을 위한 글을 다 읽을 수 있는 독서 능력이 있음을 뜻하고, 대학원생들은 어느 분야의 연구서든 다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통합적인 독서 능력이 있어야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
제4장 살펴보기 (독서의 제2수준)
살펴보며 읽는다는 것은 진정한 읽기의 단계에 이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살펴보기1 : 체계적으로 훑어보기 또는 미리 들여다보기
여기에 책이 있고 당신의 지성이 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그 책이 읽을 가치가 있는지 저자의 주된 의도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이 책을 대충이라도 훑어보거나 미리 들여다보는 것이다.
① 속표지나 서문을 보라.
특히 그 책이 어떤 분야의 책인지, 무엇을 목적으로 썼는지, 또는 주제에 대한 저자의 관점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부제를 눈여겨보아야 한다. 그 전에 그 책의 주제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② 목차를 보라.
책의 구조를 쉽게 알 수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들여다보는 지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목차를 전혀 들여다보지 않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책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 알고 싶어 하면서도 목차를 들여다보지 않다니. 실제로 저자들은 오랜 시간을 들여 목차를 만든다. 이런 노력이 하찮은 것이 된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만일 아직 이 책의 목차를 읽지 않았다면 여기서 잠시 멈추고 이 책의 목차로 되돌아가 보라. 가능한 한 목차만으로 충분히 내용을 알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를 살펴보면 이 책에서 이야기하려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③ 색인을 보라.
색인에 나와 있는 용어, 책, 저자들을 훑어보라. 그리고 중요해 보이는 색인어를 찾아 그 내용이 있는 부분을 읽어보라. 그곳에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내용의 요점이 있을 수도 있고, 저자의 가치관, 견해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도 있다.
④ 표지에 있는 광고문을 보자.
저자들은 자신의 책에 있는 내용을 가능한 한 정확하게 요약한다. 이런 노력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광고문은 그 책에 관해 뭔가를 이야기해 주는 것이다.
⑤ 논점의 중심이 될 만 한 장을 보라.
⑥ 띄엄띄엄 책장을 뒤적여보며 골라 읽어보라.
이제 책을 체계적으로 훑어보았다. 이런 방법으로 몇 분, 적어도 한 시간 안에 그 책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내야 한다. 특히 읽고 싶은 내용이 있는지, 읽어봤자 시간 낭비일 뿐인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조회할 경우를 위해 머릿속에 있는 도서 목록에 예전보다 정확하게 그 책에 관한 정보를 기록해둘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책을 매우 능동적으로 읽게 한다.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서는 이렇게 살펴볼 수 없다. 좋은 책을 몇 페이지씩 읽어내려 갔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도대체 뭘 읽었는지 알 수 없었던 경험을 한 적은 없었는가? 여기서 말한 방법대로 한다면, 그렇게 정신이 몽롱해지는 일은 일어날 수 없다.
- 살펴보기2 : 겉만 핥아보기
처음부터 끝까지 무조건 읽어내려 가라.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뭔가를 찾아보려고 하거나 곰곰이 생각해보려고 하지 말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주의를 기울여 읽고, 금방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멈추지 말고 그냥 넘어가라. 아무리 난해해도 계속 읽으면 곧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면 다시 이 부분을 집중해서 읽는 것이다. 이렇게 각주, 주석, 참고문헌 등으로 빠져나가지 말고 끝까지 읽는다. 딴 데로 새면 길을 잃게 된다. 모르는 문제는 붙들고 있어봤자 풀 수 없다. 다시 읽어야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나서 다시 읽어야 한다.
