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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기타

[미나비리스] '유쾌한 분노, 참여의 분노, 폭력이 없는 분노' [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분노하라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학
지은이 스테판 에셀 (돌베개,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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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책에서 강조하신 '창조적 저항의식'으로 무장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실천방법이 있을까요?
참여의 방법은 다양합니다. 그중에 가장 간단한 것은 어느 한 정당을 지지함으로서 확실히 참여하는 방법입니다. (...) 그러나 현 상황에서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어떤 특별한 대의를 위해 활동하는 기구, 협회, 운동에도 참여를 해야 합니다. (...) 또한 조합 활동에도 참여해야 합니다.- p. 66


 정말 놀라운 책이다. 코엑스에서 행사를 했을 때 돌베게출판사 부스에 들러 <백범일지> 등등을 신나게 구입하고 있던 나는 이 책을 처음으로 목격하게 되었다. 그 전에 광고에서도 봤었던 표지였으나, 정말 치명적으로 아찔한 슬림함을 보고는 '책을 광고하는 포스터인가 보다.' 하고 그냥 지나쳤었다. 그런데 그 슬림했던 책이 정말 본문이었댄다. 게다가 각주까지 제대로 달려있으며, 이 책을 처음 출판한 프랑스 출판사의 저자생애 소개, 조국 님의 책소개, 한국에 전하는 저자의 특별한 인터뷰, 심지어 돌베게 출판사의 후기까지 제대로 달려 있는 책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놀랄 노자로다. 권위있는 사람들은 (특히 프랑스 지식인들은) 보통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기 위해 책을 두껍게 쓰며, 그 책을 구입하는 사람들도 내심 '책이 두껍네~' 하면서도 자신이 그만큼 머릿 속에 쌓아놓은 것이 있다는 듯이 자랑스레 떠벌리지 않는가. 그게 사회관련도서시장의 일반적인 순환형태가 아니던가. 그런데 프랑스 지식인이 표지 포함 24장의 책을 발간하다니! 유태계 인간이 이라크 전쟁에서 팔레스타인 편을 들다니! 이는 그야말로 내 고정관념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유태인 천대주의를 송두리째 뒤집...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매우 놀라운 일이긴 했다. 자연히 그의 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9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우 열띈 논설을 펼치고 있었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사람들은, 특히 젊은이들은 사회의 부조리에 분노를 느끼고 이에 저항하는 운동에 참여해야 하지만 비폭력 정신을 깊숙히 간직해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도 결단을 촉구해야 한다는 위의 직접적인 언급이 인상적이었다. 서울대에 들어가려면 과외를 듣던 쉬는 시간에 공부를 하건 잠자는 시간을 없애며 이비에스를 듣던, 남들보다 공부를 아주 많이 해야 한다. 이 사회의 부조리에 발을 담구려면 정당을 지지해야 하고, 협회에 참여하고, 조합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내가 영 마음에 안 들어하는 구절이 '티끌모아 태산'이었던 만큼, 속이 시원한 말이었다. 사회를 바꾸려면 그만한 어려움을 겪어야 하지 않겠는가. 본인도 아직 앞길을 정해놓진 않았지만, 남들을 돕거나 최소한 남들에게 유익함을 줄 수 있는 길을 가려 한다. 이 책은 본인의 결심을 굳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영어영문학과를 선택한 보람을 느끼게 해 주었다. 영문학을 배우면서 본인이 가장 관심깊게 접근한 것은 영미시였다. 그런데 이 저자도 시를 암송하면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고, 그 상상력이 마음을 반응하게 만들어 사회의 부조리를 느끼게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으며, 편안하게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시를 배우는 학생으로서 이보다 더 위로되는 말이 어디있으랴. 본인도 나중에 유명인사가 되고 나서 그런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만 ㅎ

돌베게 이벤트에 당첨되서 받은 책이다. 택배함을 열어보니 이 도서와 함께 빨간색 고무팔찌가 놓여있었다. 지금 내 오른팔에 차고 있는 중이다.


리뷰어 미나비리스(김정원) 블로그 '마호가니 서재에서 헤드폰을 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