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해있는 형제와의 갈등, 성장환경을 객관적으로 조명하고 성찰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심각한 형제간의 갈등을 겪고 있지는 않아 해법은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읽었다. 하지만 내 심리적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을 안겨주는 책이 되었다. 요즘 나 자신의 성격적 문제를 많이 마주한다. 정신분석을 받고 싶다는 욕구를 강하게 느끼던 차여서 더 흥미롭게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좀 더 파고 싶은 내용이 있어서 숙제도 많이 안게 되었다.
본 책은 형제자매 간의 갈등의 원인으로 부모의 문제를 거론하고 있고, 그를 포함한 종합적인 양육환경이 어떻게 정체성을 형성하고 갈등을 만드는지 설명하고 있다. 1장에서는 여러 문제 사례를 보여주고, 2, 3장에서는 부모의 문제와 양육 환경의 차이를 조망한다. 4장은 태어난 순서별로 어떤 성격을 갖게 되는지 분석해놓았다. 5장은 형제자매 간에 발생하는 특수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6장은 앞의 내용에 대한 해법을 담았다.
-이하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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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 형제자매, 태어나 처음 만나는 타인
형제자매, 태어나 처음 만나는 타인. 같은 환경에서 자라났기에 서로 가장 잘 의지할 수 있는 동시에 영원한 경쟁자. 그들이 서로 미치는 영향은 부모에 못지 않지만 우리는 부모 얘기만큼 형제자매 얘기를 자주하지 않는다. 지나치기 쉬운 이 문제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우리는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다. 무리의 속에 응어리진 부정적인 감정이 삶 자체를 뒤틀리게 하는 일은 의외로 많이 벌어진다. 이 같은 마음을 극복한다면 더 원만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형제자매 간의 성격은 부모가 쏟는 애정, 양육 환경, 태어난 순서 등에 영향을 받는다. 1~5장에서 이 요인들이 성인 된 이후 갈등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고, 6장에서 이를 해소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1장 우리는 왜 서로가 싫어졌을까? 형제자매가 불편한 이유
인류의 절반은 동생을 죽인 살인자의 후예
구약성서 창세기에 따르면 아담과 하와에게는 카인, 아벨, 셋 아들 3명이 있었다. 카인은 질투심에 자신보다 사랑받는 동생 아벨을 살해한다. 따라서 인류는 카인과 셋의 자손이다. 인류의 절반은 동생을 죽인 카인의 후예인 셈이다. 형제자매 간의 갈등과 반목은 대개 서로에 대한 질투에서 유래한다. 프랑스 사상가 장 자크 루소는 이를 사회악의 기원이 아닐까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모든 아이는 부모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한다. 때로는 그 인정과 사랑을 독차지하기를 원한다. 그 열망이 이뤄지지 않을 때 슬픔과 분노, 원망이 한데 뒤섞인 불안한 정서가 싹튼다.
콤플렉스, 무의식에 사로잡힌 응어리
우리는 흔히 ‘콤플렉스’와 ‘열등감’을 혼동한다. 이는 아들러가 신경증의 주요 원인으로 ‘열등 콤플렉스’를 꼽은데서 비롯됐다. 콤플렉스는 더 넓은 의미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비유하자면 ‘응어리’에 가깝다. 그 뒤에는 해결되지 못한 마음의 상처와 갈등이 숨어 있다. 콤플렉스는 부지불식간에 사람의 행동을 지배하고,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행동을 유발한다. 칼 구스타프 융은 무의식을 추적하기 위해 ‘연상 테스트’라는 심리검사법을 고안했다. 어떤 단어를 말하면 피험자는 그 말에서 떠오르는 단어를 답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답할 때까지의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다. 피험자의 마음속에 응어리진 감정을 자극하는 요소가 있다면 대답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형제자매 관계에는 반드시 부모가 끼어 있다
형제자매는 부모가 중간에 있는 삼각관계이다. 부모 자식 관계의 가장 건전한 형태는 아이가 양친을 동등하게 사랑하고 양친 모두에게서 적절한 거리를 두는 자립적인 형태다. 부모에게서 공평한 애정을 받으면서 자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형제끼리 라이벌 의식을 가지면서도 서로 배려하며 양보하는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 점이 결여되어 있으면 마음속에 응어리가 남는다. 마땅히 내가 받아야 할 애정을 빼앗겼다는 억울한 마음이 들고, 동시에 자신은 사랑을 받을 수 없는 존재라는 자괴감에 사로잡힌다. 이는 전반적인 인간관계에도 크게 영향을 끼친다. 충분히 협력할 대상도 라이벌이나 약탈자라는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고 쉽게 피해의식과 적의를 품는다.
‘잘난’ 형제자매에게 밀려난 아이들
모든 아이에게는 자신만의 속도와 방법이 있다. 아이 스스로 시행착오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지켜봐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와 형제자매의 부정적인 평가나 설교만 들으며 자라나면 사람들 앞에서 자신감을 잃고 안절부절못하는 사람이 되고 만다. 형이나 언니, 오빠가 동생을 가르치려 들고 부모가 이를 지지하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부모에게서 방치되고 형제자매에게서 잘못된 방식을 강요받으며 이중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게다가 동생이 그들을 사랑하고 존경하면 인정받으려는 마음 때문에 반발도 하지 못하고 더 크게 휘둘린다.
폭력의 이유
아이에 대한 부모의 학대나 방임은 아이의 애착이나 인격 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형제자매 간의 폭력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에는 물리적인 폭력뿐 아니라 성적인 폭력, 무시나 과도한 지배라는 심리적 폭력이 포함된다. 형제자매 간에 벌어지는 폭력의 근간에는 부모의 관심을 빼앗겼다는 피해의식이나 질투가 있다. 응석받이로 자라오던 형이나 언니들은 동생이 생기면 자신이 부모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실망과 질투와 원망에 오랫동안 사로잡히기 쉽다. 이런 폭력에 노출되어 자라난 사람들은 타인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을 느끼고 그들을 잘 신뢰하지 못한다. 자기 긍정을 잘하지 못하고 주위의 부정적인 평가에 과민반응한다. 무언가에 도전하기를 꺼리며 소극적인 인생을 살아간다.
아픈 동생이 빼앗아간 관심과 애정
질병, 장애 등의 문제를 가진 아이에게 부모의 관심이 집중되면 다른 아이는 방치되기 마련이다. 애정이 결핍된 상황을 무리하게 참아내면 나중에 반드시 부작용이 드러난다. 아이는 부모로부터 공평한 애정을 받아야 한다. 아픈 형제자매에게 헌신할 것을 강요받기도 한다. 자신을 희생하고 남을 위해 봉사해야만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기에 어른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상대의 낯빛을 살피고 상대가 화낼까봐 주뼛거리는 행동 양식을 갖는다.
장남을 편애하는 부모들
부모가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자라왔기에 자신의 행동이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첫째 여자아이가 있고, 둘째로 남자 아이를 낳으면 장남이라는 이유로 모든 관심과 애정이 아들에게로 쏠린다. 두 살 무렵은 ‘재접근기’라고 해서 어머니를 원하는 마음이 다시 한 번 강렬해지는 시기다. 이때 애정이 갑자기 사라지면 아이는 깊은 외로움을 느끼며 부정적인 성격으로 자라난다. 아이는 일생 동안 어머니를 원하는 마음을 끌어안고 살아가게 된다.
부모 싸움에 시달리는 아이들
부부 사이가 나쁘거나 조부모와의 관계가 좋지 않으면 부모는 자연스레 아이들을 차별하게 된다. 사오리 씨의 어머니는 동생만 예뻐했다. 사오리 씨에게는 ‘넌 아빠를 쏙 빼닮았어. 성격도 똑같아’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뒤집어 말하면 동생이 어머니 자신을 닮았다는 얘기였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어머니와 사오리를 영향을 미쳤고, 사오리는 어머니와 관계가 삐걱거렸을 때부터는 동생이 이전만큼 사랑스럽게 보이지 않았다. 동생은 처음에는 언니를 어머니처럼 생각하고 따랐지만, 어머니와 언니의 갈등상황에서 어머니를 택할 수 밖에 없었다. 서로를 소중히 아끼던 언니와 동생의 관계는 어머니의 편애로 어그러지고 말았다.
