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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로맨스 소설을 본 지가 까마득하다.
정치나 사회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지만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꿈과 희망이 없는 현실에 지려서(...) 눈을 휴식하면서 마음을 즐겁게 하고 싶었다.
예상대로 첫 권들 중에서 한 권은 로맨스 소설이 나와주었다 얼쑤.
인터넷에서 알고 지낸 사람들은 리뷰를 훑어보고 다들 본인이 진지한 책만 보는 줄 착각할 것 같다. 하지만 본인은 오히려 소설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어릴 때 주로 읽은 책들은 주로 고전 문학책들이었고, 점점 크면서 통속소설들의 묘미를 알게 되어 범죄소설과 만화책을 즐겼다. 그리고 그 중에 한 종이 바로 할리퀸 소설이다. 그러나 연애소설은 스토리가 뻔한 것들이라, 같은 소재가 중복되면 같은 내용이 전개될 확률이 십중팔구였다. 그래서 다소 따분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본인은 상당히 신경써서 로맨스 소설을 가려읽었다, 로맨스 소설은 주로 뒷부분에 대략의 줄거리가 쓰여져 있어서 본인은 첫째로 그 부분을 읽고 이 책을 본격적으로 펼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한다. 그리고 작가에 따라서 저마다 특유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채택하기 때문에, 작가가 전에 쓴 책의 대략적인 내용도 눈여겨본다. 본인은 '라이언의 딸'을 쓴 로레타 체이스, '사랑의 묘약'을 쓴 린 컬린드, '프린스 차밍'을 쓴 갤런 폴리의 작품이라면 망설임없이 지르거나 빌려본다. 본인이 나열하는 타입을 눈치채셨을지 모르겠지만, 본인은 영국 신사같은 타입의 남주를 굉장히 좋아한다. 냉정하고 침착하며, 자신의 일을 상당히 잘 해결하는 타입. 유명한 고전으로 설명하자면, <80일 간의 세계일주> 책에서 나오는 포그를 떠올려보라.
내용도 이 책처럼 핑크빛 내용으로 전개된다.
후반부로 가면서 점차 어두워지긴 하지만.
이 요건을 모두 충족시킨 굿메이어의 남주 티보 크로닉은 말 그대로 '선량한 시장님'이다. 그는 바닷가와 접해있는 조그만 도트 시를 돌보고 있다. 그를 만나는 사람들 중 '평범한'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인사를 하며, 조언을 구하기 위해 다가온다. 자신의 일에 매우 철저하며, 그 때문에 시를 시찰하며 이것저것 고쳐야 할 점들을 잘 찾지만 자기 집 대문은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고치지도 못할 정도이다. 나름대로 열성파이며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 할 만하다.
이제 그의 단점을 짚어보자. 첫째로 그는 자신의 집과 옷을 고칠 만한 생활력이 없지만 도와달라고 할 사람도 여력도 없다. 어쨌던 그는 모든 일을 알고 해결할 줄 아는 선량한 티보 크로빅 시장이니까. 또한 다른 약은 사람들에게 휘둘리더라도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받은 학대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는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한다. 그러나 세번째로, 그는 매우 소심하며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무언가를 발견하면 울컥하는 본성을 지니고 있다. 그 때문에 이면적으로는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간다. 계속 자신을 채찍질하고 몰아가는 타입인 것이다.
티보 크로빅의 비서 아가테 스토팍은 생활력이 있다. 술주정뱅이인 남편과 망나니 사촌동생이 그녀의 돈을 등쳐먹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집을 꾸려서 살아가고 있으며, 생활력 제로인 티보 크로빅의 일상을 시장답게 살아가도록 뒷받침해준다. 그러나 그녀는 일상에서 벗어나려는 꿈을 항상 지니고 있다. 스토팍이 다시 자신에 대한 육체적 욕망을 찾을 수 있길 바라며 자신을 언제나 꾸미고, 하늘하늘한 속옷으로 무장한다. 또한 그녀는 언젠가는 추운 도트 시를 벗어나 남구로 떠나길 원한다. 자신의 마음에 매우 충실한 여성이라서, 티보가 그녀에게 접근을 약간 시도한 것만으로도 매우 만족하여 그에게 농담을 거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사실 처음으로 정식 고백을 던진 것도 이 여자였다. 그것도 길거리에서.
그러나 그녀에게도 그녀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없는 치명적인 단점들이 있었다. 첫째로, 복권을 아무리 구입해도 당첨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냥 운이 정말 없다고 요약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두번째는 그녀의 남자와 여자에 대한 고정관념, 기타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고정관념의 한계였다.
왠만하면 난 로맨스 볼 땐 여자편 들어주는데 처음엔 진짜 편을 들려고 해도 들어줄 수가 없었다. 잠자리가 허전해서 남편 유혹하는 건 좋은데 계속 '남자답게' 행동하라고 하면 남편이 엄청 부담을 가지지 않는가. 일단 여자가 애 낙태시킨 것도 아닌데 애가 죽었다고 여자랑 성관계를 안 가지는 남편이 오링이긴 하지만. 그냥 진작에 깨지면 시장이나 여자나 피차 만나기 편했을텐데 왜 사랑하지도 않고, 동정만 하면서 남편을 가지고 노는지. 하긴 로맨스가 그렇게 쉬운게 아니라서, 아가테도 피차 티보처럼 망설인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녀의 대담함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갈등관계만 벌어지고 상처받은 티보가 계속 (겉으로는)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편을 택하자, 여기서도 아가테가 먼저 몸을 숙인다. 상황이 매우 그녀에게 위험하게 돌아가니까, 아예 티보의 '개'가 되는 편을 택한 것이다.
처음엔 이렇게 생각했었습니다.
티보는 그녀를 경멸하거나 그녀를 정신병원에 데려가 치료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상처받은 그녀를 집에 숨겨주었으며, 개가 되었던 여자로 되었던간에 그녀를 존중하고 사랑해주려 노력했다.
"제가 인생에 대해 아는 건 이겁니다. 저는세상에 우리가 낭비해도 될 만큼의 사랑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한 방울의 여유도 없지요."
결국 그는 아가테를 엿볼 때부터 싹터왔던, 한결같은 자신의 사랑을 버리지 않음으로서 그녀에게 보답을 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미친 짓을 할 때가 있다.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원할 때 세상 밖에 다시 나올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사랑을 쏟아주는 게 정신병자들을 다루는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다. 아무튼 그와 그녀의 사랑은 동화같은 과정을 거쳐 행복한 엔딩을 맞는다.'사랑이 식었다', 혹은 '사랑이 사람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본인은 사랑을 느끼기 위해선 끝없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점점 메말라가는 세상이다. 감성 즉 EQ도 기르려고 노력해야 얻어지듯이,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일이 아닌 봉사활동이 필요하다. 가족들과의 포옹 등 주변 사람들과의 스킨십도 필요하다. 잔인하고 피가 튀기는 고어들이 재미있다는 건 본인이 더 잘 안다. 하지만 마음이 훈훈해지는 이야기들도 많이 읽어야 한다. 그냥 로맨스로는 안 된다. 설명하기가 곤란하지만, 왜 읽을수록 마음에 감동의 물결이 일어나는 책들이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도 사랑은 나의 마음에 다른 사람이 살 자리를 마련해주는 일이다. 무언가는 지키고, 무언가는 잃어야한다. 그것들을 잘 가려내는 일은 각자의 몫이다.
클릭하면 제 블로그로 이동합니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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