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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기타

[미나비리스] '스도쿠 추리의 첫 시작' [스도쿠 살인사건: 셸리 프레이돈트]


스도쿠살인사건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셸리 프레이돈트 (밀리언하우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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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일지도 모르지만... 일단 사건의 해결점은 스도쿠의 숫자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덕분에 스도쿠에 대해서 아는 계기가 되기는 했다. 이미 수학에선 4~5년 동안 떠나있던 탓에 머리는 잘 굴러갈 것 같이 않은데, 집으로 도착한 책은 스도쿠를 풀어야 할 것만 같은 책이지... 겁먹은 나머지 군대를 막 다녀온 남친에게 '스도쿠가 뭐야?'라고 솔직히 물어보고 말았다. 그러나 다행히도 자세히 가르쳐주는 우리 자상한 남친 ㅠㅠ (리뷰로 염장질하기!) 아무튼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1부터 9까지 가로와 세로를 수놓는 게임이라고 한다. 의외로 답은 한 개 혹은 두 개밖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까다로운 게임이란다. 계속 나열 가능한 숫자를 생각해보면 시간이 후딱후딱 지나가버리는 게임이라서 시간때우기 좋다고 한다.

 본인도 스도쿠에 인식이 너무 치우친 나머지 암호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아무튼 이 책도 시간 때우기 좋은 추리소설이다. 아빠나 다름없는 수학교수님의 부탁으로 수학 천재로 알려져 있던 여주는 오랜만에 고향을 방문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녀가 고향에 도착하고 나서 얼마안가 사건이 터지고 만다. 그리고 보스턴 출신인 형사가 엉겹결에 퍼즐박물관 큐레이터를 맡게 된 그녀를 의심하게 된다는 이야기. 미국의 훈훈한 시골이야기라고 하기엔 다소 풍자적인 요소가 많이 등장하는 글이다. 무분별하게 쇼핑몰을 세우려는 고향사람들이라던가, 쇼핑몰을 반대하지만 타지역 사람들에게까지 배타적인 고향사람들이라던가, 온화하고 인정많은 성격을 지녔지만 다소 히스테리를 부리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남자와 결혼하기를 부추기는 여주의 고모라던가... 각각 캐릭터의 장단점을 매우 생생하게 살려놓았다. 덕분에 소설도 상당히 안정적인 구도를 취하고 있다. 시리즈로 써도 재미있을 것 같다. 예전에 보았던 '그림포'처럼 실제 암호와 퍼즐을 몇 가지 올려놓고 설명을 제공한다면 훨씬 재밌지 않았을까 싶다.

 요즘 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추리가 유행인 것 같다고 할까, 숫자로 힌트를 내는 추리소설이 이번 해만 해도 벌써 여러 권 발매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셜록홈즈시리즈'같은 정통추리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단서가 사실상 하나도 제공되지 않는 현장을 관찰한 홈즈가 재잘재잘대는 걸 수동적으로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한다는 불만 때문이었다. 이야기 스케일이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독자가 같이 머리를 굴릴 수 있는 추리소설도 나름 참신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영문학과 발레를 복수전공한 특이한 저자이다. 스도쿠 시리즈로 현재 미스터리 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리뷰어 미나비리스(김정원) 블로그 '마호가니 서재에서 헤드폰을 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