결혼은 가족을 변하게 한다
형제자매 중 누군가가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면 서로 간의 관계는 변화하게 되어 있다. 이전까지 관계까지 좋았는지 나빴는지는 별 관계가 없다. 아무리 사이가 좋았더라도 이제는 배우자나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지붕 아래 생활하던 때와 달리 이야기 나누며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점점 없어진다. 이런 변화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하지만, 배우자에게 형제자매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거나 부모와의 애착이 불안정하다면 부정적인 시각으로 상대의 가족을 대함으로써 원래 좋았던 가족 관계마저 분열시킬 수 있다.
2장 오해는 어디서 시작된 걸까? 형제자매를 갈라놓는 부모와 마음의 병
미숙한 자기애가 아이를 망친다
부모, 특히 어머니는 아이에게 늘 따스함을 전해주어야 하는 존재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세상에는 변덕이 심하고, 겉과 속이 다르며, 한 아이만 편애하는 부모가 많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주요한 원인으로 부모의 미숙한 자기애와 부모 자식 간의 애착의 문제를 꼽을 수 있다. 부모가 아낌 없는 희생과 헌신으로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성숙한 자기애 덕분이다. 미숙한 자기애는 사회에 진출해서도 갖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자기 아이들마저 망친다. 성숙한 부모는 아이와 대화를 나눌 때 아이를 화제의 중심에 두려 한다. 그러나 미숙한 부모는 늘 자기가 화제의 중심이고 주인공이어야 한다. 이 같은 경향을 '자기 현시성'이라고 부른다. 백설공주의 계모는 세상에서 자기가 가장 아름다워야 하고, 자기 아이든 뭐든 자신의 성공이나 행복에 훼방 놓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또 하나의 문제는 독선적인 태도다. 성숙한 부모는 자주 스스로를 돌아보고 과오를 성찰하려고 한다. 아이 잘못된 행동을 일방적으로 꾸짖기보다 자신에게도 그런 면이 있을 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반성한다. 반면 미숙한 부모는 ‘나는 완벽해’라고 생각하며 늘 스스로를 최고의 부모라 여긴다. 이는 독사과와 다를 바 없다.
너는 나의 분신
성숙한 부모는 아이의 자기애를 채워주려 노력하지만 미숙한 부모는 오히려 아이가 자신의 자기애를 충족하도록 만든다. 그런 부모에게는 자신의 만족감을 채워주는 아이만이 착한 아이고 사랑할 가치가 있는 아이다. 편애도 지나친 자기애의 산물이다. 그들은 자기 마음에 드는 아이만 귀여워하고 헌신적인 사랑을 쏟는 반면, 그렇지 않은 아이는 비난하고 멀리하며 심지어 때로는 혐오하고 부정한다. 변덕도 심하다. 이는 사람을 대하는 기준이 자신의 자기애를 충족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 부모들이 아이를 사랑스럽게 여긴다면, 그것은 아이 자체가 아니라 그 아이에게 비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아이는 독립된 인격체가 아니라 자신의 대역이고 분신이다. 아이를 칭찬하는 것은 곧 자기 자신에게 찬사를 보내는 것이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부모의 말에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순정적인 아이, 다른 하나는 자기 생각대로 움직이는 소신 있는 아이다. 그들 사이에는 마찰이나 대립이 발생하기 쉬운데, 이때 부모는 순종적인 아이와 한패가 되어 소신 있는 아이를 공격하고 가족의 테두리에서 몰아내려고 한다.
가구회사의 집안 소동이 가르쳐 준 것
어느 가구회사의 내분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창업자로서 회사를 성장시킨 회장과 그 뒤를 이어 사장이 된 장녀 사이의 갈등이었다. 갈등은 점점 심해져 경영권 다툼으로 비화했다. 아버지 측에는 전무로 재직 중인 장남이 가세하고, 장녀 측에는 다른 형제들이 가세하여 가족이 양분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장남은 경영에 다소 어두운 탓에 아버지의 생각에 순종적인 반면, 장녀는 유명 국립대학 경영학부 출신으로 경영에 관한 나름의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이 때문에 아버지와 의견이 충돌하곤 했다. 이를 조금 파헤쳐보면 장남이 무조건적인 사랑을 독차지한 것이 원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로 인해 다른 형제들 사이에서 장남과 아버지에 대한 반발심이 공유되고 있었던 것이다.
후계자 다툼의 배후에 있는 것
세이키 씨의 아버지는 제법 커다란 회사를 설립한 창업 사장이었다. 어린 시절 부터 세이키 씨에게 아버지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그는 아버지에 불만이 있었지만 반발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세 살 아래의 동생이 있었는데, 동생은 그보다 공부도 잘하고 영리했다. 아버지에게 붙임성 있게 굴지 못하는 자기와 달리 아버지에게 가볍게 응석을 부릴 줄도 알았다. 그는 동생을 남들 뒤에서 자주 괴롭혔다. 대학을 졸업한 뒤, 그는 아버지 회사에 취직했다. 그는 원래 얌전한 성격이어서 말단 사원이었을 때는 문제도 일으키지 않고 일도 잘했다. 하지만 관리직에 올라 성과를 내야 할 입장이 되자 갑자기 사람이 변했다. 자신보다 나중에 입사한 동생에게 추월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는 점점 자신이 미워했던 아버지를 닮아갔다. 그 또한 사장인 아버지가 동생보다 자신을 인정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결국 세이키 씨는 회사에서 밀려났고 밖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동안 동생은 사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이를 동생이 형인 자신의 지위를 빼앗았기 때문이라는 원망으로 가슴에 응어리가 생겼다.
돈을 둘러싼 갈등
가난한 시대에는 형제가 강한 결속력으로 똘똘 뭉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동생에게 학비를 보내거나 부모 대신 동생을 돌보는 일도 많았다. 인격적으로 모나고 타인을 결코 신용하지 않는 사람도 자기 형제만큼은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이런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생활이 풍요롭고 윤택해지면서 사람들은 여유와 사치를 즐기게 되었고, 그에 따라 자식에 대한 대우도 불공평해질 여지가 많아졌다. 동등한 분배를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여기에 커다란 이권이나 상속 문제 등이 얽히면 더 심각해진다. 후계자나 유산 분배를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이다.
내가 좋으면 좋은 것, 내가 싫으면 나쁜 것
자기애가 지나치게 강한 사람의 또 다른 특징은 아부에 약해 비판이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고 화부터 낸다는 것이다. 그들이 사물을 보는 기준은 하나다. 기분이 좋은가, 아닌가. 겉으로 드러나는 표정이나 사탕발림에 간단히 속아 넘어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의 주인공 리어왕에게는 세 딸이 있었다. 장녀 거너릴과 차녀 리건은 처세에 밝아 빈틈이 없고 겉치레가 뛰어났다. 반면 막내딸 코딜리어는 솔직하지 못한 겉치레나 미사여구를 싫어했다. 리어왕은 딸들에게 영토를 나눠주려다 자신이 딸들에게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거너릴과 리건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아버지가 얼마나 소중한지 줄줄이 늘어놓았다. 내심 코딜리어를 가장 예뻐했던 리어왕은 같은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코딜리어는 달랐다. 그는 퉁명스러운 투로 조금도 사랑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녀는 누구보다 아버지에게 깊은 애정을 품고 있었지만, 기만으로 가득찬 언니들의 대답에 환명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말에 리어왕은 격노했고 땅은 두 언니에게 돌아갔다. 코딜리어는 땅도 얻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의절까지 당해야 했다. 두 언니는 땅을 받고 나자 태도를 바꿔 아버지를 눈엣가시로 여기기 시작했다. 절망한 리어왕은 제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 후 코딜리어에게 구혼한 프랑스왕은 그녀를 왕비로 맞이하고 리어왕을 구하기 위해 도버해협을 건너 영국을 공격했다. 하지만 프랑스왕의 군대는 패하고 코딜리어도 감옥에서 살해당했다. 코딜리어의 사체를 끌어안은 리어왕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스스로를 저주하며 숨을 거둔다.
