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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감동시선

도종환-나무에 기대어

나무야 네게 기댄다
오늘도 너무 많은 곳을 헤멨고
많은 이들 사이를 지나왔으나
기댈사람 없었다
네 그림자에 몸을 숨기게 해다오
네 뒤에 잠시만 등을 기대게 해다오
날은 이미 어두워졌는데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왔다는 걸 안다
네 푸른 머리칼에 얼굴을 묻고
잠시만 눈을 감고 있게 해다오
나무야 이 넓은 세상에서
네게 기대야 하는 이 순간을 용서해다오
용서해다오 상처 많은 이 영혼을
그대 가슴에 철썩, 짧은 글 긴 여운 곽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