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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이인애 (아름다운사람들(이상순),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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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이렇게 된 거 가만히 저들의 행동을 따라야 할 것 같다. 정말 내가 위험해지면, 그때 다시 '배신'을 생각해 봐야겠어.- p. 59


 경복궁을 무척 좋아하시는 언니, 표범무늬와 얼룩말무늬를 무척 좋아하시는 언니, 야구를 열광적으로 좋아하시는 한편 봉사활동에 큰 보람을 느끼시는 언니, 매일 살쪘다며 불평을 하시지만 다리는 이이쁘신 언니. 이인애 언니가 쓴 책이다. 책이 나오자마자 책콩 회원들은 열광했고 앞다투어 이 책을 구입했다. 널리 책을 베포하시기도 하셔서 많은 사람들이 리뷰를 남겼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세 명이 소설가인 셈이다. 내 사촌오빠는 원래 사는 세계 자체가 4차원이어서 4차원 내용의 무협지를 출간하신 건 당연한 일이었고, 다른 분은 솔직히 무슨 책을 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애언니의 책 출간 소식만은 담담하게 행동할 수가 없었다. 비로소 내 주위에도 소설가가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고나 할까. 얼른 구입을 했다. 다만 읽어보기는 꺼렸다. 당시엔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언니의 소설출간을 단순히 축하해주는 사람들의 기분에 말려들기 싫어서였던 듯하다.

 2권 마지막에서 일행 중 스파이가 누군지 밝혀진다고 했던 것 같은데, 벌써 처음부터 스파이가 누군지 감이 잡힌다; 결국 추리로서의 재미가 엄청나게 반감되고, 지금은 그저 스릴러의 재미로 읽고 있을 뿐이다. 소설 속에 나타나는 이미지와 오감은 상당히 뛰어난 편이다. 손여정이라는 인물이 구두를 신은 채 진창을 나아가느라 발의 살점이 뜯어진다는 구절이 나올 때 순간 내 발이 아픈 듯했다. 기본적인 줄거리를 설명하자면 특정 대학에 다니지만 서로 얼굴도 전혀 모르는 남자 셋, 여자 둘이 어떤 세력에 의해 경복궁 지하에 갖힌다. 그들은 미로같은 곳을 빠져나오기 위해 계속 움직이며, 어떤 세력이 의도적으로 설치해놓은 듯한 함정들을 헤치고 나간다. 그들이 갖힌 연유, 그리고 어떤 세력과 또 다른 세력의 정체 등 자세한 설명은 2권에서 이야기될 듯하다. 주인공 5명 각각의 시점으로 소설이 진행되는데, 의심과 죄책감이 묘하게 섞이며 긴장감을 준다. 인간의 어둠 자체를 냉소적으로 나타낸다고 할까.

언뜻 소설설정은 '무한건축육면각체의 비밀'과 비슷하다. 단지 좀 더 심리적이고 좀 더 시니컬하고 좀 더 불친절하다.


리뷰어 미나비리스(김정원) 블로그 '마호가니 서재에서 헤드폰을 끼다'