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길을 걷습니다
불빛 없는 길을 언제 걸어보았던가요
눈먼 어둠이 내 눈을 밝힙니다
어두울수록 더 깊이 빛나는 눈의 심지,
입보다 귀가 먼저 두런거리고
발이 길의 냄새를 맡습니다
달은 저만큼 앞서 나를 부릅니다
별들 더욱 가깝게 옷 벗습니다
한 사발 어둠을 떠서 들이켭니다
숨어 있던 속엣것들이 튀어나와 술렁거립니다
내가 이토록 나인 때가 언제였던가요
밤길을 걸으면서 이제 다 알았습니다
빛이 나를 지웠고
어둠이 내 몸을 돋웠습니다
날것들로 테두리가 꽉 차옵니다
생피 냄새 어둠 속에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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