10년에 걸친 간병의 보답
때로는 부모에게서 가장 소외당한 아이가 부모를 보살피는 일에 가장 열심일 때도 있다. 야스코 씨는 풍족한 집안에서 자랐다. 그녀에게는 나이 차가 제법 나는 남동생이 하나 있었다. 부모는 늦둥이로 태어난 장남을 지나치게 예뻐하며 응성받이로 키웠다. 동생은 학교에 들어가서도 성적이 좋았기에 부모의 기대는 더욱더 동생에게 쏠려갔다.동생은 모교의 준교수가 되었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그 직후부터 어머니에게 가벼운 치매 증상이 나타났다. 쇠약해진 어머니와 둘이서 지내는 날들은 가혹했다. 동생 부부가 잠깐이라도 도와줬으면 했지만 그들은 전화 한 통 걸어오지 않았다. 그런 주제에 불쑥불쑥 찾아와서는 어머니의 병이 낫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은 쏟아냈다. 그녀는 어머니과 최근까지 동생에게 용돈을 보내주고 있었다는 걸 알게됐다. 야스코 씨는 우울증에 걸리고 남편과 살던 집에서 쫓겨나 궁핍에 시달리면서도 부모에게 생활비를 부탁한 적이 없었다. 동생이 어머니가 위중할 때 서류를 빼돌려 재산을 전부 정리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장례가 끝나고 2개월 후 쯤 변호사에게서 서류가 하나 날아왔다. 거기에는 어머니가 쓴 유서가 동봉되어 있었다. 모든 재산을 장남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녀의 부모는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이었다. 다만 늦둥이로 태어난 장남을 편애한 것이 문제였다. 과잉보호를 받으며 자라난 동생은 결국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 되었다. 이처럼 부모의 애정을 독점하며 미숙한 자기애를 가진 사람을 자라난 아이가 재산이나 이익을 독점하려고 하며 다른 형제와 갈등을 빚는 일이 점점 늘고 있다. 부모가 살아 있는 동안에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형제자매가 서로 연을 끊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아이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된다. 부모가 편애하는 아이에게 미움을 사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 아이가 무엇을 하든 내버려두기 때문이다.
자기애가 강한 부모는 아이를 불행하게 만든다
자기애가 강한 부모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아이에게 강요한다. 이때 사랑받는 아이의 최우선은 부모가 원하는 분야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때로 아이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여 나름의 성과를 거두기도 한다. 이 과정이 순조롭게 이어지면 사회적인 성공을 거두고 주위의 인정을 받는다. 이때 만약 부모가 아이의 성공을 위해 아이가 무슨 짓을 하든 눈감아주는 양육 방식을 택하면 아이는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갖기 어렵다. 대신 자신의 이익과 성과만 챙기려는 이기적인 인물이 되기 쉽다. 또 아이가 도중에 힘에 부쳐 주저앉고 마는 경우도 있다. 아이는 아무리 노력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고, 노력하는 것도 슬슬 피곤해지고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부모의 욕망에 놀아나는 데 염증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런 아이에게 부모는 기대를 배반당한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 이런 방식으로 길러진 아이는 남보다 훌륭해져야만 부모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면 아이는 부모의 강압에 반발하면서도 부모를 실망시키고 만 자신에게도 실망하여 자존감을 읽고 만다. 이런 가정에서 한 아이는 부모의 기대를 계속 만족시켜주는데 다른 아이는 그러지 못해 부모에게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면 형제자매 간에 갈등이 일어나게 되어 있다.
그들이 바라보는 ‘착한 아이’와 ‘나쁜 아이'
자기애가 강한 부모는 자신의 기준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역할을 ‘평가하는 사람’으로 규정짓는다. 그런 부모의 아이들은 부모의 기준을 충족하면 ‘착한 아이’, 그러지 못하면 ‘나쁜 아이’가 된다. 정작 아이를 나쁘게 하는 것은 자신임에도 아이만의 문제인 양 비난한다. 이런 기준으로 평가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마음속에 뚜렷한 빛과 어둠을 품게 된다. 그것이 불행과 질투를 낳고 형제자매 사이를 틀어지게 한다. 사회나 가족을 다룰 때 유용한 ‘역할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가족에는 집안의 ‘영웅’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런가 하면 다른 한편에는 악역을 맡아 온 가족의 비난을 뒤집어쓰는 희생양이 생겨난다. 어떤 집안에든 그런 존재가 나타나는데, 불행한 가정에는 그 모습이 극단적인 형태를 띠기 쉽다. 그런 역할은 집단이 부여하는 것이다. 실제로 당사자가 어떤 사람인지와는 그다지 관계가 없다. 더욱이 일단 역할이 주어지면 그 역할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집단의 기대와 압력 때문이다. 부당한 취급을 받고 자란 아이는 자신을 부당한 치급을 당하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이를 당연시하고, 부당한 취급을 당해도 상대를 화나지 않게 하려고, 혹은 상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시키는 대로만 행동하게 된다.
아이들을 싸움 붙이는 부모들의 심리
자기애가 지나친 부모는 자신의 존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신을 편들어줄 ‘좋은 아이’뿐 아니라 ‘나쁜 아이’ 또한 필요로 한다. 이런 부모는 아이들을 서로 싸움 붙이고 그 광경을 보면서 즐거워하기도 한다. 살아가면서 받는 받는 불괘한 감정과 스트레스를 쏟아 부을 배출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든 마음껏 공격하고 책임을 전가하며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아이를 정해 그런 배출구로 삼는다. 그들은 모든 잘못을 그 아이 탓으로 돌리면서 책임과 죄책감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그런 부모에게 아군인 ‘좋은 아이’와 적군인 ‘나쁜 아이’가 싸우는 것만큼 속 시원한 것도 없다. ‘좋은 아이’와 한편이 되어 ‘나쁜 아이’를 해치움으로써 정의를 실현한다는 쾌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아이들끼리 사이좋게 지내면 자신에게 관심을 덜 주게 될 거라고 지레 겁을 먹고 그들을 갈라놓고 싶어한다.
3장 왜 나만 사랑받지 못하고 자라났을까? 형제자매 사이의 반감과 부모의 편애
부모의 애정은 평등하지 않다
2장에서 미숙한 자기애를 가진 부모의 극단적인 편애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아이들끼리의 적대관계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꼭 그런 부모가 아니라도 자신도 모르게 아이를 차별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대개 부모와 아이 간의 ‘애착' 정도에 있다. ‘애착'이란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정서적 유대감이다. 부모와 애착이 강하고 관계가 안정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성장 과정에서 부모로 부터 받는 보살핌과 애정 면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보이게 된다. 애착이 생성되는 중요한 시기는 생후 6~18개월 무렵이다. 이때 부모, 특히 어머니와 아이 간에 안정된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아이는 사소한 일에도 스트레스와 불안을 느끼는 성격으로 자라난다.
부모는 자기가 직접 보살피며 아낌없이 사랑을 쏟아온 아이를 더욱 사랑스럽게 여긴다. 그렇지 못한 아이에게는 제대로 보살펴주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죄책감은 있을지언정 사랑스럽다는 마음이 생기기는 어렵다. 무심코 방치하는 일이 벌어지기 쉽고, 애정을 요구하는 아이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아이가 키우기 어렵거나 반항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결국 어린 시절 부모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던 아이는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억울하게 미움 받는 ‘나쁜 아이’가 되고 마는 일이 많다. 할머미나 할아버지 밑에서, 혹은 아비지 밑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대표적이다. 할머니 밑에서 자라난 아이와 어미니가 자기 손으로 길러낸 아이 사이에는 극복할 수 없는 벽이 생겨난다. 아이도 어머니가 자신을 낳아준 생모라 할지라도 마치 의지하기 힘든 계모 앞에 선 것 같은 어색함을 느끼게 된다.