우리는 대개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을 집중해서 파보라고 배웠다. 잘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아보고,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이 자타나면 참고문헌이나 백과사전을 찾아보고, 주석, 학자들의 강해와 같은 보조 자료를 이용하라고 배웠다. 하지만 성급하게 이러한 것들을 찾아보면 도움을 받기는커녕 책 읽는데 방해가 될 뿐이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
제5장 의욕적인 독자가 되는 법
- 능동적인 읽기의 본질 : 4가지 질문을 할 것
능동적으로 읽는 것이 보다 잘 읽는 것이며, 살펴보는 것은 언제나 능동적으로 읽는 것이다. 정말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능동적으로 읽는다는 것은 한마디로 이런 것이다.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할 질문을 던지며 읽어 내려가라.”
① 전반적으로 무엇에 관한 글인가?
글의 주제를 찾아내고, 저자가 어떻게 더 세분한 주제와 내용으로 전개해나가고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② 무엇을, 어떻게 자세하게 다루고 있는가?
저자의 글에 나타나 있는 주요 사상, 주장, 논점들을 찾아보아야 한다.
③ 전반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볼 때 그 글은 맞는 이야기인가?
④ 의의는 무엇인가?
기초적인 읽기 수준을 넘어서면 글을 읽으면서 스스로 이런 질문을 하고 또 능력껏 대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명심하도록 하자. 의욕적으로 읽는 좋은 독자와 그렇지 않는 사람 사이에는 분명히 커다란 차이가 있다.
그런데 네 가지 질문이 무엇인지 알고만 있으면 아무 소용없다. 명심해두었다가 글을 읽으면서 실제로 던져보아야 한다. 이러한 습관을 지녀야 좋은 독자가 될 수 있다.
- 내 책으로 만드는 법
펜을 잡고 여백에 적어라. 그렇지 않으면, 효과적으로 읽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왜 꼭 책을 읽으면서 뭔가를 적어 넣어야 할까? 첫째, 깨어있게 한다. 단지 의식이 있게 한다는 것뿐 아니라 자각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둘째, 능동적으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이며, 생각한다는 것은 말이든 글이든 언어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알기는 아는 데 표현하지 못하겠다는 사람은 그 생각을 잘 알지 못하는 것이다. 셋째,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적는 것은 저자의 사상을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글을 읽는 다는 것은 저자와 독자 사이의 대화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해한다는 것은 상호적인 것이다. 즉, 뭔가를 배우려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리고 가르치는 사람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지혜롭고 효과적으로 책에 포시나 메모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많은데 그 중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① 밑줄 긋기 : 요점, 중요하거나 강조하는 문장에 밑줄을 친다.
② 옆줄 긋기 : 밑줄 친 부분을 강조하거나 줄치고 싶은 부분이 너무 길 때 그 옆에 수직으로 줄을 친다.
③ 중요표시(※), 별표(*)등 표시해두기 : 그 어느 부분보다도 중요해서 몇 배나 강조하여 표시해두고 싶을 때만 사용한다. 그 페이지의 한 쪽 끝을 접어두거나 종이를 끼어두기도 한다.
④ 여백에 숫자쓰기 : 저자가 이야기하는 내용이 연속적으로 전개될 때 표시해둔다.
⑤ 다른 페이지 수 써넣기 : 저자가 같은 내용이나 대조적인 내용 등을 이야기하는 관련 있는 부분을 표시해둔다. 이렇게 하면 서로 다른 부분에 흩어져 있는 내용이라도 연결해 놓을 수 있다. “참조” 또는 “cf”표시
⑥ 동그라미 치기 : 밑줄 긋기와 비슷한 기능으로, 주제어나 주요 문단에 동그라미를 친다.
⑦ 여백에 적어 넣기 : 책을 읽다가 떠오른 질문이나 답, 복잡한 이야기를 쉽게 요약한 것, 또는 주요 내용의 흐름을 파악한 것을 적어둔다.
- 읽는 습관
기술이란 원칙에 따라 일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것이다. 어느 분야에서 기술자나 장인은 기술이 부족한 사람과는 뭔가 다르게 마련이다. 습관을 가지려면 자꾸 해보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해봐야 안다는 말이 맞다. 정말 연습이 장인을 만든다. 처음에는 결점투성이라도 자꾸 해보면 나중에는 타고난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완벽하게 된다. 습관은 제2의 천성이라고 했다.
