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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Ⅱ/기타

[미나비리스] '별별 생태실험이 다 있군.' [자연과 생태 11월호: 자연과생태]


자연과생태VOL.52(11월호)
카테고리 잡지 > 자연/공학
지은이 편집부 (자연과생태,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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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초와 소주에 넣어둔 (고래회충) 녀석들은 오히려 더 활개를 친다. 고통스러워 하는 건지 활성화가 된 건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을 죽이는 효과는 미미한 것 같다. 간장에 넣은 녀석은 마치 간장의 바다에서 헤엄치듯이 활발하다. 생강 물에 넣은 녀석들도 활발하다. 이로 보아 회를 먹을 때 소주와 생강을 곁들여 먹는 정도로는 별 소용이 없을 것이다.- p. 43



 위에 있는 글은 아무래도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자연과 생태>의 정병길 기자분께서는 실험코너를 담당하셔서 일상에서 발견하는 생물들과 관련하여 간단한 관찰을 하고 계신다. 그런데 그 실험 내용이 정말 '스펀지실험' 뺨치게 사소하고 재미있다. 이번엔 붕장어에서 고래회충을 추출하여 여러 액체가 들어있는 통에 넣고 어느 성분에 의해 취약해지는지 실험을 해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결과는 위와 같은 것이다. 내 설명만으론 재미가 없고... 꼭 사서 봐야 한다. 버스 안에서 생각없이 팔짱낀 채 글을 읽다가 '간장의 바다'라는 글귀에서 폭소를 참지 못했다. (참고로 난 개그콘서트 봐도 한 번도 안 웃는 녀석이다.) 버스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어느 곤충학회지같은 잡지를 들고서 실실 웃고 있는 나를 참 이상하게 여겼을 것이다.

 아무튼 <자연과 생태>는 자연에 대한 많은 지식을 전달해줌과 함께, 재미를 제공해준다. 과학은 일자무식, 남들이 다 아는 생물지식을 그나마 갖추고 있을 뿐인 나에게도 쉽게 다가오는 책이다. 이 잡지를 쓰는 기자들이 얼마나 생물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되면서, 그 열기가 나에게도 전달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특히나 대체 어떻게 찍을 수 있었는지 궁금한 고퀄의 사진들을 보면 직접 그 생물을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이번 호엔 짝을 찾아다니는 생물들의 사진이 많이 보여서,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가을이 오고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맨 마지막에 나오는 기사를 펼쳐보았다. 붉은점모시나비에 대해서 나온다. 수컷 개체수가 암컷보다 3배 많고 더 오래 산다는 사실이 밝혀졌댄다. 남자친구 왈, "수컷이 불쌍해요." 커플이라서 여유로운(?!) 우리는 한참 웃었다. 짝짓기를 놓치는 대부분의 수컷이 같은 상황에 처한 암컷과 비교해서 훨씬 초라해진다는 것은 확실하다.


입맛 떨어지실 것은 알지만 일단 고래회충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올립니다... 위벽을 뚫어 집을 지을만큼 힘이 센 녀석들이라 하니 회를 먹을 땐 조심합시다. 가급적이면 내장은 안 먹는게 좋습니다.


리뷰어 미나비리스(김정원) 블로그 '마호가니 서재에서 헤드폰을 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