할머니 밑에서 자란 아이의 불행
미호 씨는 얼른 자라서 어머니를 도와주고 싶었다. 실제로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부터 집안일을 해왔다. 그녀에게 일곱 살 아래의 여동생이 있었지만 어머니는 동생에게는 절대 집안일을 시키지 않았다. 그녀는 ‘동생은 어리니까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오히려 어머니를 기쁘게 하려는 마음에서 동생을 열심히 돌보려고 했다. 하지만 대학 진학을 위한 학비는 모두 동생 차지였다. 미호 씨는 장학금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어렵게 공부해야 했다. 미호 씨가 이토록 심하게 차별을 받은 원인에는 애착의 차이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아버지가 장사를 막 시작할 무렵에 태어났고, 어머니는 장사를 도와야 했기에 할머니 밑에서 자라나야 했다. 반면 동생이 태어났을 때는 장사도 궤도에 오르고 할머니도 돌아가셨기에 어머니가 직접 동생을 돌봤다. 어머니는 시어머니가 키운 자식보다 자신 손으로 키운 아이와 강한 애착 관계를 형성했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 훨씬 많은 애정을 쏟았다. 미호 씨가 어머니의 사랑을 원하면 원할수록 상처받고 우울해질 뿐이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두 사람에게서 떨어져 멀이지는 것이었다. 그럼으로써 그녀는 가족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죄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방치된 아이와 비뚤어진 애정
부모가 아이들에게 쏟는 애정의 격차는 아이의 마음속에 삐뚤어진 애정을 싹트게 한다. 이때 아이의 마음속엔 부모의 애정에 대한 갈망이 생기고, 동시에 그에 응해주지 않는 부모에 대한 분노 또한 생겨난다. 이처럼 갈구하는 마음을 분노로 표현하는 비뚤어진 애착 유형을 ‘양가형 애착’이라고 한다. 어머니와 안정된 애착이 형성된 아이는 어머니가 아이를 몇 분 방치해둔 채 밖으로 나갔다 돌아와도 그저 기뻐하며 응석을 부린다. 반면 양가형 애착을 보이는 아이는 돌아온 어머니에게 화를 내고 어머니가 안아주려고 해도 저항하거나 공격한다. 이런 아이들은 어머니에 대한 애착이 강한 만큼 방치당한 데 대해 강하게 분노한다. 1.5세 유아들의 10퍼센트 정도가 이런 양가형 애착 경향을 보인다. 한편 어머니가 나타나도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아이도 있는데, 이런 유형을 ‘회피형 애착’이라 불린다.
공감 능력이 결여된 부모는 아이의 표면적인 태도만 보고 반응하게 마련이다. 부모는 자신의 행동이 원인임을 알지 못하고 아이를 문제아 취급하곤 한다. 그런 대응이 몇 년간에 걸쳐 되풀이되면 부익부빈익빈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부모 자식과 형제자매 사이에 돌이키기 힘든 감정의 골이 생긴다. 또 이런 욕구가 해소되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좀 더 응석을 부리고 싶다거나 사랑을 받고 싶다는 마음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어린 아이와 마찬가지로 비난하고 공격하는 행동 양식을 보이게 된다.
후계자 다툼 뒤에 숨은 편애의 뿌리
A 의료법인 이시장에게는 세 자녀가 있었다. 선대 이사장은 장남에게 기대를 걸고 뒤를 잇게 하려고 했다. 반면 공격적이고 자아가 강한 차남은 아버지와 자주 부딪혔다. 막내인 셋째는 응석받이로 자랐음에도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현명하게 처신할 줄 아는 면이 있었다. 일이 틀어진 것은 장남이 압박감을 감당하지 못하면서였다. 장남은 급기야 의대를 졸업하지 못할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차남이 갑작스레 기대를 떠안아 아버지의 뒤를 이었다. 아버지와 아들은 원래부터 뜻이 맞지 않는 사이였고 사사건건 대립했다. 아버지는 차남을 후계자로 삼은 데 후회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를 눈치 챈 차남은 선수를 쳐서 아버지를 이사장 자리에서 내쫓았다. 몇 년 뒤, 아버지는 실의에 빠진 채 세상을 떠났다. 그 무렵 셋째는 의대를 나와 대학 병원에 일하고 있었다. 그는 아버지를 추방한 둘째 형에게 내심 분노를 느꼈지만, 겉으로는 조금도 내색하지 않았다. 이윽고 A 의료법인 병원에서 일하게 된 그는 형의 신뢰를 얻어 이사 자리에 올랐다. 차남은 병원을 확장하는 일에 바빠 그 외 일은 셋째에게 맡기게 되었다. 차남의 강경한 경영방식에 반발하는 사람이 많았고 일부 이사 사이에 감정적인 대립이 불거졌다. 결국 셋째는 차남을 몰아내는 데 동참해 이사장 자리에 앉았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아버지의 지나친 자기애였다. 차남과 아버지의 대립도, 세 형제간의 대립도 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뒤에는 어머니의 편애라는 더욱 큰 문제가 숨어 있었다. 장남이 태어났을 때는 아버지가 막 의료법인을 설립했을 때라 어머니도 병원 운영에 관여하지 않을 수 없었고, 장남의 양육은 할머니가 맡았다. 차남을 키울 때도 마찬가지 였다. 차남은 어린 시절부터 똑 부러진 성격이기도 하여 어머니의 보살핌을 거의 받지 않고 성장했다. 하지만 셋째는 달랐다. 병원 경영도 안정을 찾았고, 어머니도 마지막 육아라고 생각했기에 자기 손으로 아이를 키우는 전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셋째는 어머니와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한 ‘안정형’으로 성장했다. 반면 장남은 친밀한 관계는 물론 관계에서 오는 책임도 회피하는 ‘회피형’으로 자랐고, 차남은 언제든 버려질 수 있다는 불안과 의심이 깊은 ‘불안형’으로 자랐다. 차남이 이사장인 남편과 대립하기 시작했을 때 차남의 편에 선 것은 남편과의 관계가 소원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권력을 쥔 차남이 거만하게 행동하고 어머니를 소원하게 대하자, 차남 편 들었던 것을 들었던 것을 후회했다. 게다가 차남은 셋째와 어머니의 관계가 좋다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어머니는 결국 셋째마저 병원에서 쫓겨나는 게 아닐까 불안했고, 셋째로 하여금 차남을 몰아내도록 은근히 유도했던 것이다. 자신과의 애착이 불안정했떤 차남을 쫓아내고 가장 애착이 많았던 셋째에게 그 자리를 내어준 것이다.
4장 나는 태어날 때부터 이런 성격이었을까? 태어난 순서와 성격의 형성
알프레드 아들러가 말하는 태어난 순서에 따른 성격의 차이
아들러는 인간의 행동을 부추기는 가장 큰 원동력으로 우월해지려는 노력과 열등감을 꼽았다. 그런 의미에서 몇 번째로 태어났는가는 그 아이의 입지를 결정적으로 좌우한다고 말할 수 있다. 형이나 언니는 대개 별 노력 없이 동생을 이길 수 없지만, 동생은 대부분 그들의 그늘 아래 머무르기 쉽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태어날 때부터 열등감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다. 아들러는 첫째, 둘째(중간 아이), 막내, 외동 네 가지 경우로 설명했다. 여기에 쌍둥이, 양자가 추가된다. 태어난 순서와 나이차, 어머니와의 애착 정도, 태어날 무렵 부부 관계 등이 형제자매 간의 성격 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첫째_ 낙천적이고 친절한 대인배
가부장적인 집안의 장남을 포함한다. 첫째는 부모에게 특별한 존재로 귀중히 여김을 받는다. 그렇기에 다른 아이들보다 애착이 크고, 아이의 애착도 크다. 결정적인 또 한 가지 특징은 애정을 독점하는 기간을 가진다는 점이다. 이 같은 특징이 첫째의 인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동생이 몇 년 뒤에 태어나는가, 즉 애정을 독점하는 기간이 얼마나 긴가에 달려 있다.
동생과 나이 차가 있는 첫째는 의젓하고 탐욕스럽지 않으며 느긋한 기질을 보인다. 부모에게 특별히 요구하지 않아도 부모가 알아서 욕구를 채워주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자신이 최고라고 여기며 특별대우 받는 것을 당연시하는 성격으로 자라기도 쉽다. 그래서 자신이 주목받지 못하고 떠받들어지지 못하는 상황에 쉽게 스트레스와 불만을 느낀다. 그들은 최고가 되기 위해 큰 꿈이나 야심을 품고 최선을 다해 큰 성공을 손에 넣기도 한다. 반면 지나치게 낙천적으로 자라난 탓에 현실에 굳건히 받을 디디지 못하고 몽상에 빠지거나 다 된 성공에 코를 빠뜨리기도 한다.
또 하나의 특징은 남을 장 챙겨주는 친절함과 배려심이다. 어려서부터 동생을 잘 돌봐주었던 경우이다. 또 동생들의 모범이 되어 그들을 지도할 기회가 많았다면 리더십이나 지도력을 쉽게 체득하기도 한다. 육군 장군이나 해군 제독이 된 인물 중에 장자의 비율이 통계학적 비율보다 상당히 높게 나온다.
