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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Ⅰ/언론보도

[SBS][취재파일] 'SNS 책 놀이' 어디까지 해보셨나요? // 책읽는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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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몹' '북버킷' '책장난'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는 시간, 하루 중 얼마나 될까요? 질문을 바꿔서,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고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굳이 손이 아니어도, 자신의 ‘레이더 망’에 스마트 폰이 들어와 있지 않은 시간을 따지면 얼마나 될까요? 스스로 물어봤습니다. 사실, 저는 잠자는 때 빼고는 거의 스마트폰의 노예처럼 지냅니다. 전화기를 붙잡고 살아야 하는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겠지만, 사실 저 하나만의 상황은 아닐 겁니다.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한때 유행했었던 광고 문구로 이런 게 있었죠. 오늘은 스마트폰은, 혹은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은 잠시라도 꺼두고, 활자 매체에 집중하자는 SNS 상의 움직임에 대해서 소개해보려 합니다.

어느 토요일, 서울 지하철 2호선을 탔는데 굉장히 낯선 풍경을 접한 경험이 있으시다면, 이 분들을 만나신 겁니다. ‘책 읽는 지하철’이라는 단체가 기획한 독서 플래시몹 참가자들입니다. 독서 플래시몹이란, ‘책을 읽자’라는, 당연하다 못해 어찌보면 고리타분해 보일수도 있는 메시지를 일종의 놀이처럼 전달하는 것입니다.

방법이라고 해야, 특별한 게 없습니다. SNS 상에 공지된 날짜에, 공지된 지하철역으로 나와 전철을 타면서 그냥 책을 읽는 것, 그게 다입니다. 준비물은 물론, 책 한권이면 됩니다. 참여 비용으로는 전철 요금이 필요하겠죠. 마침 올해 3월부터는 전국 전철역을 다니면서 플래시몹을 한다고 해서, 지난 토요일 취재진도 부산 지하철을 타고 왔습니다.


어떤 분들이 동참했을까요? 책 한권씩 들고 선 중학생 독서 동아리 회원들, 행사에 참여하고 싶어서 여행도 짧게 다녀왔다는 대학생, 기존에 하던 독서 모임을 조금이라도 재미있게 하고 싶어서 인터넷을 검색해 참여했다는 자영업자 분도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전철에서 책 편 사람들이 많아지니 승객들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올랐습니다. 맞은편에 앉은 사람 다섯 중에 서넛이 스마트 폰이 아닌, 책을 들고 앉아있으니 생소할 수 밖에요. 행사에 참가한 여대생 이가희씨는 책을 진지하게 읽기 시작한 게 얼마 안 됐다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친구들이랑 같이 책을 읽으려고 그래도 놀리거나, 웃거든요. 게임하자고 하고. 조금씩 이런 걸 늘려가면 좋을 것 같아요.”


비슷한 시각, 서울의 한 카페에서도 재미있는 행사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묵독 파티’라는 건데, 시끌벅적할 것 같은 ‘파티’라는 단어와 고요할 수 밖에 없는 ‘묵독’이라는 단어가 하나로 묶인 게 눈길을 끌었습니다. 역시 SNS를 통해서 전파되는 형태입니다. 정해진 장소에 나와서, 같은 공간에서, 책을 읽는 다는 행위만 공유할 뿐입니다. 어떤 책을 읽어하는지도, 몇 시간동안 읽어야 하는지도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다만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은 잠시 꺼두는 게 최소한 다른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합니다.

혹시, 굳이 집에서 읽어도 되는데 왜 이런 공간에서 나와서 읽느냐고 묻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질문에 한 참가자는 토요일 아침, 집에 있다 보면 막상 책을 읽으려고 해도 생각처럼 잘 안 되지 않느냐고 답했습니다. 이 공간에 나오면, 어찌됐든 책은 읽게 되니 말입니다.

지난해는 한동안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본딴 ‘북버킷‘ 이라는 게 유행했었죠. 내 생애의 책 10권 정도를 꼽아 선정 이유에 대한 설명과 함께 SNS에 올린 뒤 후자를 지정하는 방식의 놀이였습니다. 그러면 지정된 사람이 다시 책 10권을 선정해 설명하고, 후자를 지목하는 것이죠. 사실, SNS에 이런 글이 돌아다닐때, 저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지목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막상 10권을 꼽으려고 하니, 이렇게 책을 안 읽고 살았나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습니다.) 여튼, 누군가가 적어둔 열권의 책 리스트를 읽다보면, 그 사람의 성향이나 삶의 지향 등에 대해, 어렴풋이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책장난’이라는 이름의 놀이도 등장했습니다. 주변에 있는 책 한권을 골라 자기 나이만큼의 페이지를 편 뒤, 마음에 드는 한 문장을 골라 소개하는 것입니다. 역시 북버킷처럼 후자를 지정해야 합니다. 저는 풀밭 위의 식사(전경린)라는 소설책을 골라봤습니다. 제 나이에 맞는 페이지를 여니, 이 문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왜 그런 눈으로 나를 보고 있는 거예요?” 문단, 글 전체에서 떨어진 하나의 문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여러 가지 해석의 여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과한 해석이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누군가 제게 저 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잠시 생각하게 됩니다.

여러 가지 SNS를 통한 독서 문화를 소개해드렸는데, 혹시 이중에 몇가지를 접해 보셨습니까? 전혀 새롭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저 중에 하나는 해봤다거나, 주변에서 하는 걸 본적이 있다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정보화 홍수시대에 활자 매체를 읽자고 권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려는 문화가 생겨나는 것은, 사실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서울대 사회학과 서이종 교수는 SNS 독서 문화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손안에 정보가 넘쳐나지만, 정작 깊이 있는 정보를 습득하는 경험은 과거에 비해서 분명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체가 없는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는 게 현실이죠. 독서는 필요하다고 알고 있잖아요. 다매체 환경 속에서 자라나는 학생들이 자신들만의 문화로 새로운 독서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죠. SNS의 굉장히 중요한 선용 사례죠.”

너무 가볍다거나 즉흥적인 것 아니냐, 혹은 보여주기에만 치중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취재 중에 만난 한 참가자는, 자신들의 책 놀이가 ‘보여짐’으로 인해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습니다. ‘보여주기’도 부정적인 ‘보여주기’가 아닌 긍정적인 의미의 ‘보여주기’란 설명이었습니다.

굳이 SNS에 공개하는 형태가 아니더라도, 앞서 설명드린 북버킷, 책장난 정도는 한번 해보시면 어떨까요. ‘즐거운’ 시간 낭비가 될 겁니다.  

▶ SNS와 만난 독서…새로운 책 읽기 놀이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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