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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호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했는지, 표지 지면이 매우 깔끔해서 보기가 좋았다. 지면 자체 뿐만 아니라 디자인을 꽤 심플하게 매치했다고 할까. 사진을 좀 더 강조하고 텍스트의 폰트를 좀 더 작게 한 듯하다. 아무래도 사진의 해상도나 배치를 봐서는 텍스트를 작게 하는 게 훨씬 더 나았을 것이다. 그러나 생물의 종이라던가 생물에 관련한 전문용어들을 꼬박꼬박 설명해주시는 것은 잊지 않았다.
이번엔 장수풍뎅이와 나비를 특집으로 잡아서 구성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가 드물다는 희귀종의 박제 사진까지 찍어서 자세히 설명하는 것을 보면 정말 이 잡지가 전문적이라는 게 새롭게 실감난다. 본인이 지하철 안에서 책을 보고 있었을 때 옆에서 흘깃거리는 남자 분들이 더러 있었다. 본인이 어렸을 때만 해도 큰 매미나 장수풍뎅이를 잡는 게 남자 아이들의 로망이었다. 현재는 장수풍뎅이가 살 만한 환경이 충분히 보장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표지에 제일 크게 나온 넓적가슴장수풍뎅이.
살아있는 놈의 사진인가 본데 박제 사진보다 등의 노란색이 선명하고, 뿔에 나 있는 빨간 털 같은 것도 번쩍거리는 듯하다.
가장 뿔이 커 보여서 보는 순간부터 마음에 들었다고나 할까?
본문에서 말하는 바에 의하면 장수풍뎅이를 비롯한 희귀한 곤충들은 살아있는 채로 견본을 들여올 수가 없으나, 박제본을 구입할 수는 있다고 한다. 최근에 매니아 계층에서는 점점 그런 상업들이 시작되고 있다고 한다.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미국같은 경우엔 해외에서 장수풍뎅이를 잡아와 비싼 값으로 경매에 판매하는 경우까지 진행되었다. 뭐 끔찍하다거나 곤충이 불쌍하다고까지 하진 않겠으나, 그렇게 해서까지 죽은 곤충을 보고 싶을까 하는 씁쓸한 생각은 든다.
이번 호에서는 여러모로 아마추어 곤충탐구자나 곤충을 수집하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 충고를 하는 내용이 나왔다. 거미연구가가 나오는 코너에서 어지자지로 태어난 거미를 본 것도 흥미로웠지만, 그가 인터뷰에서 한 충고도 또한 흥미로웠다. 곤충을 발견하면 전문가든 아마추어든 어딘가에 발표만 해서 학명을 새롭게 추가할 수 있다. 그러나 자세한 조사를 하지도 않고 발표하거나, 의도적으로 전에 있는 종과 매우 미세한 차이를 가진 거미를 잡아 와 새로운 종이 추가되었다고 발표하는 아마추어들이 많아서 최근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발표 전엔 매우 세심한 조사가 필요하며, 학자의 양심을 가지고 끝까지 자신의 연구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묘하게 그 말에 감동을 받았다. 우리나라에 '양심'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이 시점에서, 확고한 자신감과 용기를 지닌 이 학자의 말은 큰 힘을 지니고 있었다.
전에 녹색당 웹진이 모여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을 때, 환경운동에 참가했다는 어떤 분의 이야기를 들었다. 어디까지가 진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철거반대운동을 했을 때 꽤나 심한 짓을 당하신 듯하다. 자연을 지키고, 자연을 사랑하기 위해선 순수함보다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이 맞고 자신이 옳다고 우기는 어거지보다는, 자신이 하는 일이 맞는지 혹은 옳은지 계속 탐구하고 앞으로 계속 나가는 용기 말이다.
모든게 새로워 보이는 1월에, <자연과 생태 1월호>는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읽어야 할 주제를 하나 남겼다.
클릭하면 제 블로그로 이동합니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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