- 한 가지 습관을 만들기 위한 원칙들
읽는 것은 스키를 타는 것과 같다. 스키는 노련한 사람이 잘 타면 우아하고 조화로운 스포츠다. 하지만 초보자가 타면 잘 못타고 엉성하고 느리다. 글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아무리 훌륭한 강사가 있어도 도움이 안된다. 강사가 간단하다며 해보이는 동작조차 배우는 사람은 제대로 따라하지 못해서 도리어 모욕을 당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또 강사가 명심해두라는 것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무릎을 굽혀라. 산등성 아래를 봐라. 스키에 무게 중심을 둬라. 등을 곧게 펴라. 앞으로 숙이지 마라. 충고는 끝도 없다. 이런 것들을 일일이 기억하면서 스키를 탈 수 있을까? 원칙들이 다양하다는 것은 별개의 습관들이 여러 개 모인다는 것이 아니라, 형성되어야 할 하나의 습관이 그만큼 복잡하다는 것을 뜻한다. 각각의 원칙이 저절로 움직여지는 단계에 이르면 서로 맞물려 하나를 이루게 된다. 복잡한 기술을 익힐 때는 언제나 그렇다. 새삼스럽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읽는 법을 배우는 것도 스키나 타이핑, 테니스를 배우는 것처럼 복잡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책을 잘 읽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지만 우리는 할 수 있다. 그리고 익숙해지면 저절로 훨씬 더 책을 잘 읽을 수 있다.
제2부 분석하며 읽기 (독서의 제3수준)
제6장 책 분류하기
- 책 분류의 중요성
분석하며 읽을 때의 첫 번째 원칙은 다음과 같다.
제1원칙 : 어떤 부류의 책을 읽고 있는지 가능하면 미리 파악하라.
어떤 글이든 이 첫 번째 원칙을 따라야한다. 특별히 비소설 분야, 교양서와 같은 책을 분석할 때 그래야 한다. 단순히 어떤 책이 유익한가 뿐 아니라, 어떤 분야의 책으로서 어떻게 유익한가를 파악해야 한다.
- 표지를 보고 알 수 있는 것
제7장 책을 꿰뚫어 보기
앞뒤 표지 사이에 들어있는 그 책의 내용들은 숨겨진 어떤 뼈대를 가지고 있다. 분석하며 읽는다는 것은 이를 발견해 내는 것이다. 어떤 책이나 그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그 책을 이해하기 위한 필수작업이다.
제2원칙 : 통일성, 즉 그 책의 전체를 꿰뚫는 일관된 흐름을 간단한 문장으로 이야기해보라.
이는 전체적으로 그 책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아주 간단하게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제3원칙 : 주요 부분을 찾아 그 부분이 어떤 순서에 의해 전체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파악하라.
좋은 책은 부분부분이 잘 구성되어 있는 집과 같다. 주요 부분들은 어느 정도 각기 독립성을 지니고 있고 내부 구조나 장식이 서로 다르다. 하지만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잘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체적인 내용을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훌륭한 책들이 읽기 쉽다. 잘 구성되어 있지 못할수록 읽기 지겹다. 책을 잘 읽으려면 즉, 가장 장 이해하려면, 그 책의 설계도를 찾아야 한다.
- 책의 통일성 : 줄거리와 구상
언제나 직접 그 책의 통일된 흐름을 찾아내려고 할 필요는 없다. 저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책 제목이 가르쳐줄 때도 있다. 때로 저자들은 서문에서 앞으로 전개해 나갈 통일된 흐름을 알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가 만들어 준 안내도를 따라가되 통일된 흐름을 찾아내는 것은 결국 독자의 책임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통일성을 띠는 큰 줄거리는 다양하게 이야기 할 수 있으며 결코 정해진 방법은 없다. 결국 책은 읽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책을 읽는 사람은 다르지만 책은 똑같은 책이므로 누구나 정확하고 책 내용에 충실한지를 파악할 수 있는 객관성이 있다.
