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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감동시선

황지우-너를 기다리는 동안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바스락거리는 나무잎 하나로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아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그대 가슴에 철썩, 짧은 글 긴 여운 조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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