반면 부모의 애정을 독점하는 기간이 짧으면 친절과 배려라는 장점과 너무 낙천적이어서 손해 보는 단점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자기방어적인 성격이나 남들의 주목을 끌려는 경향이 강해지기 쉽다. 동생에게 애정을 빼앗겼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자라나기 쉽다. 애정과 관심을 회복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굴거나 허세를 부리고,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물건에 집착하거나 인색해지는 성격을 띠기도 한다. 더욱이 동생이 활발한 성격이거나 어느 분야에 뛰어난 면을 보이는 경우, 첫째는 자신감을 없거나 질투심이 강한 성격이 되기 쉽다. 정신병원 환자에서 장자의 비율이 높은데, 아들러의 표현에 따르면 동생에게 ‘왕자’를 빼앗긴 마음의 상처가 크게 작용한 결과다.
2세 무렵은 어머니에게 다시 집착하는 ‘재접근기’다. 이때 어머니의 관심이 동생에게 옮겨가면 어머니를 마음에 빼앗겼다는 마음의 상처가 강하게 남을 수 있다. 나이 차가 세살이 이상이 되도 부모가 관심을 쏟는 정도에 따라 비슷한 성향을 띠기도 하지만, 통상적으로는 그런 경향은 줄어든다. 이런 특성 때문에 첫째는 큰 가능성과 함께 인간적인 약점을 가진다. 큰 성공을 거든 사람 중에 첫째 또는 장남으로 태어난 경우가 많다. 윈스턴 처칠, 힐러리 클린턴, 지그문트 프로이트, 알레르트 아인슈타인, 스티븐 스필버그, 제인 구달,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등이 있다.
둘째 ①_ 권위에 저항하는 현실적인 야심가
둘째 아이, 혹은 중간 아이의 인생은 첫째와 매우 다르다. 태어날 때부터 강력한 경쟁 상대가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가혹하고 불리한 경쟁에 휘말리는 일도 많다. 그들은 이 같은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며, 그 전략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특유의 성격을 가진다. 언젠가는 손위 형제자매를 뛰어넘겠다는 열망에 휩싸여 공격적이고 야심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이는 그런 열망을 실현하기 위한 능력, 혹은 싫어하는 강한 기질이 태생적으로 갖춰졌을 때 흔히 보이는 패턴이다. 둘째의 야심은 첫째나 외자식과 달리 매우 현실적인 계산에 근거한다. 비현실적인 몽상이나 열망에 도취되어 중도에 넘어지는 일이 좀처럼 없고, 위험에 대비하며 주위를 잘 살핀다.
또 한 가지의 특징은 권위에 복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아래로 동생이 있어 중간에 끼인 둘째인 경우에는 완고한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며 권위를 거스르는 경향이 강하다. 또 첫째나 막내에 비해 사랑받을 기회가 적기에 쉽게 불행을 느낀다. 이런 애정 결핌에 항의하여 아이가 완고하고 반항적인 태도를 보일 때 부모가 문제아 취급하면 악순환이 시작된다. 권위적인 존재에 대한 아이의 불신과 저항은 더욱 커지고, 훗날 그 아이의 성격과 정체성으로 굳어진다. 둘째, 혹은 중간 아이로 태어난 인물로는 프랑스 대통령 샤롤 드골(5형제 중 셋째), 월트 디즈니(호형제 중 넷째), 손정의(4형제 중 둘째) 등이 있다.
카라얀 : 모든 것을 이룬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 경쟁심
세계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형 볼프강보다 불과 16개월 늦게 태어난 둘째였다. 그는 형에 대한 경쟁심이 어려서부터 매우 강했다. 형은 체격도 좋고 사교적이며, 무엇을 해도 발군이었다. 동생은 그런 형을 항상 흉내 내면서 이기려고 들었다. 형에게는 음악적 재능이 있어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 실력이 뛰어났는데 그것을 보고 헤르베르트도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몇 년 뒤 실력으로 형을 뛰어넘었다. 헤르베르트는 훗날 세계적인 명성을 손에 넣고 형을 완전히 압도했다. 그럼에도 마음속에 자리 잡은 형에 대한 경쟁의식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심지어 형에게 이름을 바꾸라고까지 했다. ‘이 세상에 카라얀이 둘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아들러 : 열등감을 강점으로 변화시킨 집념
열등 콤플렉스, 우월함을 향한 노력 등에 대한 독자적인 심리학을 주창한 알프레드 아들러. 그는 둘째 였다. 첫째 지그문트는 총명하고 친절한 모범적인 형이었다. 알프레트는 그런 형을 뒤쫓아 가야 하는 입장에 있었다. 알프레트는 어려서 줄곧 병마에 시달렸고, 사망선고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기적적으로 회복했다. 장차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했고, 훗날 그 꿈을 이뤘다. 이 같은 체험을 통해 그는 유약함이나 열등함은 오히려 그것을 극복하려는 힘을 낳는다는 교훈을 얻었다. 열등감이 오히려 강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신경증과 같은 마음의 병도 자신의 삶에서 도망치려는 핑계라고 생각했고, 환자들이 거기서 도망치지 않도록 설득하려고 했다. 그의 방식은 자아의 힘이 어느 정도 강한 사람에게는 순조롭게 잘 통하지만, 깊은 상처를 가진 사람에게는 때때로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그가 간과한 것은 자신이 어린 시절 부모에게서 각별한 애정과 보살핌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병으로 인해 부모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은 아이는 원기로 충만한 인생을 살아가지만, 건강했던 형제들은 애정 결핍을 겪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형 지그문트는 동생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였음에도 대학에 진하지 않고 아버지를 도와 상인으로 살아갔다. 그 때문에 형은 대학 교육을 받고 의사가 된 동생에 대해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동생 또한 의사로서 성공을 거두고 나서도 형에 대한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서로가 서로의 운명을 부러워했던 것이다.
둘째 ②_ 안정을 추구하는 근면가
형제가 많았던 봉건시대의 일반적인 성격 유형이다. 능력이 평범하거나 성격적으로 경쟁을 원하지 않는 둘째는 자신의 기대나 요구를 드러내지 않고 손위 형제자매에게 종속하게 된다. 최고가 되려는 마음이나 커다란 성공에 대한 열망을 포기하고 현실에 적당히 만족하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쓸데없는 마찰을 피하고 분수에 맞는 몫을 견실하게 확보하려고 한다. 그들은 견실함과 안정성을 우선시한다. 현실적인 균형 감각이 뛰어나 냉정하게 대처하므로 실수하는 일이 없고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않는다. 상대의 약점을 간파하고 신중하게 교섭하는 데 능하다. 첫째처럼 상대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는 생각에 알면서도 손해보는 일이 없다.
(*따라서 교섭에 임할 때 상대가 몇 번째로 태어났는지 알아두는 것은 매우 유용하다. 상대가 첫째라면 겉치레로 우호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 유리한 조건을 내는 데 좋을 것이다. 그러나 둘째나 중간 아이라면 이는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 되기 쉽다. 또 첫째는 상대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험한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둘째나 중간 아이는 상대가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더 양보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기 몫을 조금이라도 더 챙겨오려고 할 것이다.)
둘째 ③_ 자립심 높은 성공가
둘째 아이는 스스로 자기 일을 알아서 챙기는 자립심이 형성된다. 첫째는 문제가 일어나도 누군가 나서서 해결해줄 때까지 기다리지만, 둘째는 아무도 해결해주지 않는 일이 많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하거나 혼자 대처할 수 없는 일을 만났을 때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는 습관을 들일 수밖에 없다. 반면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기 쉽다. 그들이 사회적 능력이나 인내력 면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만 학업 성적도 뛰어나지 않고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려운 이유는 이런 낮은 자기 긍정감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첫째나 막내처럼 편들어주고 보호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의 재능과 힘에 의지하게 된다. 보호받지 못하고 방치된다는 위기감 속에 살아가기 때문에 자기주장이 강하며, 때로는 싸움을 불사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미야자기 하야오 : 형의 그늘을 벗어나 거장으로 올라서다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는 4형제 중 둘째로 태어났다. 그를 비롯한 형제들에게 장남 아라타의 존재감이 컸다. 아라타는 공부도 운동도 뛰어난 데다 싸움도 잘했다. 리더의 품격을 갖춘 인물이었다. 그에 비해 하야오는 학교에 적응하기조차 힘들어하는 얌전하고 과민한 아이였다. 그는 형의 보살핌으로 학교를 무사히 다닐 수 있었고, 집에서도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드러내지 않고 부모나 형의 의견을 따랐다. 그런 하야오가 스스로 선두에 서서 자기 의견을 말하게 된 것은 도에이 애니메이션에 취직하고 조합 활동을 하면서부터다. 차남으로 태어나 눈에 띄지 않는 존재로 지내며 그는 자신만이 특별한 존재여야 한다는 아집을 버릴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거장으로 불리면서도 개인보다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일원으로 행동해왔다. 이는 수많은 걸작을 만들어낸 원동력이 되었다.