- 복잡한 내용을 꿰뚫고 요점 정리하는 기술
전체의 통일된 큰 줄기를 잘 파악하면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주요부분은 저절로 분명해진다. 그러나 부분적인 내용들을 모르면 전체를 이해할 수 없다. 제2원칙은 통일성에 중점을 두고 제3원칙은 복잡성에 중점을 둔 것이다. 이렇게 구분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큰 줄기를 파악할 때 그 책의 주요 부분을 보게 되는데, 그 부분들이 보통 복잡한 내부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3원칙은 부분적인 내용을 단순히 열거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요점 정리를 하라는 것이다. 즉, 각 부분들을 제각기 통일성과 복잡성을 지니고 있는 작은 전체로 본다는 뜻이다.
제3원칙을 따르기 위한 공식이 있다.
(1) 저자는 5부로 그 책을 구성하고 있는데 제 1부는 이런 내용, 제 2부는 저런 내용, 제 3부는 이런 것에 대해, 제 4부는 저런 것에 관해, 5부는 또 이런 것에 관한 내용이다.
(2) 제 1부는 다시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첫 번째는 X, 두 번째는 Y, 세 번째는 Z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다.
(3) 제 1부의 첫 번째 부분에서 저자는 4가지 요점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A, B, C, D 이다.
(4) ………
…
…
…
이렇게 요점 정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안드는가? 이런 식으로 책을 읽는다면 평생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가? 이 원칙은 불가능한 일을 하라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책을 잘 읽는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그리고 쉽고 자연스럽게 이런 식으로 읽는다. 물론 이런 노력을 기울이며 읽을 필요가 없는 책들도 있다. 책의 성격이나 그 책을 읽는 목적에 따라 이 원칙을 따르는 정도도 다르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원칙은 원칙이다. 저의 완벽하든 대충이든 이 원칙을 따르는 방법은 알아두어야 한다.
- 저자의 의도를 찾아내라
이 장에서 논하고 싶은 독서의 원칙이 한 가지 더 있다. 제2, 제3원칙을 잘 따르고 있다면 이미 이 원칙도 지키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를 다른 말로 다시 반복하는 것뿐이지만 전체 내용과 부분적인 내용을 다른 관점에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므로 도움이 될 것이다.
제4원칙 : 저자가 풀고 싶어 하는 문제를 찾아내라.
제8장 저자와의 협약 - 용어파악
독자와 저자가 협약을 맺지 않으면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지식이 전달될 수 없다. 저자가 사용하는 용어를 파악하고 그 의미대로 이해하겠다는 협약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 단어 대 용어
제5원칙 : 중요한 단어를 찾아 저자가 어떤 용어로 사용하고 있는지 파악하라.
- 키워드를 찾아라
제9장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를 찾아라
- 문장 대 명제
제6원칙 : 가장 중요한 문장에 주목하라. 그리고 그 안에 담겨진 명제를 찾으라.
- 중심 문장을 찾아라
책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들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리고 명제를 찾아내기 위해 그 문장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 명제를 찾아라
- 논증을 찾아라
제7원칙 : 가능하다면 중요한 논증을 담고 있는 문단을 찾으라.
그런 문단을 찾을 수 없다면 하나의 결론으로 이끌어가는 명제들을 문단들 속에서 한두 개씩 찾아내어 논증을 구성해보라.
