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연수의 4번째 산문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소설 <사랑이라니, 선영아> 외에는 작품을 읽은 게 없다. 에세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선호까지 고려하면 이 책은 정말 우연히 읽게 되었다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아마 이 부분이 나를 읽게 했던 거 같습니다. 힐링 이제 지겹다느니, 힐링은 사기라느니 했지만, 결국 이기지 않는 게 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에 끌린 걸 보면 나도 어지간히 힐링이 필요했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래, 잘 하고 있어 송화준!” (^^;;;)
“자란다는 건 내일의 세계가 오늘의 세계보다 더 나아진다는 걸 믿는 일일 텐데, 세상이 이 모양이라는 걸 아는 순간부터 우리는 자라기가 좀 힘들어진다."
10대 또는 20대에 우리는 개별적으로 이런 깨우침을 겪죠. 작년 세월호 사건은 전국민이 이런 감정을 공유한 사건이었고요. 이제는 개인적/사회적으로 우리는 정체되어 버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어쩔 수 없다. 그게 올해 초 조선일보에서 기획시리즈로 다루며 주목한 ‘달관세대’ 현상이었겠죠. 기사참조.
“어쩌면 우리는 이 삶에 ‘칭커’당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말해야만 할 때가 올 것이다."
중국어의 ‘칭커’는 글자 그대로 보면 '손님을 청한다.’는 말이고, 우리로 치면 ‘한턱 쏜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공짜로 주어진 삶이지만,(당연하게도 우리는 어떤 대가를 지불하고 태어나지 않았으니까. '고통 후불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나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살아갑니다. 작가는 그걸 중국의 칭커문화에 빗대 ‘삶에서 나의 이야기를 해야만 할 때가 온다’고 비유했습니다.
“비에 젖을까 봐 겁내는 러너를 나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땀으로 젖어 있을 테니까. 여름의 러너, 그 역시 비에 젖지 않는다."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 문장이 수려하다는 것이고, 찾아보면 감탄하게 하는 문장이 많다는 것일 거예요. 그게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은 원동력이기도 할 거고요. 단점은 그거 뿐이라는 것. 이 작가만의 관점이나 그런 건 발견되지 않습니다. 그는 세상의 교훈을 보기 좋게 포장하고 부드럽게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하죠. 불안함에 자기계발서를 뒤적이게 될 때 대신 보면 괜찮은 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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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책읽는지하철의 기획자 송화준이었습니다. 4남매 중에 막내에다 하는 짓은 더 막내가 같아서 ‘송막내’라고도 불립니다. 글을 쓸 때 오탈자 검사 안하고 쭈욱 쓰고 다시 안 읽어보고 발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법상 오류나 문제 있는 부분은 알려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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