막내_ 사회성을 타고난 헌신가
막내의 특성은 오랫동안 경험적으로 알려져왔다. 막내는 동생이 없어서 부모의 애정을 빼앗길 염려 없이 독차지 할 수 있다. 부모가 살아있는 한 평생 그런 위험 없이 애정과 관심을 누릴 수 있다. 손위 형제자매에게 어느 정도 압박감은 받을지언정 부모에게는 소중한 보살핌을 받아 느긋한 성격이 되기 쉽다. 부모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더 쓰이게 마련이다. 그 결과 모자분리와 독립이 늦어지기 쉽고, 첫째보다도 응석받이에 의존적인 성격이 되기도 쉽다. 반면 의외로 불안감이 강해지거나 쉽게 지치는 경향도 있다. 모자분리가 늦어짐에 따라 정서적으로 독립하는 시기가 늦어지고, 따라서 의존적이고 불안이 강한 성격이 되기 쉬운 것이다.
또 다른 막내의 성격적 특징은 충돌을 피하면서 자기 이익을 챙기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손위 형제자매에게 힘으로 맞설 수 없다는 것을 일찍이 깨닫기 때문이다.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을 피하고, 남에게 안기거나 응석을 부려 마음에 들려고 애씀으로써 안전을 확보하고자 한다. 다른 형제자매를 관찰하면서 인간관계가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깨닫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대인관계를 조정하는 능력이나 타인의 마음에 들고자 애씀으로써 활로를 찾는 기술은 사회생활에서도 유용한 효과를 발휘한다. 주위의 모든 사람에게서 사랑을 받으며 자란 막내는 누구든 그를 도울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신비로운 능력이 있다. 한편 늦둥이는 과잉보호를 받기 쉽다. 자기관리가 취약하며 탐닉이나 중독에 빠지기 쉬운 사람으로 자라기도 한다. 막내의 알코올중독 위험성이 가장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막내로 태어난 사람들 중에는 박애정신으로 사회에 봉사하고 헌신하거나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놓은 사람이 많다. 안정적인 사랑을 받으면 평화를 사랑하는 심성을 기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비스 정신이 왕성한 막내는 연에계에도 많이 진출해 있다. 유명인사 중에는 테레사 수녀, 마하트마 간디, 마리 퀴리, 마쓰시타 고노스케(파나소닉 창업자), 배우 말론 브란도, 조니 뎁 등이 있다.
외동_ 무한한 사랑을 먹고 자란 이상가
늘 보호 받고 있다는 안정감 속에 자라날 수 있다. 부모가 신경 써야 할 다른 아이가 없으니 욕구가 금세 채워진다. 그런 까닭에 기본적으로 낙천적이고 느긋한 성격으로 자란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자기 중심적인 사람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특성을 ‘과대자기’라고 한다.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늘 모든 사람들에게 주목받고자 하는 ‘자기현시성’이고, 둘째는 뭐든 생각대로 될 것이라는 ‘만능감'이다. 중국의 1가구 1자녀 정책에 따라 외동이 많은데. 그들은 ‘소황제’라고 부른다. 이런 특징을 잘 나타낸다.
아이에게 치명적인 것은 좌절이나 실패가 아니다. 그것을 계기로 부모의 기대나 관심이 사라지는 것이다. 외동에게는 그런 일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이를 바탕으로 한 안심감은 역격을 극복하는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그렇기에 성공을 거둘 가능성도 크다. 유명인사로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프랭클린 루스벨트, 장 폴 사르트르, 엘비스 프레슬리 등이 있다. 옛날에는 외동이 드물었다. 안데르센과 샤르트르는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버린 까닭에 동생이 없었고, 엘비스 프레슬리는 쌍둥이 동생이 태어나자마자 죽어 외동으로 성장했다.
잭 웰치 : 무한 긍정이 일궈낸 성공
잭 웰치는 어머니 36세, 아버지 41세일 때 태어났다. 그들의 늦게 얻은 아들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쏟아 부었다. 그 덕에 응석받이 도련님 기질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성공의 원동력이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의 부모는 어떤 단점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례로 그는 대학생이 될 때까지 말 더듬이 심했는데 그의 어머니는 ‘너처럼 머리 회전이 빠른 사람은 혀가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없어’라는 말로 그의 자존심을 지켜주었다. 그의 어머니는 늘 ‘사람은 원하기만 하면 어떤 사람이든 될 수 있다. 모든 것은 자기 하기 나름이다’라고 말해주었다. 이런 부모의 보호를 받으며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가능성을 믿는 자신감을 키웠다.
무라카미 하루키 : 타인은 나만의 세계를 무너뜨리는 침입자
외동에게 나타나기 쉬운 단점이 있다면 깊은 관계를 회피하려는 성향이다. 사람들하고 부대끼며 살아온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타인과의 감정 교류에 서투른 편이다. 자기중심적으로, 혹은 표면적으로 상대를 대하며 친밀한 관계를 피하기 쉽다. <노르웨이의 숲>의 주인공을 보면 외동으로 자란 무라카미 하루키의 젊은 시절이 투영되었다고 여겨진다. 주인공은 타자와 마음으로부터의 관계를 회피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정신의학에서는 이를 ‘회피성’이라고 부른다. 회피성은 무언가 책임지는 일이나 상처 받는 일을 회피하는 경향을 띤다. 외동은 현실 세계에서 타인과 교류하는 시간보다 혼자 자기 안에서 공상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시간이 많다. 현실 세계의 타인을 감당하기 어려워하며, 타인이 쉽게 상처 받는 자신의 세계를 무너뜨리지는 않을지 두려워한다. 하루키는 아이를 가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집 안에서 바지런히 일하는 타입이다. 그런데 아이가 있으면 잘해낼 자신이 없었다.” 그에게 아이는 자신의 세계를 무너뜨리는 침입자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회피성 젊은이들이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회피적인 감성을 가진 주인공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은 것 또한 하루키의 문학이 많은 지지를 받는 이유일 것이다.
부모의 재혼으로 생긴 형제자매
새로운 가족이 생기면 이제껏 누려왔던 평온함에 균열이 일어난다. 새아버지(새어머니)뿐 아니라 친어머니(친아버지)에게도 예전에 친부모에게 했던 것처럼 응석을 부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부모는 반쯤 타인이 되어버린다. 새로운 형제자매로 인해 애정도 독점할 수 없다. 그 때문에 데려온 아이에게는 특유의 성격이 형성된다. 사람의 낯빛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며, 상대에게 과도하게 맞추려 하는 나머지 자신의 진심을 말하지 못한다. 데려온 아이가 되기 전보다 안정감이나 자기긍정성도 낮아지기 쉽다. 자기파괴적인 행동에 빠지거나 집에서 일찌감치 나가려는 마음에 이성관계에 지나치게 몰두하기도 한다.
자라면서 달라지는 쌍둥이들
일란성인가 이란성인가에 상관없이 보통 형제와는 차원이 다른 유대관계를 자랑한다. 어린 시절에는 서로를 경쟁상대라기보다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기도 한다. 다른 형제자매 간에 일어나기 쉬운 다툼이나 대립도 별로 없다. 차이는 성장과정에서 조금씩 두드러지기 시작한다. 타인에게는 잘 보이지 않지만, 가족들은 차이를 금세 알아챌 수 있다. 둘의 관계나 역할도 변화하여 대개는 한쪽이 주도권을 갖고 다른 한쪽은 수동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그것이 성격차이를 만들어간다. 주도권을 가진 쪽은 활발하고 수다도 잘 떨고 자기 주장이 강한 성향을 보이고, 다른 쪽은 소극적이며 상대의 뜻에 맞추길 좋아하고 말수도 적은 성향을 보인다. 쌍둥이는 따로 자라면 놀라우리만치 비슷한 성격이 되지만, 함께 성장하면 대조적인 성격이 되는 일이 드물지 않은데, 이는 두 사람 사이에 분담된 역할 때문이다.
