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선하고, 그들의 말은 이타적이다. 적어도 SNS 안에서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프로필과 활동이 공개되는 SNS의 특성 상 이용자들이 선한 성향을 띠게 되고, 타인의 구독을 염두에 둔 글쓰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메시지가 이타적인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SNS의 메시지들을 보면 대부분 읽는 이에게 감동과 재미를 주기 위한 것이거나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다. 지극히 사적인 내용이라 하더라도 최소한 악의적이거나 불온하지가 않다.
그래서인지 SNS에서는 ‘선한’ 입소문이 잘 난다. SNS 사용자라면 누군가를 돕기 위한 ‘리트윗’이나 ‘좋아요’를 한 번쯤은 해 보았을 것이다. 좋은 일에 힘을 보태고, 자신의 선함을 드러내며, 타인에게도 자신이 느꼈던 심리적인 만족감과 보람을 똑 같이 느낄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을 테다.
따라서 SNS는 상업적인 기업들 보다 ‘공공의 선’을 다루는 NGO에 더 많은 기회를 열어 준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해외의 NGO들은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미국 주요 자선단체의 93%가 페이스북을, 87%는 트위터를, 65%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SNS를 활용하는 것도, 단지 채널을 운영하거나 공통의 해시태그를 사용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기업들의 SNS 마케팅만큼이나 체계적이고 정교하다.
SNS 이용자들에게서 입소문을 끌어 내고, 계정 자체의 통제권을 위임 받기도 하며, SNS에 광고 영역을 양도 받아 캠페인 홍보에 활용하기도 한다. 그것도 홀로 힘들게 하지 않는다. SNS에서 영향력이 있는 개인이나 단체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하며, 모금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사회적 기업들과도 제휴한다. 캠페인 진행 상황과 중간 결과에 대해서는 한 눈에 알아보기 쉽도록 시각화하기도 한다.
캠페인 주제나, 조직화 방식, 이용하는 캠페인 툴은 다 제각각 이지만 형태에 있어서는 대략 다음과 같은 세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다. 구분 기준은 SNS 이용자들의 캠페인 관여 정도로 삼았다.
NGO가 SNS를 이용하는 유형 3가지
1. 메시지 기부
캠페인을 위해 SNS의 입소문을 기부 받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UN재단의 말라리아 퇴치캠페인을 들 수 있다. UN재단은 아프리카에 모기장을 보내기 위한 기금을 모으고 있는데, UN은 이 캠페인을 트위터로 널리 알려 줄 ‘UN 소셜미디어 특사단’을 결성하였다.
팔로워가 많은 50명의 개인과 단체를 섭외하였고, 이들로부터 월 1회 관련 트윗을 배포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내었다. 그 결과 특사단 캠페인 6월 만에 전 세계 1억 7천 4백만명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성과를 달성하였다.
2. 계정 기부
메시지 기부가 SNS 이용자들의 ‘말’을 빌리는 것이라면, 계정 기부는 이들의 ‘입’을 빌리는 것이다. 지난 달 진행되었던 암퇴치 캠페인 ‘Fuck Cancer’가 현재까지는 유일한 사례다. 이 단체는 페이스북 계정을 양도 받아, 그 사람의 이름으로 캠페인 메시지를 발행할 수 있는 에프템버(F-Tember)라는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하였다. 기부자가 자신의 이름과 페이스북 담벼락의 일부를 잠시 빌려 주는 것으로 보안 문제는 없지만, 메시지의 내용은 ‘Fuck Cancer’가 임의로 작성할 수 있도록 하였다.
3. 채널 기부
캠페인을 홍보하고, 모금까지 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SNS 이용자들에게 배포하는 방식이다. 블로거들이 설치하는 광고 위젯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NGO들이 직접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배포하는 것은 아니며, 저스트기빙 같은 소셜펀드레이징 사이트에 등록해 두면, SNS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모금 애플리케이션을 커스터마이징한 후 자신의 사이트에 설치한다. 결제 모듈이 들어가 있어 바로 기부가 가능하고, SNS와 연동되는 버튼들이 달려 있어, SNS 채널로 입소문을 내는 것도 용이하다. 다른 펀드레이징사이트인 페이스북코지즈에서는 생일 선물로 자신이 지지하는 NGO를 위해 기부금을 받을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도 제공하고 있다.
참고로 해외에서는 ‘소셜펀드레이징’이 사회적기업의 유망한 비즈니스모델이라고 한다. 5% 내외의 모금 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며, 정서 또한 이들이 수수료를 받는 것에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SNS를 활용한 공익 캠페인의 구상
이상의 유형들을 살펴보면 NGO가 SNS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명사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후원, 관련 기술을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과 SNS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해 보인다.
국내에서도 작은 움직임이 시작됐다. SNS 기반의 서비스를 하고 있는 몇몇 업체들이 자신들의 장점을 결합해 공공 캠페인을 구상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올 겨울에는 국내에서도 사랑의 온도계가 뜨겁게 달궈지길 기대한다.
소셜미디어는 선하다. ‘공공의 선’을 위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누구든 힘을 보탤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을 잘 조직화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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