- 해답을 찾아라
이제는 저자가 사용한 단어의 의미가 명제, 논증을 파악했으므로 더 깊은 질문을 통해 이를 확인해야 한다. 저자가 풀어보려고 했던 문제 가운데 어떤 것이 해결되었는가? 문제를 풀어나가는 동안 다른 문제를 던지지는 않았는가? 풀지 못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저자는 알고 있는가? 훌륭한 저자라면, 훌륭한 독자와 마찬가지로, 문제를 풀었는지 못 풀었는지 알아야 한다.
제8원칙 : 저자의 해답이 무엇인지 찾으라.
지금까지 눈과 마음은 활짝 열고 입을 굳게 닫은 채 저자를 따라왔다면 지금부터는 저자와 논쟁을 벌이고 당신의 생각을 펼칠 시간이다.
제10장 공정하게 비평하라
- 배우는 미덕
트집을 잡거나 반박을 하려고 책을 읽어서는 안된다. 무조건 믿거나 그대로 인정할 생각으로 읽어서도 안된다. 다만 깊이 생각하고 성찰하기 위해 읽어야 한다. 배움에서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수동적이고 유순하면 잘 배운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배우는 일은 지극히 적극적인 일이다. 독립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을 자유롭게 행사하지 못하는 사람은 진짜 뭔가를 배웠다고 이야기 할 수 없다.
- 판단하기 전에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9원칙 : 의견이 같거나 다르다고 표명하거나 판단을 보류하기 전에 확실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저자들은 책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은 비평가들에게 혹평을 받은 경험들이 누구나 한 번쯤 있다. 이는 마치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지만 틀린 이야기라고 하는 것과 같다. 이런 비평에는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 가장 무난한 방법은 다시 비평을 부탁하는 것인데, 이 때 똑같은 말만 되풀이 하고 자신의 언어로 만족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며, 그렇다면 그 비평은 무시해도 좋다. 하지만 무슨 이야기인지 분명하게 이해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공감하는 것을 기쁘게, 또는 반대하는 것을 진지하게 받아드릴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부류의 학생들을 오래 가르친 경험으로 볼 때 이 원칙은 잘 지켜지기보다 깨어지기 일쑤다. 저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면서도 주저하지 않고 판단을 내려버리는 학생들이 많다. 이해하지 못 한 채 반대하는 것 못지않게 자신이 어떻게 이해했는지 설명하지 못하면서 찬성을 표하는 것도 나쁘다. 이런 학생들이 벌이는 토론은 내용이 없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자신이 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독자도 나을 것이 없다.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이 두 가지 더 있다. 일부분만 읽고 그 책을 모두 이해한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점과 같은 저자의 다른 저서와 연결되어 있어 그 책도 마저 읽어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후자의 경우일수록 비평을 하는데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
- 조리 있게 비판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10원칙 : 찬성하지 않을 경우, 트집을 잡거나 따지려는 것처럼 하지 말고 조리 있게 비판하라.
대화를 언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이야기가 옳든 그르든 무조건 반대해서 성공을 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이런 식으로 책을 읽는 사람은 자신의 의견과 다른 점을 찾는데 골몰한다. 논쟁을 하고 따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디서나 꼬투리를 찾아낸다. 저자를 묵사발로 만들고 싶으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열심히 읽을 필요도 없다. 처음 몇 페이지만 읽어도 충분히 저자를 공격하고 혼자서 흡족해할 수 있다. 하지만 책이든 실제 교사든 그와의 대화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을 넘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얻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승리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트집이나 잡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라는 것을 안다. 반박을 하려면 찬성할 자세도 갖추어야 한다.
- 의견을 좁혀라
누누이 강조하지만 의견을 좁힐 가능성이 있기는커녕 무조건 반대하려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다.
제11원칙 : 어떤 비평을 하든 지식의 차원에서 하는 비평인지 개인적인 견해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명확히 구분하고, 그 비평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라.