5장 어째서 우리는 떨어질 수 없을까? 브라더 콤플렉스와 시스터 콤플렉스
오빠와 누나, 동생에 대한 병적인 집착
형제자매의 존재는 우리의 마음속을 지배한다. 특히 상대가 이성일 경우 성적인 동경이 더해져 그 지배력은 더욱 커진다. 부모 이상의 절대적인 영향력으로 삶 전체를 옭아매기도 한다. 이 같은 무의식적인 속박을 일컬어 ‘브라더 콤플렉스’ 혹은 ‘시스터 콤플렉스’라 한다. 브라더 콤플렉스는 여동생이 오빠에게, 혹은 누나가 남동생에게 품는 감정적 속박이다. 시스터 콤플렉스는 동생이 누나에게, 오빠가 여동생에게 품는 감정적 속박이다. 성애적인 요소도 섞인 이 같은 동경심은 우리 스스로는 잘 의식하지 못한다. 근친상간이라는 금기, 영원히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생각이 그런 동겸심을 억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의식에는 금기가 없다. 그렇기에 무의식 속으로 숨어든 마음은 은연중에 우리의 행동과 연애관계를 좌우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오빠나 누나, 동생과 공통점이 많은 이성을 연인이나 배우자로 택한다. 브라더 콤플렉스를 가진 여동생은 오빠에게 애인이나 결혼 상대가 생기면 울적해지거나 불안정해진다. 그런가하면 그 여자를 질투하는 동시에 오빠의 사랑을 얻어낸 존재로 이상화하는 이중적인 감정을 품기도 한다. 오빠, 누나, 동생에 대한 마음이 현실의 존재로는 채워지지 않을 만큼 고귀한 것이 되면 상황은 더 극적으로 변한다. 그 후의 연애나 결혼은 불완전하고 볼품없는 것으로 여겨지고, 그 때문에 평생 동안 결혼도 연애도 하지 않기도 한다.
형제자매의 죽음이 바꿔놓은 인생들
훗날 초현실주의 화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살바도르 달리에게는 같은 이름의 형이 있었다. 그는 그의 부모에게 죽은 아들이 살아 돌아온 것에 지나지 않았다. 죽은 아들이 잊을 수 없던 부모는 환생한 아이가 태어나도 그리 만족하지 못하고 달리에게 죽은 형이 얼마나 훌륭한 아이였는지만 늘어놓았다. 달리는 부모의 시선이 자신이 아닌 이미 죽은 형에게로 향하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는 형이라는 망령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늘 자신이 진짜 살바도르 달리라고 주장해야 했다. 서로의 마음에 열등감이나 동경심을 불러넣는 것은 대체로 함께 살아가는 형제자매지만, 때로는 이렇게 이미 세상을 떠난 형제자매가 마음속에 커다란 존재감으로 남아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언니의 망령에 위협당한 여동생
초등학교 2학년인 언니가 교통사고로 죽은 것은 기미코 씨가 네 살 되던 해의 일이었다. 마음도 착하고 머리 좋은 언니는 부모의 자랑스러운 딸이었다. 기미코 씨가 무엇을 해도 그들은 ‘언니가 있었다면’ ‘언니였다면’하고 한숨만 내쉬었다. 그때마다 기미코 씨는 자신이 언니보다 못하다는 열등감에 사로잡혔고, 죽은 것이 언니가 아니라 자신이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야 했다. 기미코 씨는 오래도록 자신이라는 존재에 죄의식을 가지고 자신을 부정했다. 그녀는 수십 년에 걸쳐 만성적인 우울증으로 고통받았다. 형제자매에 이른 죽음을 맞이하면 살아남은 자신에게 책임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쉽다.
운명을 바꾼 형제의 죽음
때에 따라서는 먼저 세상을 떠난 형제자매이 대타로서 그 뒤를 이으려는 적극적인 마음을 먹을 수 있다. 도쿄급행전철의 창업자 고토 게이타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다. 그는 사업가로서는 발군이었으나, 아버지로서는 실격이었다. 장남 노보루는 그런 아버지에게 반발하여 아버지의 회사 같은 건 물려받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실제 훗날 도쿄급행전철이 아닌 도시바에 입사했다. 한편 동생 스스무는 형을 존경하고 형이 갔던 길을 따라갔지만, 아버지에게 반항 한 번 하지 않았고 아버지의 회사를 물려받으려 했다. 아버지와 형도 그가 회사를 물려받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만 동생 스스무가 전사하고 말았다. 노보루는 아버지에 대한 반발심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스스로 도시바를 퇴사하고 도쿄급행전철에 들어가겠다고 청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뒤를 이어 회장이 된 노보루는 갑자기 아버지에 뒤지지 않는 놀라운 수완을 떨치기 시작했다. 사람이 활약하기 위해서는 활약할 장소가 필요하다. 그런데 때로는 다른 형제자매나 부모가 그럴 여지를 막디도 한다. 그러다가 숨통이 트이면 폭발적인 활약을 하게 되는 일은 드물지 않다.
존 F. 케네디도 비슷한 경우였다. 그의 형인 장남 에드거는 지성과 인격이 모두 뛰어났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은 차남 존이 아니라 장남 에드거가 정치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에드거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러자 그때까지 햇빛을 받지 못했던 차남 존에게 갑자기 기대가 쏠렸다. 그에 부응하듯 존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했다.
6장 다시 화해할 수 있다! 상처 극복과 관계 회복의 비법
마음속의 상처를 마주하는 것이 먼저다
형제자매 간의 갈등에는 크게 세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 다른 형제자매에 비해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했기 때문이다.이는 인정받지 못했다는 불행감이며 부모의 불공평함에 대한 분노이다. 그리고 관심과 애정을 빼앗아간 형제에 대한 질투이기도 하다. 둘째, 마음속에 이상적인 존재로 각인된 형제자매에게 얽매이기 때문이다. 뛰어넘기 어려울 만큼 훌륭한 형이나 누나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그를 향한 강한 동경이 현실의 생활을 빛바랜 것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셋째, 자신이 애착을 쏟아온 존재에게 배신당하고 버려졌다는 생각 때문이다. 오랫동안 자신을 보살펴온 존재, 함께 놀며 친밀하게 지내온 존재에게서 거절 당하면 마음 의지할 곳을 빼앗겼다는 생각에 커다란 충격을 받게 된다. 그 결과 대인관계 전반을 지지하는 애착이라는 토대가 타격을 받고, 결국 인간을 불신하게 되거나 이유 없이 비관적인 기분에 사로잡힌다. 이 세 가지는 때때로 얽히고설켜 심리적인 복합체를 만든다. 이는 형제자매와의 관계뿐 아니라 대인관계 전반이나 살아가는 방식, 인간에 대한 신뢰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사실을 외면하면 자신도모르는 사이에 부정적인 행동을 하거나 사고에 빠지기 쉽다. 그러므로 자신의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지 자각하고 부정적인 마음을 극복해야 한다. 그 첫 단계는 특정한 형제자매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어디서 유래했는지를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며 객관적인 시야를 갖는 일이다. 그러다 보면 그의 잘못이 아니며, 그 형제자매 또한 의도치 않게 상황에 휩쓸린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실제로 대부분의 원인은 부모의 불공평한 대우와 편애에 있다. 형제자매 중 누군가를 지나치게 이상화하여 그 이미지에 지배당해온 경우도 마찬가지다. 비록 그 동경심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한 면이 있을지라도 거기에 얽매임으로써 스스로를 상처입히거나 희생할 필요는 없다. 형제자매 사이가 나쁘면 부모와의 관계 역시 나쁜 경우가 많다. 형제자매와의 관계를 개선하면 부모와의 관계도 좋아질 수 있다. 뒤틀린 관계를 회복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애착'과 ‘자기애’다. 사회적 동물인 모든 인간은 타인을 이물질로 간주하여 공격하고 배제하는 시스템(자기애)과 함께 이를 억제함으로써 불필요한 배제와 공격을 방지하는 시스템(애착)을 통해 타인과의 공존을 가능케 한다. 상처 입은 자기애는 관계 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
사람은 누구나 마음의 안식처를 갈구한다
애착은 철이 들기 전에 형성되는 아이와 양육자 사이의 유대감이다. 단단한 애착으로 맺어진 존재는 아이에게 든든한 마음의 안식처가 된다. 그리고 아이는 위험을 감지하고 불안감을 느낄 때마다 그 존애에 의지함으로써 안전을 확보하려고 한다. 이런 애착은 늘 어루만져지며 보살핌을 받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형제자매도 애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형이나 언니가 오랫동안 부모를 대신하여 동생을 돌보는 경우, 둘 사이에는 부모 자식과 같은 특별한 관계가 형성된다. 부모든 형제자매든 의지할 곳이 확실한 사람은 마치 수호신을 가진 듯 마음먹은 대로 행동할 수 있다. 일반적인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도. 사람은 끊임없이 상대가 안전하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인지 아닌지를 가늠한다. 삶의 행복은 안심하고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나 파트너, 친구를 얻을 수 있는지에 크게 좌우된다.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자라며 서로에게 많은 것을 배우는 존재인 형제자매는 가장 강한 유대감으로 맺어진 존재다. 그렇기에 형제자매와 관계가 좋으면 삶의 안정과 풍요로움을 얻을 수 있으며, 그로부터 적지 않은 위안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관계 회복에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서로 완전히 틀어져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화해할 수 있다. 서로의 마음에 애착이라는 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 형성된 애착은 그 후 어떤 곡절을 겪어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애착을 느끼는 존재에게 의존하려는 마음이 강해지는 것은 위험이 임박하여 불안이 고조되었을 때다. 우리는 그런 상황에서 애착을 느끼는 대상에게 도움을 구하려고 한다. 상대에게서 친절한 반응이 돌아오면 이미 사라져버린 것 같은 애착도 급속히 되살아날 수 있다. 상대와 심하게 싸우고 인연을 끊었다 해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사이가 틀어졌다는 사실조차 잊고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심약한 상태에서 상대에게 도움을 받으면 다시 애착이 살아나고, 오랫동안 굳어져 있던 마음속의 응어리가 단숨에 녹아버리기도 한다. 형제자매 간에 느끼는 배신감도 그만큼 애정이 강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일부러 미워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소중한 존재였다면 더더욱.
