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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감동시선

이승복-한가위엔 연어가 된다

백여 폭 병풍으로 산들이
들러리 서고 꽹과리 장구의
신명난 굿패 장단에 웃음꽃
피우며 손들을 잡았다
한가위 만월을 감나무 가지에
걸어놓고 일상 등짐을 벗고서
놀았던 춤사위, 신명 난 어깨춤으로
더덩실 춤을 춘다. 

고향이 타향이 된 이들이
고향이 객지가 된 이들이
한가위엔 연어가 되어서
한 옛날 맴돌던 언저리서
술잔에 푸념을 타 마시며
거푸 잔을 돌린다
어색한 서울 말투가 낯설게 
톡톡 튄다'치워라 귀간지럽다'
잊을 만하면 불나비 되어
고향지기를 찿아와 몸을 태운다
재가 되는 몸들이 벌겋게 변하다가
달빛 흠뻑 먹어 하얗게 익어간다

고향을 떠난 이는
외톨로 떠돌아 외롭고
남은 이는 다 떠나서 서럽단다
정들면 어디든 고향이라지만
미물도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데
못내 가슴에 고향을 키우는 은빛 연어도
선영하(先瑩下) 어버이 발끝에 앉아
고향을 가슴에 심는다
눈에다 고향을 담는다.

그대 가슴에 철썩, 짧은 글 긴 여운 북 나눔나우[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