독자는 비평의 의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저자가 쓴 내용뿐 아니라 독자 자신의 의견도 지식의 문제인지 단순히 개인적인 견해인지 구분하고, 더 나아가 찬성하든 안하든 그 근거를 대야 한다. 물론 찬성할 경우에는 저자가 제시하는 근거를 똑같이 사용해도 된다. 하지만 찬성하지 않는다면 독자 스스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식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견해로 그치고 말 것이다.
제11장 저자에게 찬성하기, 반대하기
- 선입관과 판단
논쟁이 이상적으로 잘 진행되려면 세 가지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① 인간은 이성적이지만 동물이기도 하므로 토론을 할 때 감정적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② 독자는 자신의 관점을 분명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스스로 자신의 선입관, 즉 성급하게 판단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편도 그런 당연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③ 공평하게 생각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불가피하게 갖는 편파적인 맹목성을 잘 해결할 수 있다. 물론 당파성 없이 논쟁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둘 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려고 노력한다면 열기는 줄어들고 빛은 환해지는 그런 논쟁을 벌일 수 있다. 다른 책들도 들여다보며 통합적으로 읽을 수 없을 경우, 예의를 지키며 반대하기보다는 트집을 잡으려는 식으로 진행되기 더 쉽다.
이 세 가지 조건은 이상적이고 유익한 지적 대화를 나누는데 필수적이다. 그리고 책을 읽는 것이 저자와 독자 사이의 대화인 이상 분명히 책을 읽는데도 적용된다. 이 세 가지 조건은 반대를 하더라도 예의를 지킬 줄 아는 독자가 될 수 있는 좋은 충고이다.
- 저자의 타당성을 판단하라
- 저자의 완전성을 판단하라
제4부 책 읽기의 궁극적인 목적
제20장 통합적인 읽기 (독서의 제4수준)
지금까지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두 권 이상의 책을 읽는 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어떤 분야는 두 권 이상 읽는 것이 좋다던가, 어떤 관련된 책과 저자들을 같이 읽는 것이 좋다던가 하는 이야기를 가끔씩 하기는 했다. 통합적인 읽기를 하려면 먼저 특정한 주제에 대해 두 권 이상의 책을 읽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두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일반적으로, 어떤 책들을 읽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 통합적으로 읽기 위한 살펴보기
- 통합적인 읽기의 다섯 단계
통합적인 읽기에는 다섯 단계가 있다. 원칙들이라고 부르지 않고 단계라고 했다. 왜냐하면 그 중 어느 한 간계라도 밟지 않으면 통합적으로 읽기가 무척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통합적인 읽기 1단계 : 관련된 문단을 찾으라
책을 살펴보는 목적이 통합적으로 읽으려는 주제에 맞는 책을 찾아내려는 것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독자가 해야 할 과제는 그 특정한 책을 모두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그 책을 쓴 목적과는 거리가 멀지도 모르는 관계에서’ 그 책이 어떻게 유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통합적으로 읽는 것은 독자가 최대한 능동적으로 책을 읽는 것이다. 분석하며 읽는 것도 능동적으로 읽는 것이긴 하지만 독자는 그 책을 주인을 섬기는 듯한 관계 속에서 읽는 것이다. 통합적으로 읽을 때는 독자가 바로 주인이 되어야 한다.
통합적인 읽기 2단계 : 저자로 하여금 단어의 의미에 맞추도록 하라.
통합적인 읽기 3단계 : 질문을 명확히 하라.
해석을 하며 읽을 때 두 번째 원칙은 저자의 핵심 문장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저자의 명제들을 이해하는 것이다. 명제는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어들로 만들어지는데, 독자도 통합적으로 읽을 때 이와 비슷한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 독자가 중요한 용어를 설정했으니, 명제들을 설정하는 것도 독자의 과제다. 이렇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알고 싶은 문제에 관한 질문의 틀을 만들고, 저자들로 하여금 각각 답하도록 하는 것이다.
통합적인 읽기 4단계 : 쟁점을 규정지으라.
통합적인 읽기 5단계 : 논의되고 있는 내용을 분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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