먼저 존중하고 먼저 이해하기
유치한 자기애를 만족시키는 것은 칭찬과 주목이다. 유치한 자기애를 가진 사람은 상대를 무릎 꿇리고 얕잡아봅으로써 치유를 얻으려고 한다. 형제자매 간의 분쟁은 자기애와 자기애의 충돌 때문에 일어난다. 자기는 상대를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도 배신당하고 상처 업었다는 피해의식 때문이다. 자기만 옳고 상대는 틀렸으며, 자기만 부당하게 상처 입었다고 여기는 것이다. 유치한 자기애를 지닌 형제자매를 정며으로 논박하거나 비난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이때 필요한 것은 경의와 양보다. 상대가 자신을 받아들여주길 바란다면 먼저 경의를 가지고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기 이해 노력해야 한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자
관계가 소원해지면 마주하기가 꺼려지고, 머리속에 나쁜 추측이 난무하기 쉽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으면 애착이 희미해질 뿐 아니라 자기애마저 상처 입게 되어 갈수록 분노가 커진다. 어떤 계기로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게 되면 자신의 생각이 지나쳤음을 깨달을 수 있다. 상대의 약한 모습을 눈으로 보거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황을 접하면 다시 애착이 강해지기도 한다.
형제자매의 죽음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우리가 형제자매에게 품는 감정에는 다양한 감정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다. 형제자매의 죽음은 우리에게 큰 상실감을 주는 동시에 속박으로부터 벗어났다는 해방감을 주기도 한다. 강력한 경쟁상대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은 더 이상 우열을 가릴 필요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이때 살아남은 사람은 승자가 된 데 대한 죄의식을 가지게 된다. 한 발 더 나아가 잃어버린 경쟁상대를 자기 손으로 되살리려고 무의식적인 노력을 시작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형제에게 느꼈던 부정적 감정이 긍정적으로 바뀌어 인생을 한 차원 높은 곳으로 이끌기도 한다.
나의 어머니에게는 두 오빠가 있었다. 첫째 오빠는 학업이 우수하고 사려 깊고 조용하면서 사람을 설득하는 힘이 있었다. 리더로서의 품격이 갖춰져 있었다. 한펴 둘째 오빠는 어린 시절부터 충동적이며, 툭하면 사움을 일으켜 문제가 되곤 했다. 칭찬 받는 것은 늘 첫째 오빠였고, 꾸중 듣고 매 맞는 것은 늘 둘째 오빠였다. 집안에서 두 사람 각자가 맡은 역할이었다. 두 사람은 성장한 뒤에도 다른 길을 걸었다. 첫째 오빠는 스스로 시작한 사업을 착실히 해나갔다. 반면 둘째 오빠는 공장에 취직했지만 자주 일을 빼먹고 낚시나 야구에 열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첫째 오빠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누구보다 격렬히 통곡했던 것은 둘째 오빠였다. 그는 ‘형이 아니라 내가 죽어야 했다’고 한탄했다. 그때부터 둘째 오빠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열심히 일에 매달리더니 이윽고 사업을 시작했다. 부모나 형제를 정성껏 보살피기도 했다. 나중에 그는 소회를 고백했다. 다쳐서 의식 없는 형의 눈에서 끊임없이 눈물이 흘렀다고, 그 모습이 마치 죽음을 원통해하며 남겨진 일을 자신에게 부탁하는 것 같았다고. 형의 죽음으로 인해 생긴 큰 구멍을 메우려는 노력은 그의 인생에 커다란 전기가 되어 주었다.
도스토옙스키와 형 미하일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의 걸작으로 유명한 러시아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에게는 미하일이라는 형이 있었다. 그의 인생에서 형 미하일은 매우 중요한ㅇ 의미를 가지는 인물이었다. 형은 듬직하고 안정적인 성격으로 자라났고, 표도르는 애정 결핍의 영향인지 음침하고 극단적인 면이 있었다. 훗날 그는 이런 성격 때문에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하고 말았다. 형 미하일은 표도르와 문학에 대한 열정을 공유했고, 그를 헌신적으로 보살폈다. 그런 형이 무리한 탓에 세상을 떠났다. 아내와 형을 연달아 잃었을 때, 표도르는 이렇게 한탄했다. “혼자가 되어버렸다.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두렵다. 나의 세계는 두 개로 갈라졌다. 한쪽에는 이제껏 살아온 과거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누구도 두 사람을 대신해줄 수 없는 미지의 세계가 있다. 나는 살아갈 이유를 잃었다. 내가 사랑했던 것은 그 둘뿐이었다. 새로운 사랑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에게 남은 것은 거액의 빚과 형의 가족뿐인 상화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작가로서 글을 쓰는 것뿐이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림으로써 그는 자신의 진정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죄와 벌>이 탄생했다. 그의 인생은 형의 죽음과 잡지사의 파산을 기점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형제의 죽음이 인생을 바꾸는 일은 우리 주변에도 때때로 일어난다. 반항아로 살던 표도르는 그의 형이 세상을 떠나자 어느새 형이 일궈온 가치와 가족을 지켜내는 사람으로 변신했다. 집안의 문제아 역할을 자처했던 그는 스스로의 의지로 ‘나쁜 아이’에서 ‘좋은 아이’로 변화했다.
나가는 말 - 형제자매, 삶의 끝까지 함께하는 가족
형제자매 간의 문제는 부모 자식 간의 문제와 직결된 경우가 많다. 그로 인한 상처를 잘 정리하고 극복하는 것은 안정되고 행복한 인새응ㄹ 살아가는 첫걸음이다. 젊은 시절에는 마음껏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하며 원하는 관계만을 선택하는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 가족과도 뜻이 맞지 않으면 얼마든지 관계를 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노후를 고독하게 보내는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때쯤이면 부모는 이미 세상을 떠나 있을 것이다. 만일 배우자마저 곁을 떠난다면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것은 형제자매뿐일 것이다. 그 형제자매의 소중함을 잊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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